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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같은 가족 얘기에서 예수를 본다[책 뒤안길] ‘햇볕 같은 이야기’ 발행인 최용우의 <감사일기>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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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5월 02일 (월) 11:59:46
최종편집 : 2016년 05월 03일 (화) 22:57:59 [조회수 :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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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최용우 전도사가 자신이 펴낸 <감사일기>을 들어보이고 있다.(출처 '햇볕같은 이야기')

감 한 소쿠리가 표지에 박힌 책 한 권이 내 품으로 들어왔다. <감사일기>란 제목의 책이다. 책을 다시 들여다보니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삶의 흔적들’이라는 부제가 앞에 붙어 있다. 그리곤 지은이는 ‘최용우’다. 어? 그 최용우? 아니나 다를까. 그 최용우 맞다.

그 최용우가 누구냐고? 일간 ‘햇볕 같은 이야기’(그가 운영하는 사이트 이름이기도 하다)는 아시나? 모른다고? 그렇다면, 월간 ‘들꽃편지’는? 그것도 모른다고? 그럼 할 말 없다. 세상에 이런 유명한 읽을거리를 모르는 예수쟁이(불신자에겐 미안)라면 알만 하니까. 알보다 좀 작은가?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온다. 사이버 세상에서도 유명 인사니까.

최용우로 말할 것 같으면, 1964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백석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목회는 안 하고 외항선원, 광부, 제빵사로 일하기도 하고, 주물공장과 버스터미널 등에서 고된 일을 하며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전후가 좀 바뀌긴 했지만... 덕분에 ‘생생하고 펄떡이며 살아 있는 글’을 쓴다나.(참고: 이건 내 얘기가 아님, 글을 읽고 나서 판단하시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가 내 서평을 꽤나 즐겨 읽는 모양이다. “다양한 주제의 많은 책을 읽은 것 같은 대리 만족을 느낍니다” 또는 “늘 신선하고 기발한 서평을 잘 보고 있습니다”라고 쓴 걸 볼 때... ‘기발한’이란 말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또 책 속에 든 카드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글로 뵙지만 사유함으로 더욱 깊이 만나는 것 같습니다.(요 대목에서 ‘나두’라고 속으로 외쳤다) 저의 부족한 졸저 한 권 보내드립니다. 아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어 목사님께 읽어주시길 감히 부탁드립니다.”

우린 둘 다 세종시에 산다. 그러나 우린 만난 적이 없다. 그가 5학년, 내가 6학년으로 내가 조금 앞서지만 분명히 우린 친구다. 글로 만난 친구.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필연이다. 내가 만난 그의 글은 항상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미사여구 또한 없다. 그런데 예수 냄새가 난다. 목사인 내 글보다 백배나 더 난다.

‘예수 냄새’라 했다. 이유는 ‘예수 향기’는 너무 하늘의 단어 같아서다. 그는 삶과 분리되지 않은 예수 냄새 나는 글을 쓰고 그런 삶을 산다. 하늘보다 땅에 가깝다. 그런데 행복하다. 재미지다. 진솔하다. 진한 국물 같다. 더하여 그가, 그의 아내가, 그의 두 딸이 어떤 사람들일지 단숨에 읽힌다.

사생활을 들키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 같다. 등장인물이라며 아예 네 식구를 드러내놓고 광고를 한다. 최씨 집안 ‘실질적인 실력자’인 해바라기 엄마 이인숙, 산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자칭 시인 ‘철이 좀 덜 든’ 아빠 최용우 전도사, 낮밤 구별이 좀 안 되는 미대생 좋은이, 주간에는 학교 기숙사에 있다가 집에 오는 주말이면 집안을 초토화시킨다는 밝은이.

   
▲ 은퇴한 저자의 등산화(출처 <감사편지>)

이쯤 되면 책 속에 무슨 내용이 있을지 대강 짐작할, 머리 따라 주는 독자가 꽤 있을 듯하다. 이들 네 식구가 버무리는 쑥버무리쯤 된다. 책 내용은. 물론 모두 최용우 아빠가 말한다. 그가 글쓴이이니까. 그러나 그의 말에 등장하는 온 식구가 말똥말똥 눈을 뜨고 독자에게 말을 건다.

아마 밤 11시에 딸내미 먹을 햄버거 사러 갔다 주인이 하는 말, “커피 한 잔 드릴까요?”에 “좋죠”라고 대답한 대책 없는(?) 아빠가 벌컥 들이마신 커피가 시켜서 그런가 보다. 또 이건 어떤가. 산 좋아하는 아빠는 신선봉에 올라 통성기도를 하고, 너무 좋아 “할렐루야!”를 외쳤는데 목이 쉬었단다. 근데 혼잔지 알았는데 개소리가 나더란다.

