뉴욕의 도심지 목회-플러싱 제일연합감리교회, 보우리 미션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미주대안공동체방문(4)

김용삼목사(소망을 찾는이 교회, 서울역 노숙인 사역)

제1기 서번트 리더쉽 스쿨 과정을 마치고 워싱턴 디시의 세이비어 교회와 대안공동체들을 돌아보는 탐방일정은 기대와 흥분을 갖기에 충분했다. 수년 전에 세이비어교회 이야기를 접하고 저자인 유성준 목사님을 만나면서 세이비어교회는 꼭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예장 통합 측 목사로 만 15년 동안 서울역 주변에서 노숙인 사역, 쪽방사역, 무료공부방 사역 등을 감당해 오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60여년 전 부터 도심지 사역들을 감당해온 세이비어교회의 사례들을 통하여 사역의 적용점을 찾아보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번 현장방문은 그런 기대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부르더호프 공동체와 아미쉬 공동체 방문 역시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뉴욕에서 후러싱제일교회와 바우리미션을 방문함으로써 서번트 리더쉽 탐방과정의 방점을 찍을 수 있었다. 미국 본토를 처음 방문하면서 덤으로 현실 속에서의 다양한 관점에서 미국을 접할 수 있는 수확도 있었다.

1. 뉴욕, 그 도심에서 교회의 대안을 찾아가다

뉴욕 후러싱 제일연합감리교회

뉴욕 맨하탄이 뉴욕의 상업 중심지라면 다리 건너 옆 지역에 위치한 뉴욕 퀸즈의 플러싱 지역은 주로 아시안 상업의 중심지이며 주거공간이 밀집한 곳이다. 숲과 주거지가 어우러져 있고 고층빌딩이 드문 곳이다.

그리고 뉴욕지역의 가장 많은 한인교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교민사회에서 후러싱제일연합감리교회(김정호목사 시무)는 연합감리회 뉴욕연회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회이고 한인사회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교회이다.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회의 땅으로서의 선입견이 한국사회에 존재하지만 교포들의 삶은 결코 녹녹치 않았다. 몇일 뉴욕에 머물며 느끼게 되는 것은 이민자들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 그리고 엄존하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그리고 영주권이 없는 이민자들의 경우 그들의 불안정적인 위치는 다중의 난관이 되고 있다. 이런 환경이 교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이민교회 목회환경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뉴욕 플러싱 지역에 위치한 후러싱 제일연합감리교회는 뉴욕 한인교회 중에 규모가 큰 교회였지만 분열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이곳에 아틀란타 한인교회에서 18년간 안정적인 목회를 하던 김정호 목사가 부임하면서 서서히 회복의 길을 걷고 있었다. 복음적인 설교,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비전제시, 더불어 지역교회와의 연대, 목회자들을 일깨우는 사역, 젊은이들을 세워나가는 사역들이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 뉴욕 후러싱 제일연합감리교회 김정호 목사님

김정호 목사님은 80년대 초부터 시카고에서 대학목회를 할 때는 통일운동과 반독재 투쟁운동에 앞장 선 소위 진보적인 운동권 출신에 좌파적 성향을 가진 목사로 낙인찍힌 목회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아틀란타에서의 안정된 목회를 떠나 뉴욕에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며 뉴욕 심장부를 향한 복음의 행군을 시작하고 있다. 부패하고 타락해서 더 이상 소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뉴욕 도심부를 향해 역발상으로 도심지 목회의 길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호 목사가 부임한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도심지 목회의 진면목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극히 복음적인 토대 위에 진보적인 행군을 해 나가는 후러싱 제일연합감리교회 성도들과 김정호 목사를 통하여 뉴욕의 도심지 목회가 자리를 잡아가고 침체의 길에 선 교회들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을 믿는다.

핵심적인 목회의 전략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도심의 젊은이들을 리더로 세우고 그들이 도시의 빈민을 섬김으로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는 비전의 열매를 기대해 본다.

