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검증위원의 상황인식과 사태진단은 매우 우려스럽다. 심각한 자기모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재학중인 700여 명의 대학원생들을 모욕하고 충동질하는 언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나는 총대학원 학생회 부회장으로서 현실감과 균형감각을 결여한 한 검증위원과 무의미한 논쟁을 벌이려는 뜻이 없다. 다만, 스스로 자기오류를 공개한 한 검증위원의 모습 속에 드러나는 총추위의 무책임함에 절망할 뿐이다.

533년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후대 ‘학설휘찬(學說彙纂)’으로 불리는 대규모 법령집을 편찬했다.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으로도 알려진 로마대법전 중 하나인데 이 때 확립된 원칙이 바로 ‘법은 선량함과 공평함의 기술’이라는 합의였다. 이 법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모든 법 제정과 편찬의 지적 토대가 됐다.

오늘날 성문법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사적 자치규약 등도 바로 이 원칙을 추구한다. 심지어 단지 기술적인 사항을 담은 것만 같은 ‘총추위 규정’이나 ‘연구윤리규정’ 류의 규칙도 실은 이런 법의 정신 속에서 생명력을 얻게 된다.

성모 검증위원은 바로 이 근본적인 부분에 있어서 중차대한 오류를 범하며 자기 모순에 빠져있다. 검증위원회 서기라는 역할은 총추위 내부에서만 편의상 통용될 뿐이다. 성모 검증위원은 그것이 대외적으로 공식직명으로 불릴 때 얻게 되는 공신력에는 무감각하다.

자신을 서기라 부를 때 대외적인 불법성을 구성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공식 규정에도 없는 서기라는 직책을 아무렇지 않게 제도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검증위원회 보고서 공개에 대한 입장도 뒤늦은 변명일 뿐이기에 일일이 언급할 가치가 없다. 더구나 특정 후보에게 연구윤리위 규정을 소급한 점에 대한 해명은 ‘법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해치고 있다. 판단의 책임은 총추위에 있고, (본인들은) 검증만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결국 표절도 입증하지 못하고, 타 후보는 아예 검증도 안하고 특정 후보에게 부도덕한 이미지만 씌우는 효과만 연출했다. 후보 간 형평성과 공정성은 철저히 무시했으면서 은근히 도덕성과 공익성의 흠결 탓이라고 탈락의 명분을 흘리는 것은 여의도 정치꾼들의 사술(詐術)과 다름없다.

성모 검증위원은 본인이 갖고 있는 나쁜 선입관을 따라 과업을 진행했다는 것만 그대로 노정시켰다. 연구윤리 규정이 그저 교수들의 기득권 보호 장치에 불과하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이런 식의 선동적 대중주의 사상은 짙은 기시감(旣視感)을 남긴다.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를 두 동강 낸 전형적인 대중영합주의(popularism)의 아류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표절음모를 소재로, 한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인으로서의 자질’에 심각한 상처를 입혀 모의 단계서 탈락시키는 것. 총장 후보자쯤 되는 관록을 쌓은 이들의 연구저술을 심의하는 일은 신입사원의 자기소개서를 확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임에도 성 검증위원을 발언을 통해 미루어 짐작되는 검증위원들의 접근 방식은 안이하고 얕게만 비친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검증의 위중함과 신중함에 대한 크나큰 인식의 결여를 나타낼 뿐이다. 총대학원 학생회가 검증위원에 참여한 교수의 이니셜을 밝히며 세간의 평가까지 밝힌 것은 특정교수를 흠잡기 위함이 아니다.

연구저작물 검증이라는 작업의 중차대함을 설명하고 현재 총추위의 진행이 허술하다 못해 얼마나 학계의 일반적 관행에도 미치지 못하는지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이유를 충분히 헤아릴만한 위치에 있음에도 학생회의 진정성은 외면한 채 오로지 대학원 학생회를 비난하는 소재로만 삼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는 연구윤리검증에 대한 현저한 이해부족을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밖에 이해할 도리가 없다. 더욱이 그가 대학원 학생회라는 집단지성을 얼마나 천박하게 인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음모론에 이르러선 아연 실색할 수 밖에 없다.

그도 분명 감신의 동문회 중 1인일 텐데 정의가 땅에 떨어진 이 시대와 싸우며 신대원에 다니는 오늘날 학생들의 수준을 어찌도 그리 조악하게 볼 수 있을지 두 눈이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성모 검증위원에게 두 가지를 묻는다.

1. 만약 다른 세 후보로부터 탈락 후보와는 비교도 안될 심각한 표절이 밝혀진다면 검증위원으로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나는 그저 ‘서기’였을 뿐이라고 도망가겠는가?

2. ‘정말 이 글은 학생이 쓴 글’이라면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그냥 ‘아님 말고’ 뿐인가?

목회자라면 세간의 저급한 음모론은 무엇이든 삼가야 마땅할 테다. 예수님은 빌라도와 유대 대제사장의 온갖 음모 앞에서 침묵했다. 지금이라도 성모 목사가 예수님으로부터 배워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바로 이 것 아닐까?

2016. 6. 20. 총대학원 학생회 부회장 박근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