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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없는 목사
이계선  |  628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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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3월 20일 (일) 14:05:13
최종편집 : 2016년 05월 07일 (토) 11:27:31 [조회수 : 8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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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가 없다. 사람들은 내가 발이 넓고 친구가 많은 줄 안다. 행사 때마다 손님들이 꽤 오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면 그만이다. 이벤트가 끝나면 나는 달을 보고 짖어대는 외로운 늑대가 된다. 친구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버지니아 숲속에 사는 해암(박평일)이 차를 몰고 올라왔다. 지난해 “예수쟁이 김삿갓”출판잔치 때 만난 뉴욕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금강산(식당)으로 달려왔다.

“여나믄 명이 만나 밥 먹고 얘기하다 헤어지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스물 세 명이나 나와 주셔서 야단났습니다. 너무 많이 모여 순서가 없으면 무질서하고 답답하게 됐으니까요. 자, 이제부터 즉석 엔터테이먼트입니다. 자기소개를 하면서 장기자랑으로 웃음꽃을 만들어주세요”

자기소개가 끝나자 해암이 마이크를 잡았다. “기다리는 마음”을 팝송 스타일로 불렀다. 앵콜로 팝송. 영어를 잘해서 그런지 팝송이 더 좋았다. 지상 김길홍목사가 복음성가 “거기 너 있었는가?”를 불렀다. 내 아내 이현자가 여성대표로 뽑혀 마이크를 잡았다.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 와 “동백아가씨”를 열창했다. 동백아가씨가 돋보였다.

여고시절 이미자의 노래를 하도 잘 불러 별명이 ‘이미자동생 이현자“였다나? 들어보니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 이미자보다 목소리가 굵고 큰데다 약간 클래식스타일로 들려서 좋았다.

“동백아가씨는 코맹맹이로 불러야 제 맛인데 그러면 이미자의 모창같아서 비음을 뺐어요”

우리부부는 동백아가씨와 연분이 있다. 아내는 동백아가씨를 한곡 부르고 천불을 받은적이 있다. 난 “동백아가씨를 노래하는 목사”라는 유고문집을 써주고 5천불을 벌었다.

강석휘(82세)옹이 냄비를 쓰고 나와 “이민아리랑”을 발표했다. 냄비장단에 맞춰 춤과 노래와 만담으로 엮어지는 유랑극장 이민아리랑.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없이/ 떠나가는 김포공항 747 이민여객기...” 그렇게 김포공항을 떠나온 이민자는 이민의 땅 뉴욕뒷골목을 헤매면서 복수의 탄식 “딜라이나” 를 노래한다. “어두운 골목길 후러싱 거리를 헤맬때/....와이 와이 왜 왔나?” 한 시간짜리 코미디를 잠깐 맛 뵈기로 보여줬는데도 즐거웠다.

이어서 성악가 서병선 테너의 목소리로 “고향생각”이 울려 퍼졌다. “고향생각”과 “은발”은 그 누구도 따를수 없는 서병선의 명창이다. 최정자시인의 시낭송이 끝나자 다같이 일어나 손을 잡고 “만남”을 불렀다. 만날적 마다 부르는 우리들의 폐회송 만남.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사랑해”

즉석으로 꾸며본 엔터테인먼트가 그럴듯했다. 가곡 성가 가요 팝송 코미디 시가 있는 돌섬스타일의 열리문학회였으니까. 누가 한마디를 했다.

“뉴욕커들은 프로선수들이야. 준비 없이도 즉석무대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다니!”

“이제 헤어지는 시간입니다. 혹시 갈데가 없는 분(?)은 돌섬으로 갑시다”

해암 박평일 송하 김상옥부부 3인이 우리부부를 따라 돌섬으로 차를 몰았다. 송하는 해암의 서울대 1년선배로 형제처럼 지내는 아프리카 은퇴선교사다.

돌섬에 도착하니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120가 던킨집을 찾았다. 포구(灣)안에 몰래 숨어있는 아름다운 커피집이다. 물건너 북쪽으로 맨해튼의 저녁나절이 희미하게 보였다. 엠파이어빌딩을 멀리 바라보면서 해질너트 커피를 마셨다. 보스턴크림 도너츠를 안주 삼아가며. 커피향에 취한 5인은 베이(灣)가 아닌 오션(바다)쪽으로 가서 비치를 걸었다. 돌섬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기고 가야지.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돌섬(Far Rockaway)은 북쪽은 자마이카베이(灣)요 남쪽은 대서양(바다)이다. 해변이 어두워 오자 우리는 둥지를 찾아 아파트로 돌아 왔다.

밤 깊도록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5인의 지난 이야기들이 유랑극단의 레파토리처럼 여간 재미 있는게 아니다. 풀어낼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노변야화(爐邊夜話). 그러다 답답하면 밖으로 나가 어둠의 거리를 걸었다. 70넘은 5인의 남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명동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처럼 즐거웠다.