“내가 소리 지르는 것을 다 들었을지도 몰라. 주섬주섬 짐을 챙겨 얼른 도망을 친다.”- 본문 78쪽

아릿한 배려와 국밥 같은 예수 냄새가 난다

하여튼. 이 장면에서 참 간도 크단 생각이다. 나도 그 신선봉이란 델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신선이 된 줄 알고 신선놀음만 하다 내려왔다. 누가 볼까(실은 새들이 볼까 봐) 감히 ‘할렐루야’니, ‘아멘’은 꿈에도 못 꾸고. 그러니 그는 예수 냄새가 난다는 거다. 목사인 나보다 훨씬 더.

산 정상에서 기도하는 사람을 책에서 보며, 옛날 성도들이 산기도 가서 열심히(?) 기도해 소나무 한 그루 뽑았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처럼 그는 우직하고 ‘옛날스런’ 신앙인이다. 최첨단의 인터넷 사역을 하면서도 관리기가 쟁기를 대신하고, 하이패스 단말기가 도로 통행을 허가하는 걸 몹시 꺼린다.

“지금은 관리기라는 만능 기계가 있어서 한 30분 돌아다니면 끝나 버린다. 소의 일자리를 관리기가 차지한 셈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하이패스는 빠르고 편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보는데, 하이패스 단말기를 설치할수록 요금 수납원들이 많이 해고된다고 한다.”- 본문 94쪽

아직 느리고 불편하게 수납원에게 돈을 낸다고 한다. 시골집 앞마당에 서너 개 남아 간드랑거리며 까치를 기다리는 감 마냥, 넉넉한 마음으로 나라 경제를 챙기고 비정규직까지 챙긴다. 오지랖이 참 넓어서 예수 생각이 난다. 난 빠른 게 좋아 단말기 믿고 내달리는데, 이젠 고속도로 탈 때마다 죄책감을 안고 지나야 할 판이다. 허.

성완종 스캔들이 나라를 뒤집을 때, 딸내미가 ‘서산장학재단’에서 받아 온 ‘성완종 시계’를 보며 “저 분 좋은 분 아니에요?” 딸이 물으면, “아빠는 잘 모루것다” 능청을 떨기도 한다. 요 장면에서 저자는 그리 개혁적인 인물은 아닌 듯. 하하하.

   
▲ 저자가 하늘 악보라며 찬양한 전깃줄과 개나리(출처 <감사편지>)

개복숭아가 좋다고 하는 소릴 듣고 고연히 산에 개복숭아 많다고 했다가 아내 성화에 개복숭아 따러 산에 오른 남자, 학교 때 벌서는 것보다 더 힘들다며 “개복숭아 효소가 좋다고 누가 말했나” 불평도 하는 남편. 참 정겨운 풍경이다. 전선줄에 걸린 듯 보이는 나뭇가지를 보고 ‘하늘 악보’라며 찬양을 생각을 한다. 이 남자의 백미는 아내와 산책할 때 돋보인다.

“내 걸음이 좀 빠른 편이어서 내가 앞서가면 마치 마누라를 버리고 도망가는 남자 같아 보인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를 때나 들길을 걸을 때는 항상 아내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닌다.”- 본문 208쪽

꼭 한발 앞서 가 항상 아내의 핀잔을 맞는 내가 또 회개할 거리를 제공한다. 주 5일 ‘원초적 운동’으로 운동장을 5km 돌고, 지리산이니 설악산이니 전국의 산을 종주하는가 하면, 뻥튀기 튀기는 날 조치원장을 서성이기도 한다. 고혈압, 관절염에도 좋은 운동 “정력도 좋아졌으면” 하면서. 그리고 정든 운동화는 성대히(?) 은퇴식을 치러주며 생전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 이 진한 삶속에 숨은 사랑과 건강함은 뭔가. 예수 냄새 아니던가. <감사일기>가 25권 째라는 그의 책들 속에는 이런 구수한 냄새가 있을 게 뻔하다. ‘읽다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는 책!’ 그의 책 광고 카피가 맞다. 사진 한 장에 글 한 토막으로 이뤄진 책 내용은 구수하지만 우리네 바쁜 일상에서 건져낸 오롯한 삶의 길라잡이다.

<감사일기> (최용우 지음 / 교보문고 Pubple 펴냄 / 2016. 1 / 392쪽 / 1만41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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