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남자와 남자 혹은 여자와 여자가 연애하거나 결혼한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포함하는 동식물의 자연계에서 암수는 서로 교배함으로써 열매를 맺거나 자손을 낳도록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식물계에서는 무화과처럼 암수의 교배 없이 열매를 맺는 경우가 있지만, 동물계에서는 암수의 교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는 인간의 동성애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러한 동성 간의 사랑을 옛날부터 금했고 이성 간의 결혼이 우리의 오랜 관습이 되어 왔기 때문에 관습에 위배되는 동성애는 감성적인 면에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에서 이러한 자연에 역행하고 관습을 외면하는 동성애를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회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동성애를 용인하자고 말하는가 하면 일부 교회의 성직자들까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인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앞으로 동성애 문제가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해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

전도서에서는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고 말하면서도 해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그리고 해가 떴다가 지고 다시 뜨는 것처럼 전에 있던 것이 다시 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전도서의 기자가 살던 농경시대는 세상이 별로 바뀌지 않는 시대였기 때문에 해 아래에 새로운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물론 겨울 다음에 봄이 다시 오고 어제처럼 오늘도 해는 다시 뜨지만, 해 아래에 있는 것들은 실상 날로 변하는 법이다. 숲은 항상 그대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의 나무들은 자라서 죽는다. 숲속의 동물들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들도 자라서 죽고 개체수도 변하게 마련이다. 인간 사회에서 사람의 생명도 마찬가지고 사람의 의식도 세대마다 변한다.

앨빈 토플러가 지적한 것처럼, 1만 년 전에 시작된 농경사회는 아주 천천히 변했다. 그래서 전도서 기록자의 말과 같이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만했다. 그러나 지난 300년 동안 산업사회는 상당히 빠르게 변해 왔다. 그리고 토플러가 제3의 파도의 시대라고 말한 후기 산업사회는 아주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와서 급속한 과학의 발달은 세상을 해마다 다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한때 우주시대를 말했지만, IT산업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보았듯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머리를 이기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러한 때에 해 아래에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잠꼬대로 들릴 만하다. 그 말은 이제 해 아래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토플러는 과학과 연계된 산업의 발달을 언급했지만, 인간의 정치제도 역시 계속 바뀌어 왔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에서 보더라도 모세나 여호수아 같은 종교지도자들이 나라를 이끌던 시대 다음에 사울이나 다윗 같은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시대가 있었다. 한동안 전제군주 시대가 지속되었지만, 군주시대 다음에 민주주의 시대가 왔다. 전도서 기자의 말과는 달리, 종교지도자들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대가 다시 올 것 같지 않고, 전제군주 시대가 민주주의 시대 다음에 다시 올 것 같지도 않다.

인간의 삶에 관한 문화도 계속 변한다. 문화적 전통이나 도덕은 부족마다 민족마다 다르다는 것, 그래서 도덕은 상대적이라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그리고 한 민족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서 관습이 변하고 도덕의식도 바뀐다. 한때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 매어서 하늘과 땅, 군주와 백성, 양반과 천민, 남자와 여자는 유별하다고, 앞서 있는 것이 뒤의 것에 비해 우월하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군주와 백성, 양반과 천민의 구별이 없어졌고 남자와 여자는 차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하늘보다는 땅이 더 중요하고 특별히 가정에서 여자가 남자를 압도하는 여성상위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인문학자들은 절대 진리는 없다고 말한다.

성경의 기록은 진리

그렇지만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것은 진리라고 믿는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는 분이고 후회하지도 않는 분으로 믿는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이 영원하고 전능한 분이고 인간은 유한하고 무지하다는 데에 그리고 하나님은 선하고 인간은 악한 존재라는 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삶을 인도하는 분이다. 또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서 이 땅에 왔다고 그가 우리 죄를 위해서 죽었다고 믿는다. 이것을 우리는 진리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런 신앙적 신념 외에 인간의 삶이나 제도에 대한 성경의 기록은 많은 것이 변해 왔다. 구약에 기록된 인간 삶의 규례들 가운데에는 지금 우리가 지키지 않는 것이 많다. 구약의 희생제사를 신약시대에는 드리지 않는다. 레위기에 기록된 음식에 대한 규례에 따라 살지도 않는다. 굽이 갈라진 짐승의 고기나 피를 먹지 말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런 음식을 즐겨 먹는다. 희년도 지키지 않는다. 남녀관계에서도 유대인 남자들은 자기들이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매일 감사하는 기도를 했지만, 지금 그런 기도를 하는 사람은 없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을 천시하고 그들과 상종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선민과 이방인의 구별이 없어졌고 이방인들에게도 구원의 길이 열렸다.