“취침시간입니다. 2명이 자는 원베드룸 시영아파트에 5명이 자려면 고생께나 해야해요”

아프리카에서 원주민들과 생활했던 김상옥목사가 말했다.

“제가 함석헌 선생님댁과 김재준 목사님댁에서 잠을 잔적이 있습니다. 청와대 영빈관을 벌벌 떨게 했던 천하의 장공 김재준 박사댁의 방이 꼭 등촌 이목사님 방만 했어요”

남자들은 눕자마자 코를 골았다. 눈을 떠보니 해암이 새벽바다로 출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자들 몰래 남자들 셋이서 바다로 나갔다. 10분을 걷자 새벽파도가 철석거리며 나타났다.

돌섬 산책길은 두 가지코스. 파도를 따라 모래를 밟고 걸어가는 30리 백사장. 그리고 백사장을 따라 나무와 시멘트로 만든 보드워크 걷기.

우리는 보드워크를 가로 질러 백사장으로 달려갔다. 어둠을 헤치고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와! 태양이다. 태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면서 물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붉은 불덩어리였다. 커다란 황금덩어리였다. 황금보다 값지고 아름다운 생명덩어리였다. 그래서 태양빛이 닿는곳에 꽃과 새와 과일이 생성된다. 그 태양을 새벽에 보는 것이다. 새벽에 보는 태양은 창세기의 태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조와 생명의 태양. 누가 박두진의 시를 읍조렸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태양이 떠오르자 사방이 밝아왔다. 보드워크위로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사이로 안개꽃밭이 생겨나고 있었다. 돌섬 밤바다는 밤새안개로 덮인다. 해가 떠오르면 안개는 모래위로 밀려나다가 보드워크로 올라가 사람과 사람사이로 숨어버린다. 그래서 30리 보드워크가 안개꽃으로 덮어버린다. 그래서 새벽 보드워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안개꽃을 입고 은하수를 걷고 있는 것처럼 멋저보인다. 아침해가 밝아오면 곧 아침안개처럼 사라져 버릴테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헤르만 헷세의 "안개"가 생각난다.

 

      안개속 에서

                                   -헤르만 헷세-

이상하여라! 안개 속을 걷고 있으면/ 숲이며 돌은 저마다 외로움에 잠기고/ 나무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나의 인생이 아직 밝던 시절엔/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는 안개가 내리어/

보이는 사람 하나도 없다//

어쩔수없이 조용히 모든 것에서/ 사람을 떼어놓는 그 어둠을/ 조금도 모르고사는 사람은/

참으로 현명하다 할 수는 없다//

이상하여라! 안개 속을 헤매고 있으면/ 인생이란 고독한 것/ 사람들은 서로 모르고 산다.

 

우리는 발목이 시도록 돌섬의 아침바다를 걸었다. 40가 던킨집에 들려 보스턴크림도너츠에 해질너트커피를 들었다. 몇시간후에 그들은 돌섬을 떠날것이다. 나는 친구가 없는 목사다.

 

   
▲ 돌섬의 새벽태양을 만나러 가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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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평 (122.35.176.192)
2016-03-23 21:26:22
저는 이 목사님을 모르는 사람입니다만, 일단 정년을 하고 나면 전화도
별로 오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미국의
돌섬에 사신다니 찾아오는 사람이 아주 적겠지요. 그것은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 사시면 좀 다르겠
지만, 한국에 살아도 활동하실 때 같겠어요? 그래도 10명 정도를
예상하셨는데, 20여 명이 오셨었다니 친구가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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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24.193.138.180)
2016-03-25 00:12:10
은퇴하여 돌섬에 들어온 5년동안 우리집을 찾은 손님이 40년목회때 보다 더많지요. 원수짓고 사는이가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친구가 많을수록 친구가 그리워요.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단독자의 외로움을 느끼니까요.나에게서 멀어지는 외로움때문일겁니다. 늙고 병들었으니까요. 헷세의 "안개개속을 걷고 있으면"이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운줄 몰랐읍니다. 그게 행복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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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바람 (218.156.205.133)
2016-03-21 21:51:43
히야! 내가 아직도 뉴욕에 있었더라면, 한 구석에 앉아 나도 너스레를 좀 펴는 건데. 지리산 아래엔 지금 산수유, 매화, 개나리가 한창 피어나는 계절, 졸지에 관광버스들이 줄을 지어 달려와서, 난 아예 집 안에 틀어박혀, 태국의 수도 방콕을 지키고, 방굴러대시기로 세월을 보내니..... 그립군요. 그 모든 얼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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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 (24.193.138.180)
2016-03-22 01:20:47
허균 허난설헌 만큼 서러원 성수 금현! 서울대학들어갔으면 권력지향으로 나갔어야지. 괜히 괜시리 목사계로 뛰어들어 국고만 탕진. 세월한탄은 우리같은 허맹생들 몫이오. 돌아와요. 대국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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