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바로 얼마 전에 교육부의 한 정책기획관이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들이다. 그는 거기에서 자기가 말한 민중에 대해 1%대 99%라 할 때의 “99%”라 했다. 그러며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지금 개돼지도 구성원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 아니 1% 안에 들지 못한 우리는 개돼지로서 살고 있는 셈이다. 나를 보고 개아니면 돼지라니 세상 어디에 이처럼 ⨉(犬?) 같은 일이 또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온전한 정신으론 할 수 없는 이 같은 말을 미치지도 않은 사람이 했다는 데에 있다. 그것도 이 나라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에서, 교육정책의 기획을 업무로 하는 고위 간부가 했다는 데에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람이 그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온라인상의 댓글을 보면 그 같은 사람에게 동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러나 싶다.

“한 2년간 단식을 해 봐,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그게 되는 게 아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의 말이다. 어엿한 어느 도의원을 향하여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는 도의원도, 도민도, 자기 아닌 누구도 ‘개’요 ‘쓰레기’인 모양이다. 아니다. 아무리 그라 해도 자기의 처자식까지야 그렇게 생각하겠는가. ‘쓰레기’를 끌어안고 살며 ‘개’를 생산하기야 했겠는가 말이다.

어쨌든 그에게 있어서는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어 가는 도민보다 돈이 더 소중했기에 적자를 면하려고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마는 데에도 그처럼 당당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 개돼지고 너거들만 국민이가?”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에 참석차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향해 군민들이 한 말이다. 사드의 배치지로 성주가 발표되자 생존에 위협을 느낀 군민들이 분노하여 토해 낸 말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14일 NSC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사드가 배치될 성주에 대해 “우려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우려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씀하시고는,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역설하셨다.

미 육군 교범은 사드 설치 지점 100m부터 3.6km까지를 ‘통제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금지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3.6km를 벗어나야 ‘안전지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드 레이더에서 탐지각도인 130도를 기준으로 100m까지는 모든 인원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절대위험구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국방부는 위험반경을 100m로 잡고 그 구역만 벗어나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인은 위험한 것이 우리 한국인은 안전하다니, 우리의 몸은 그들과 달라 돌이나 무쇠로 되어 있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가 배치되면 들어가서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전자파가 위험이 있는지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고 했다는데, 다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얼마동안을 시험하겠다는 말인가. 10년인가, 20년인가, 아니면 5년만이라도 살면서 시험을 해 보겠다는 말인가.

성주 군민들은 자기들을 설득하러 온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은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사드가 배치되는 성산 앞에 와서 같이 살아라. 그렇게 하면 내가 니 인정해 줄께”라고 했다 한다. 그런데 이를 누가 억지소리라 하겠는가.

사드 설치 예정 지점으로부터 3.6km 안에 든 지역에 거주하는 수많은 성주 군민들은 대부분 10년, 20년은 살 것이다. 평생을 살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단 몇 시간으로 시험해 보이겠다니, 성주 군민들을 포함한 국민들을 바보천치로 보지 않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성주에 사드 배치 발표를 해 놓고서는 기껏 성주 찾아와서는 기존 언론에나 나오던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것도 성주를 찾은 황 총리에 대해 한 어느 군민의 말인데, 이를 두고 누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하겠는가.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님께서는 이 같은 말들을 보고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하신다.

사드 배치 발표 직전까지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을 숨기기 밖에 더 했는가. 배치 지역에 대해서는 이미 결정을 해 놓고도 이곳인 것처럼 말을 흘리고 저곳인 것처럼 말을 흘려 국민들로 하여금 사기를 당한 것과 같은 허탈감과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한 것 말고는 한 일이 별로 없지 않은가. 그래 놓고도 국민을 위해서였다고 한다면 염치없는 일이다.

염치는 사람됨의 기본이다. 그런데 사람을 보고 개며 돼지요, 쓰레기라 한 사람을 보고도 염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아마 염치가 있어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렇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개돼지와 쓰레기에 가까운 건 오히려 그들이 말하는 대상의 사람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라는 말이 된다.

예수께서 많은 시간을 같이 한 이들은 상위 1%가 아니라 하위 1%의 사람들이었다. 우리의 주님이신 그분께서는 당시 사회적 약자의 대명사가 된 과부들의 친구셨다. 그들과 함께 가슴 아파하시며 슬퍼하시고, 그들과 함께 우셨다.

거듭 말하거니와 사회적 약자는 개나 돼지가 아니고 쓰레기도 아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단순한 속담이 아니다. 진리 중의 진리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당신의 ‘형상대로’ 지으셨다. 그런데 이에서 무슨 말을 더하랴.

이처럼 소중한 사람을 보고 개돼지나 쓰레기라 한 자들의 마음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그런 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분명한 것은 그런 말을 함으로써 그들의 인격은 개나 돼지와 쓰레기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그런 자들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개와 돼지나 쓰레기와 함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런데 그게 누가 됐건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사람을 보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아니다. 나보다 힘이 없다 해서 개이고 돼지며 쓰레기로 생각한다면 그리 생각하는 그가 오히려 개돼지가 되고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사회적 약자, 그들은 개도 아니고 돼지도 아니며 쓰레기도 아닌 우리와 함께 가야 할 소중한 이웃이다. 힘이 없어 안거나 엎고 갈 순 없다 해도 손을 잡고 같이 가야 할 우리의 형제요 자매들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 하나님의 사람이요, 하나님의 자녀요, 천국의 백성이 된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 기독교를 보고 개독교라고 듣기에도 민망한 말로 욕을 한다. 물론 세속화되고 타락한 기독교가 못마땅하여 한 말이겠지만, 여기에서 필자는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그렇게 말하는 자들이 결코 인간의 인간됨이라는 면에서 우리 기독교인들보다 낫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믿는 우리가 믿지 않은 사람들보다 낫다는 말이다. 우리가 그들보다 크게 차이 나게 낫지 못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낫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말에 귀를 막으라는 말이 아니다. 귀를 열고 뼈아프게 들으며 그것을 닻의 순풍으로 하여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직진하는 길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 개이고 돼지이며 쓰레기라 한 사회적 약자들과 손을 잡고 더불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