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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다시 이 ‘샘’에서 목을 축이자 -「샘」지 복간을 축하하며[다시 흐르는 샘 복간 1호] 아우르는 글
당당뉴스  |  leewaon3@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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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7월 13일 (목) 00:00:00 [조회수 : 3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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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배 감신대 교수


채희동 목사가 남긴 「샘」지가 복간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감사한다. 지난 해 복간 준비호가 나온 이래 다시 긴 시간이 흘러 이렇게 알이 꽉 찬 밤송이처럼 실한 내용의 「샘」 지가 복간된 것이다. 봄길 채희동 목사가 파 놓은 샘을 다시 흐르게 해야 한다는 염원이 쉽지 않은 일을 가능케 하였다.

지난 4월 27일에는 “봄길을 걷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채희동을 기리는 음악회가 열렸다. 감신대 중강당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사람이 왔고 그에 대한 그리움을 얼굴에 가득 담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 중에는 10~20여 년이나 연상인 사람도, 그만큼 연하의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그는 나이와 관계없이 참된 인간의 모습으로 짧은 인생을 살았다. 그들을 보며 우리는 「샘」지 복간을 늦출 수 없었다. 그가 파놓은 샘이 너무도 맑았기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모아진 한강물을 보며 사람들은 목말라하지 않는다. 넓은 저수지에 고인 물을 보고도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강의 근원지인 강원도 산골의 샘물에는 누구라도 망설임없이 입을 갖다 댄다. 채희동 목사의 삶은 우리에게 그와 같았다. 어느 누구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 했고 곁에 있으면 그가 지닌 순수한 아름다움이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많은 이들에게 그는 예수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예수라는 샘물을 먹고 마셨기에 저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시인들의 시를 신앙적 글로 다시 만들었고 급기야 자신의 영혼 속에서 예수의 샘물 같은 것을 터트린 것이다. 소위 그의 글은 ‘제 소리’였다. 남의 글을 흉내내지 않았고 자신의 영혼 속에서 고르고 골라낸 말을 우리에게 전한 것이다. 그래서 채희동 목사는 우리에게 귀한 사람이 되었고 떠나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오늘 우리가 「샘」지를 복간하여 그가 팠던 샘을 다시 흐르게 한 것도 오로지 이런 마음에서이다.

금번 복간을 위해 많은 분들이 글을 기고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헌신적으로 기획하고 책을 편집한 분들도 있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복간호의 주제를 ‘몸과 부활’이라 정했다. 부활절에 맞춰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나 이 책을 통해 채희동 목사의 부활을 알리고 싶은 의도도 있었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짧은 인생 동안 그가 부여잡았던 신학적 화두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글을 쓴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복간호에 걸맞게 샘의 의미를 진솔하게 설명해 주었다. 자신의 삶을 말하고 있으나 채희동 목사를 생각나게 하는 글이 되었다. 결국 우리 인생에 있어서 예수가 샘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우리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박재순 박사는 자신의 불편한 몸 이야기를 감동스럽게 전해 주었다.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 걸을 수 없었던 기억과 함께 자신이 깨달은 몸의 신비를 신학적 필치로 전달했다. 일식(一食)을 실행하며 몸의 변화를 관찰한 박재순 박사의 용기와 경험에 존경을 표한다. 강화도에서 유기농을 하는 김정택 목사는 마음이 실린 음식을 강조하고 있다. 초중고생들에게 유기농산물로 급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음식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자신의 꿈을 담아냈다. 에코 페미니즘을 공부한 전현식 박사의 글은 그간 「샘」지에서 볼 수 없었던 논문 형식을 하고 있다. 종래의 기독교 신학이 몸의 영성과 얼마나 적대적이었는가를 밝히며 몸을 중시하는 기독교 신학의 가능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 세상을 하느님 몸으로 이해할 것과 관계적, 생태적 자아(自我)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유미호 국장의 ‘생명밥상’ 글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의 오랜 실무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지식의 표현이었다.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이다. 밥과 약을 분리하는 자본주의화된 밥상을 몰아내고 이 둘을 일치시키는 노력, 곧 생명밥상을 차리는 일을 그는 신앙(회개)운동이라 부르고 있다. 생명밥상이야말로 몸과 몸의 영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종길 목사의 ‘이성과 영성’의 글은 하느님마저 우상, 곧 탐욕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다. 영화 ‘십계명(Dekalog)’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우리 시대의 우상의 의미를 파헤친다. 우상을 만드는 주체를 인간 이성으로 규정하고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 첫 조항을 환기시켰다. 그곳에 영성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예수 번역가로 알려진 김준우 박사의 번역 글 ‘탈신조적 그리스도교에 대한 꿈’도 봄길 채희동의 생각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았다. 제도화된 인습적 신앙양태를 비판하고 종교 신앙 자체가 신비적이며 영성적인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상과 침묵을 신앙의 핵심으로 보고 세상에 영향을 주는 기독교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채희동 목사의 오랜 벗 성백걸 박사는 채희동의 생애와 사상을 조망하는 첫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함께한 시간이 많았던 만큼 그에 대한 생각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계속 연재될 성백걸 박사가 구상하는 ‘봄길신학’을 주목해 본다.