▲ 후러싱제일교회 홈페이지에서

김목사가 요즘 관심하는 것은 Timothy Keller목사(뉴욕 만하탄의 Redeemer교회)가 강조하는 ‘Center Church’(쎈터 처치)이다. 대부분 기성교단들의 교세가 약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켈러목사는 맨하탄에 Redeemer교회를 개척해서 젊은이들 수천 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국 기독교계에 많은 도전을 준 목회를 30년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켈러목사를 통해 두 가지 질문이 생겼다고 한다. 하나는 왜 다른 기성교단들은 전도가 어렵고 개척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떠나는 맨하탄으로 그는 들어갔을까? 둘째는 어떻게 백인 중년남자가 교회를 개척했는데 3천명 이상 회중 가운데 과반 수 이상의 교인들이 우리 한국계 2세 영어권 전문인 젊은이들일까?

전 세계적으로 대도시에 인구 50% 이상이 몰려있다. 뉴욕 인구를 2천만으로 잡는다. 특별히 뉴욕 맨하탄은 젊은 대학생들과 전문 인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곳에 있는 교회들은 도심지를 떠나는가? 그것은 전도가 어렵다는 이유이다. 그 말은 쉬운 곳에서 교회를 개척해서 부흥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1980년대 이후 급성장한 미국 교회들 대부분이 백인 중산층이 많이 몰려있는 도시 교외지역이다. 그것은 시카고의 빌 하이블스목사, 캘리포니아의 릭 워렌 목사, 감리교의 대표적인 캔사스 씨티의 아담 해밀톤목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김목사는 그들의 영향력이나 역할을 과소평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다만 교회가 영적으로 피폐되어 가는 대도시 중심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은 교회의 시대적인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그는 센터 쳐치(Center Church)가 강조하는 도시를 선교지로 삼아야 한다는 이론에 동의한다. 그것은 도시선교의 과제가 자원이 풍부하고 영향력 있는 도심의 엘리트들과 도시빈민의 필요를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욕은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문화, 교육 엘리트들이 몰리는 곳이기에 중요성이 크다. 물론 이들에게 전도를 한다는 것은 엄청 어려운 과제이다. 그런데 오늘날 뉴욕 교회는 팀 켈러가 시작한 Redeemer교회만이 아니라 Hillsong이 수년 전 들어와 뉴욕 젊은이들 속으로 영향력 있게 들어가고 있고 이미 Time Square Church는 도시 빈민자들과 뉴욕 문화 엘리트들을 함께 믿음의 공동체로 세워가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교회개척도 선교도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인식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인데 하나님의 비전을 가지고 도심에서 헌신한 교회들이 있어 소위 말하는 ‘뉴욕 성시화’ 의 가능성을 그들이 보여준 것이다.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내려다 본 맨해튼 야경     ▲ 맨해튼 야경

그렇다면 왜 우리 코리언 어메리칸 2세들이 한인교회가 아닌 Redeemer교회로 몰리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그들은 우리 한인 이민교회들이 배출한 열매들이다. 문제는 이민교회들이 그들을 잘 양육하고 배출했지만 성장한 그들을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목사는 팀 켈러목사에게 “우리 한인 이민교회는 젊은이들이 떠나는데 당신 교회에 그들이 몰려오는 이유가 뭔가?” 질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그의 대답이 “당신 교회들은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큰 아들과 같은 교회가 아니냐?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올 것으로 생각하느냐?”였다고 한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는 그때 결심을 했다고 한다. 바리새인들을 양산하는 교회가 아니라 탕자가 올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뉴욕 인구 2천만 가운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가 된 지금 뉴욕은 전도와 선교의 황금어장이다. 무엇보다 도심지목회의 핵심은 교회가 우리 젊은이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하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차세대목회의 길을 열어가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보여 진다.

뉴욕의 젊은이들을 예수 믿게 하고 예수의 제자로 삼아낼 수 있다면 그들을 통해 우리 세대는 상상하지도 못한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상 끝까지 예수의 증인 되는 도심지 사역이 뉴욕에서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현실적인 목회의 도전 가운데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가운데 바른 목회의 전략을 세우고 자신에게 주신 소명과 은사를 통해 목회의 본질을 이루어 가고 있는 김목사님의 당찬 목회 이야기를 들으면 큰 감동과 도전을 받는 시간이었다.