따라서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 모두 진리라고 말하는 것은 오류다.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인간의 문화나 삶의 양식 그리고 도덕은 시대마다 사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족이 지키던 규범이나 심지어 신약시대에 선포된 규범 가운데에도 지금 우리가 진리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니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고집하다가는 우매한 사람으로 몰리는 수가 있다. 바울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배울 것이 있으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배우라고 말했지만, 지금 여자들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가는 봉변을 당하게 마련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노예를 필요로 하는 남부의 교회에서는 성경을 근거로 노예제도를 옹호했지만, 그것은 아전인수격인 성경 읽기에 불과했다. 인간을 노예로 부리는 것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적 지식이 인간의 사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쉽게 예를 들어서 천문학이나 지질학이 발달하면서 지구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달라졌다. 그래서 지구 중심적 우주관에 기초해서 서술된 성경의 기록이나 지구의 역사가 6,000년 정도라는 지구 이해는 재고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지구 위에 천국이 있고 땅 밑에 지옥이 있다는 소위 삼층 우주관은 우주여행 시대에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는 구약의 태고사를 읽을 때 그 기록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기록자들이 살고 있던 시대의 지식을 가지고 전능한 여호와에 대한 그들의 믿음을 기술한 믿음의 기록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전근대적인 사회에서는 천국을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 하늘 위의 어느 장소에 있는 지복의 나라로, 하나님과 천사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가 있는 구체적인 장소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 어느 우주 공간에 그런 천국이 있다고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전에 문자적으로 받아들였던 구체적인 공간으로서의 천국을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인간의 인지 능력의 발달로 인해서 문자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던 성경의 기록이 상징적인 의미로 변하게 되는 수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해 아래에 있는 많은 것이, 심지어 성경의 기록 일부까지를 포함해서, 변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성경에 기록된 동성애 금지

거룩한 삶을 강조하는 성경에서는 동성애를 금했다. 레위기 18장에서는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22)라고 동성애가 가증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례위기 20장에서는 한 걸은 더 나아가서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죽이라”(13)고 명하고 있다. 신약에서도 거듭 동성애를 금하고 있다(롬 1;27; 고전 6:9; 딤전 1:10). 따라서 성경에 근거하면 교회에서는 동성애를 금하고 동성결혼을 하는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성경의 기록에 근거해서 동성애를 금해 왔고, 지금도 많은 교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우리의 태도가 닫힘에서 열림으로, 획일화에서 다양화로 나아가고 있다. 전에는 어린아이들이 왼손으로 숟가락질을 하는 것을 극구 말렸지만, 지금은 왼손잡이를 허용할 뿐 아니라 그 장점을 인정하고 있다. 야구에서 왼손잡이 타자나 투수의 이점을 살리려고 한다. 그리고 이분법적 차별을 버리고 양면수용으로 나아간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고 차별하던 사회가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때 유림에서는 여성호주제를 반대했지만, 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가 실시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인권억압의 시대에서 인권옹호의 시대로 나아간다. 백인과 흑인을 차별하고 흑인을 노예로 삼았던 미국에서 이제는 흑인이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된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와서 청교도 신앙에 기반을 둔 미국의 연방대법원에서는 2015년 6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실상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국가는 2015년까지 15년 동안 21개국으로 늘어났고 그 나라들은 대부분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등 유럽의 선진 국가들이다. 그리고 동성애자 커플 등록을 허용하는 나라들까지 포함하면 동성애를 허용하는 나라들은 모두 35개국이다. 심지어 성공회의 신부들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나라들도 61개국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나라들은 주로 아프리카와 이슬람권의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동성애 문제는 어제 오늘에 와서 대두된 것이 아니다. 이미 구약시대부터 있었던 일이어서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완전히 제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인권을 중시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사회에서, 앞에서 언급한 동성애 허용 추세에서 보는 것처럼, 동성결혼이 더욱 확대되어 갈 것이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금하고 있다. 아직 한국교회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세력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부 진보적인 교회에서는 동성애를 찬성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를 감안할 때, 유림에서 반대하던 여성 호주제가 합법화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동성애나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날도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동성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소수자의 그룹에 속하면서 어려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동성애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다. 물론 동성애가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에이즈 문제를 일으키고, 양성의 교배를 통한 자손의 번식이라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우리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성경의 금기를 어기는 가증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누가 자진해서 경제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익도 없이 남들의 눈 밖에 나는 사회적 따돌림을 선택하려고 하겠는가? 동성애가 그들에게 불가피한 것이라면 소외된 그들을 품는 것이 그리스도적인 태도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스도는 사마리아인들, 병자들, 그리고 여인들처럼 고통을 겪는 소외된 사람들을 품어주셨다. 유대사회에서 아무도 이방인으로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되는 나환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여자로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불가피한 일이었다. 동성애자들에게도 그들을 소외자로 만드는 동성애는 불가피한 일이다. 동성애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낀다 하더라도, 소외된 그들을 품으려는 것은 그리스도의 제자다운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