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현 목사

툭하면 인면수심의 사건들이 터진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지 마 폭행을 했다던가, 처음 본 사람 얼굴에 독극물을 뿌렸다던가, 기분 나쁘게 쳐다 봐 살인을 했다는 등, 도무지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아닌 짓들을 인간이 했다는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진다.

우리는 이런 일을 대할 때 ‘잡초 같은 인간’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잡초 인간은 왜 생기는 걸까. 잡초 인간이 발붙이지 못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런 질문 자체가 우문인지 모른다. 자신을 잡초가 아니라고 전제한 사람들이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정작 그들은 잡초의 심리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한 스승이 제자들을 들판으로 인도했다. 빙 둘러앉게 하고 제자들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들판에는 잡초가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이 잡초들을 없앨 수 있느냐?"

평소에 생각해 본 주제의 질문이 아니었기에 제자들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삽으로 땅을 갈아엎으면 됩니다."
"불로 태워버리면 없앨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뿌리째 뽑아 버리면 됩니다."

스승은 제자들의 대답을 경청하곤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다. 집으로 돌아가 각자가 말한 대로 자신의 마음에 있는 잡초를 없애 보아라. 만약 잡초를 없애지 못했다면 일 년 뒤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자."

일 년 뒤 제자들은 무성하게 자란 자기 마음속 잡초 때문에 고민하다가 다시 그곳으로 모였다. 그런데 잡초로 가득했던 그 들판은 곡식이 가득한 밭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들판 한편에 이런 팻말 하나가 꽂혀 있었다.

“들판의 잡초를 없애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자리에 곡식을 심는 것이다.”

우리가 잡초 인간을 비난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밭 자체가 잡초가 자랄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무의미성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사회에서 잡초가 안 자라는 게 더 이상하다. 내가 잡초 인간이 아니라고 자랑하기보다 언제든 잡초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예외적 만족이 아니라 동일시의 사회화가 전제 된 후 사회 전반을 향한 밭 갈기에 나서야 한다. 물신숭배가 팽배하고 인격보다 능률로 사람을 판단하는 한 잡초로 불릴 만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건은 이 사회에 흥건할 것이다.

들판 전체에 곡식을 심는 게 필요하다. 여기쯤에 종교와 학문과 윤리의 자리가 있다. 이런 것들이 물신에 종속될 때 더 이상 잡초를 멈추게 할 힘은 없다. 그런데 너무 아쉽게도 종교든 학문이든 윤리든, 지금 이 사회에서는 모두 경제에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을 이야기하기는 하는데 그 인문학이 경제학을 위한 시녀 노릇을 한다. 이러는 한 밭은 잡초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필요하지만 경제가 모든 것을 삼키게 해서는 안 된다. 이게 신앙인이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