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해도 ‘기독교를 떠났다’는 사람을 3 명이나 만났다. 내가 그들에게 섭섭한 것은 기독교를 떠나서가 아니라 나와의 관계에도 거리를 두려고 했던 점이다. 아마도 그들은 그런 것이 아닌데 내가 심리적으로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독교를 떠났다면 진작 현실 기독교를 떠난 나 같은 사람과 더 가까워져야 할 터인데 나도 기독교인으로, 목사로 도매금으로 넘어가니 어찌 섭섭하지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래 전 조계종 종정인 성철스님이 입적했을 때의 일이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불교신자인 듯 한 운전기사와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은 젊은 스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이번 다비식은 굉장했다지요?” “네, 아마 충격 받은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운전기사의 질문에 선문답 같은 말로 대꾸를 하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그 충격이란 것이 어떤 것일까?’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뒤이은 스님의 이야기에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

“스님들 중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더 열심히 수행을 해야겠다는 스님이 많아졌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스님의 그 다음의 이야기가 나를 아연케 했다. “요즈음 기독교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불교에서 기독교로 혹은 기독교에서 불교로 개종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한 번은 어떤 자리에서 10년간 스님생활을 하다가 개종을 해서 목사가 되었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불교를 기독교에 비해서 불완전한 종교로 평하는 것을 보고 “10년 동안 스님 생활에서 깨우침이 부족해서 진리를 깨닫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못하고 불교의 교리를 탓하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개종을 했다느니 하는 사람을 보면 제 집에 숨겨진 귀한 보물을 못 찾고 남의 집에 가서 찾는 사람 같아 보인다. 취미로 종교를 옮기는 것은 몰라도 내 종교에 없는 것을 다른 종교에서 찾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2013년 부산에서 열렸던 WCC 총회를 반대하는 주장 중에 ‘개종 전도 금지주의 반대’라는 것이 있었다. 마치 방언 같은 이 단어의 뜻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언뜻 생각하면 이슬람국가들이 자국에서 무슬림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선교를 금지하고 있으니 그것을 반대한다는 뜻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정반대로 ‘타종교인을 기독교로 개종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이 말의 뜻은 '남의 종교를 반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이다. 더 쉽게 말하면 '남의 종교를 반대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WCC 에서 ‘개종전도 금지주의’가 생기게 된 데에는 한국 보수기독교가 큰 자극을 주었다는 것이다.

원래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영혼구원’을 지상과제로 생각한다. 그래서 기독교 역사 속에서는 ‘영혼구원’이라는 목적아래 타인에게 힘으로 신앙을 강요하거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끈질기게 신앙을 강요하는 일이 계속되어 왔다. 수백 년 동안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진출에 뒤를 이어 선교사들이 식민지 원주민들에게 힘으로 신앙을 강요 하는 일을 계속해 왔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런 경향이 자본의 힘으로 신앙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형태를 달리해서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 세계의 전도자들이 가난한 구 사회주의권 세계에 들어가서 자본의 힘을 가지고 선교공세를 펴고 있다.

90년대 조용기 목사가 모스크바의 크레므린 광장에서 대규모 전도대회를 열어 1,000년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지녔으나 공산주의의 박해로 죽었다가 막 살아나려고 하는 러시아 정교회의 자존심을 무지막지하게 짓밟아서 반발을 샀는가하면 하바로프스크에서는 헬기를 타고 나타나서 설교 도중 청중을 향해서 볼펜 뭉텅이를 던져서 군중들이 볼펜을 집으려고 밀려들어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해서 경찰이 집회를 중단 시키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한 마디로 돈 푼 깨나 있다고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 꼴이었다.

그러니까 ‘개종 전도 금지주의 반대’라는 주장은 완전히 방귀 낀 놈이 성질부리는 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의도는 여러 소리 말고 그냥 ‘불신지옥! 예수천당!’만 외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