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준 교수(협성대)가 이끄는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KSLI)의 ‘한국서번트리더십스쿨(제1기)’이 협성대 이공관 3층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는가운데 28일 오전부터 전영호 박사(미 세인트폴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명예 교수)를 초청하여 제3강 ‘본 회퍼 세미나’를 개최했다.

<본 회퍼의 「성도의 공동생활(Life Together)」에 기초한 “영적 공동체 형성과 리더십의 역할”>을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 7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강좌에서 전영호 교수는 본 회퍼가 생애와 사역을 돌아보면서 그가 꿈꿨던 성도의 공동생활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오늘의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들이 진정한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수강생들과 함께 모색했다.

▲ 전영호 박사(미 세인트폴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명예 교수)

본 회퍼의 「성도의 공동생활(Life Together)」

강의의 주 교재로 사용된 이 책은 32세의 소장 신학자인 본 회퍼가 독일 고백교회 신학양성소의 이야기를 신앙고백처럼 4주 동안 급하게 쓴 것을 1939년에 출판한 책이다.

전영호 교수는 “본 회퍼가 도서관도 없고 책도 없는 가운데 쓴 글이지만 한 자도 쓰레기통에 버릴 수 없는 주옥 같은 글”이라고 극찬하면서 참된 공동체 생활을 원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도서”라고 소개했다.

본 회퍼가 꿈꾸던 공동체는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존재하는 공동체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이었다. 성도의 공동생활의 핵심은 하나님의 말씀 아래서(Under the Word) 이루는 공동생활, 말씀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이다.

전영호 교수는 ‘여는 강의’에서 참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이것만이 참된 기독교 공동체다! 라고 하는 독선적인 사람은 참 공동체를 이루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기독교는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타인을 용납하지 못하고 정죄하고 비판하며 컨트롤하려 하므로 오히려 ‘공동체를 부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 자신은 정직하고 진지하며 희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그리스도교적 공동체보다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꿈을 더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경고다.

본회퍼는 이미 1930년대에 ‘동질성’의 공동체가 아닌 ‘다름’의 공동체를 이야기 했다. 참된 기독교 공동체가 되려면 나와 다른 이들이 필요하고 그들을 품을 수 있을 때 참된 공동체는 형성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이 그랬듯이 이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선물’로 우리가 용납 받았으므로 영생을 위해 나와 다른 타인들을 용납하고 합해져야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항상 적(enemies) 중에 계신다”는 본 회퍼의 표현처럼 기독교에 있어서 삶을 질서있게 만들려면 적들,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품어 ‘치유’와 평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본회퍼가 말하는 참된 기독교 공동체”라고 전영호 교수는 거듭 강조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참다운 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는 사람은 “겸손히 감사하는 사람, 조그마한 하나님의 사인을 보고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가시화(visible) 된다고 덧붙였다.

그룹토의

“그리스도의 교회는 흩어진 백성들, 곧 이 땅에 흩어진 하나님의 백성들로 이루어 지는바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방국가에서 믿지 않는 사람들 중에 살아야 되나 이들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씨앗들이다”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교제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교제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다른 그리스도인을 필요로 한다”
“그리스도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다른 그리스도인에 다가간다”(본 회퍼)

전영호 교수의 ‘여는 강의’ 후 위에 제시된 본 회퍼의 제언들로 소그룹 토의가 이어졌다. 여기서 토론된 이야기들이 10개의 조별로 발표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아닌 “다름”을 수용하였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말로만 하는 전도가 아닌 몸으로 즉, 실천으로 사랑을 전하는 모습들이 필요할 것 같다”, “‘예수 중심으로’ 목회한다고 했지만 숫자에 민감했다”, “교회 안에서의 동 종류의 사람들만 선호하는 편리함을 기초로 하기에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반성했다”, “본인의 의도를 예수님 때문이라고 합리화 했다. 진정한 복음 전파는 예수님의 뜻으로 나아가는 것” 등 자성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한편,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연합’ ‘구원’ ‘영성’이라고 하는 것들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며 어디까지를 타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그룹도 있었다.

선한 사마리아인보다 여관주인이다

오후에 이어진 강의에서 전영호 교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가운데 공동체와 연관하여 중요한 인물로 여관주인을 주목했다. 송장처럼 죽어가는 강도 만난 이웃을 돈 몇 푼 주고 맡아 달라 하는데 과연 맡아줄 교회, 공동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전영호 교수는 바리새파, 사두개파, 에세네파 등 예수님 당시의 공동체가 그랬듯이 공동체에 조건이 많고 까다로워서는 안 될 것을 강조했다. 여관주인처럼 예수님은 그런 조건이 없이 누구나 다 환영했다는 것이다.

전영호 교수는 참된 기독교 공동체에 필요한 요소를 공간의 신학(Theology of Space)이라고 강조하며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이웃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환대(Hospitality)’가 바로 교회가 가져야 할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아파트의 공간이 작으면 작을수록 여유가 없고 아파트의 평수가 클수록 무언가를 사다가 채우려는 욕망이 있는 것처럼 “너무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예배의 처소나 삶의 처소 그리고 관계의 처소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창조적이고 심화적인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계몽주의 이후 실용적이고 유용한 것을 찾는 시대에 다석 유영모 선생의 말씀처럼 무용한 것을 찾고, ‘없이 계시는 하나님’을 찾아 말씀 읽기와 기도로써 영적인 ‘공간’을 비워두고 찬양, 감사, 중보로써 개인과 교회의 영적 공간을 키워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구원과 우리를 참된 공동체로 만드는 원천은 우리 밖으로부터(extra nos)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참된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형제와 함께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기보다 그리스도와 함께 형제에 대해 말해야 된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를 하나로 묶으실 수 있다. 그는 우리의 평화이다. 그를 통해서만 우리가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고, 서로 즐거움을 나누며 사귈 수 있다.”- 본 회퍼-

훈련원 대표인 유성준교수는 “서번트리더십스쿨의 모델이 본 회퍼의 지하신학교(Underground Seminary)인데 이번 본 회퍼 세미나를 통해 “성도의 공동생활”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특히 ”이번 서번트리더십스쿨의 10주과정의 목표가 신실성(Integrity)과 책임감(Accountability)인데 본 회퍼 세미나를 통해 참석자들이 본 회퍼가 제시하는 참된 기독교 공동체가 자기화 되는 기회가 바란다“고 피력하였다.

서번트리더십스쿨은 4월 첫 주는 쉬고 제4주차 과정이 4월 11일은 “세이비어교회의 한국교회 적용”(이동원목사, 지구촌교회), “제자도와 소그룹 공동체”(최상태목사, 화정 화평교회)가 진행된다.

▲ 유성준 교수(협성대. 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