박순웅 목사의 농부 목사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농촌이란 삶의 장에서 목사의 티를 내지 않고 농부처럼, 일꾼처럼 살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정주목회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순리대로 사는 땅의 사람들, 그들만큼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들을 섬기며 인정하며 살아가는 박순웅 목사 부부의 삶이 귀하게 느껴진다.

윤주필 교수의 고전 읽기도 앞으로 복간된 「샘」 지를 위해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평소 채희동 목사를 좋아했고 그가 섬기던 교회를 찾곤 했던 윤주필 선생의 우정어린 글들은 「샘」지의 묘미를 더해 줄 것이다. 고전에서 길어낸 지혜에 깊이 빠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특별히 복간 「샘」은 새만금 문제를 부각시켰다. 「샘」지 출간을 주도했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인 양재성 목사의 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희동 목사 역시도 살아있다면 새만금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가 새만금 갯벌과 그 속에 살던 뭇 생명체의 죽음에 대해 아픔을 소리쳤을 것이다. 문규현 신부와 김순민 군, 그리고 양재성 목사는 각기 새만금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새만금 현장을 경제적 잣대가 아니라 생명의 잣대로 읽고 배우는 것이 신앙인의 도리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르포와도 같은 이 글을 읽고 지금이라도 생명의 존엄에 대한 신앙적 각성이 일어나길 희망해 본다. 새만금 갯벌 속 생명이 소생하기를 바라며 자연을 그냥 내버려 두라고 외친 한 고등학생의 글도 유념해 주길 바란다. 새만금 갯벌의 참상을 보며 새롭게 고백하는 ‘자연신경’이 그 옛날 사도신경보다 더 중요하고 더 긴박한 오늘의 고백문인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할 때 이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복간호에 실린 ‘자연신경’이 널리 신앙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를 소망한다.


이외에도 이정배 교수의 논문평 “사회 생태학과 심층생태학”을 비롯하여 여러 권의 책 소개가 실려 있고 김영동 목사의 시가 있는 하루, 그리고 봄길을 걷는 사람들 카페에 실린 글들도 담겨 있다. 봄길을 추모한 ‘봄길문화제’에 관한 스케치도 실려 있다. 정성껏 준비된 복간호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기쁨이 클 줄 안다.


이 책의 발간이 유족들에게도 다소나마 위안이 되길 빌며 내딛는 첫 발걸음이 중도에 그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만큼 우리 모두는 다시 흐르는 샘물에 발 담그며 목을 축이고 생명의 환희를 느끼며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야 할 것이다. 기꺼이 원고를 주신 필자들, 편집디자인을 담당한 고은경 선생, 한결같이 표지 그림을 맡아 준 류연복 화백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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