2. 137년 동안 낮은 곳으로 흐른 복음의 능력

뉴욕의 노숙자 사역-바우리 미션(Bowery Mission)

바우리 미션은 3년 전 G&M(대표 문애란)의 주선으로 그곳의 대표 분이 내가 사역하고 있는 서울역 앞 ‘소망을 찾는이 교회’를 방문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137년 전에 이미 뉴욕 만하탄에서 홈리스 사역을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바우리 미션은 미국에서도 최초의 홈리스 shelter 사역이기도 하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였던 세계 경제공황 등의 시기에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사람들의 shelter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 뉴욕의 노숙자 사역-바우리 미션(Bowery Mission)     ▲ ⓒ google

▲ 선교회 센터 앞     ▲ Bowery Mission 명패

▲ 선교회 초창기 연혁

▲ https://www.bowery.org/about-us/purpose-goal/history/ 에서

▲ https://www.bowery.org/about-us/purpose-goal/history/ 에서

바우리 미션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홈리스 사역단체답게 사역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긴급구호에서부터 재활훈련, 직업교육,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역안내와 예배인도 등을 맡은 상당수의 사역자들이 재활훈련을 통해서 세워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우리 팀이 방문한 날, 그곳 사역을 안내한 분도 7년 전 실직 후 노숙으로 빠졌던 삶에서 어느 봉사자의 인도를 받아 Bowery Mission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간증을 들을 수 있었다.

▲ 예배실에서     ▲ 예배실에서

먼저 안내된 곳은 예배당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전면에 설치된 규모가 있는 파이프 오르간이었다. 홈리스를 위한 예배가 이루어지는 예배당은 오랜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고 매일 3번의 예배가 드려진다고 했다

▲ 사명선언서

▲ 식당 안

▲ ⓒ google     ▲ ⓒ google

▲ ⓒ google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매끼 200여명에게 매일 3끼 식사를 제공하는데 먼저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제공하고 상담자들을 통해 재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재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고 한다.

벽면 곳곳에 성경구절과 성경관련 도표들이 붙어 있고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예배실은 혹한기 등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홈리스를 위한 취침장소로 개방된다고 했다. 식당공간과 주방, 그리고 식료품 보관창고를 들러 보았다. 청결함과 정돈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무료진료시설과 회의실, 재활훈련이 이루어지는 동안 기거하는 숙소 등도 둘러보았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홈리스를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 노숙자 재활프로그램 참여자 숙소     ▲ 노숙자 재활프로그램 참여자 숙소

21일간의 초기 재활프로그램과 후속재활 프로그램으로 1년간의 사회적응훈련 등의 재활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홈리스 분들이 재활이 되고, 일부는 사역자로 세워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일날은 개인적으로 바우리 미션에서 진행하는 홈리스들을 위한 예배에 참석했다. 오후 5시 홈리스분들이 한분한분 모여들었다. 온전히 홈리스를 위한 예배였다. 한곡 정도 찬양을 하고 정말 뜨겁고 열정적인 대표기도가 있었다. 그리고 흑인 설교자의 40분 이상 계속된 설교가 있었다. 영어가 짧아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뜨거움과 강렬함이 느껴지는 설교였다.

여기저기서 아멘소리가 들렸다. 사실 서울역 지하도와 동자동 공원에 와 있는 착각을 갖게 했다. 내가 섬기는 소망을 찾는이 교회 주일 예배와 많이 닮아 있었다. 봉사자는 소수이고 대부분이 흠리스 분들이었다. 설교자가 당연히 목회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평신도 사역자라고 하였다. 뜨겁게 기도했던 분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이전에 우리 탐방 팀에게 사역을 소개했던 분처럼 사역을 통해서 세워진 분인 듯하였다.

예배 후 식사가 이어졌다. 질서정연하게 순서에 따라 배식이 이루어졌고 잘 준비된 식사가 제공되었다. 섬김도 익숙해 보였고 섬김 받는 것도 익숙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홈리스 분들이 환대받고 있다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많이 부족하지만 15년간 비슷한 사역을 한 동역자로서 느끼는 동질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37년간 동일하게 변질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섬김이 뉴욕 중심가 맨하탄의 가장 낮은 곳에 낮은 사람들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또한 복음의 능력으로 일어서는 그 일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내 사역에 관한 실제적인 사역의 방향을 제시받을 수 있는 중요한 통찰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각자 맡겨진 사역을 소명으로 감당하는 사역의 영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바우리 미션을 방문하며 감동으로 깨닫게 된다.

▲ 타임스퀘어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