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개혁특별위원회 발족 17개월만에 해단

감리회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전용재 감독회장, 이하 개특위)가 결성 17개월만에 활동을 끝내고 15일 오후 감리회본부 회의실에서 해단식과 자체 평가회를 가졌다.

38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개특위는 약 1년여간에 걸쳐 전원회의 및 워크숍(11회), 심포지엄(2회), 포럼 및 간담회(10회), 실무지원모임(101회) 등의 활동을 의욕적으로 펼치며 감리회 개혁과제를 수립, 장정개정위원회에 개혁입법안을 제안했지만 장개위 논의과정에서 대부분 채택되지 못한채 막을 내렸다.

개특위는 해단식에 이어 평가회를 갖고 개혁실패를 선언했다. 남재영 목사는 발제 <동력없는 개혁의 참상>에서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개혁을 운동이 아닌 정치로 하려다가 개혁동력을 잃고 실패했다"고 원인을 분석했고, 논찬자인 박일령 목사는 "개혁실패의 결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절망감과 패배주의가 팽배해졌다"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 감리회개혁특별위원회가 결성 17개월만에 해단식을 가졌다.

해단식에서 전용재 감독회장은 “여러분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고 중요한 변화를 위해 기여했다고 본다”고 치하하고 “끝난 것이 아니고 이번에 미진한 것은 다음 입법의회에서 더 보완해서 좋은 입법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자”고 위원들을 독려했다.

이기복 부위원장도 “많은 경비와 시간을 들여 수고했는데 기대보다 많은 열매를 맺지 못해 개혁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아쉬움을 나타낸데 이어 “개혁이 말과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부족한 것을 느끼고 희망을 잃지 말고 꿈과 사명을 가지고 감리회 개혁을 위해 힘을 모아가자”고 독려했다.

감독회장의 지원과 감리회의 개혁 열망을 한 몸에 받으며 개특위가 출발했지만 해단식 자리에 10여명만이 참석해 씁쓸함이 더했다.

▲ 남재영 목사가 "동력없는 개혁의 참상"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남재영 목사 발제 "동력없는 개혁의 참상"

이어진 자체 평가회는 개혁특위의 실패 이유를 찾는데 집중됐다. 평가회 발제자로 나선 남재영 위원(빈들교회)은 “개혁은 동력이 충분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개혁실패의 원인을 동력의 부재에서 찾았다..(아래 기조발언록 참조)

남목사는 먼저 개특위가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 운동이 아닌 정치로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점’을 개혁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즉 개혁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되어야 했지만 개특위가 감독회장에 의해 구성되다 보니 감독회장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개혁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비판이었던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하려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철저한 반성과 자기성찰, 그리고 개혁아젠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개혁의 대상도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감독회장이 복귀하고 난 다음 본인의 하자를 치유하고자 개혁드라이브를 시도했는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개혁을 천명해 나갔더라면 많은 동력들이 모여질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러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목사는 개혁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용재 감독회장이 ‘신기식 목사와 소취하를 합의하고 김충식 목사를 장정개정위원장으로 수용한 점’을 들었다.  “가장 큰 패착”이라고 표현한 이 “타협”이 “결과적으로 개혁특위의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어 놓았고 개혁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김충식 목사가 장정개정위원장이 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장개위가 이끌려갔고 이에 야합한 반개혁세력의 방해로 '잘 만들어진' 개특위의 개혁안이 장개위를 거치면서 누더기가 되기도 하고 휴지통에 들어가기도 하며 감리회 개혁과는 먼 결과로 귀착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목사는 결론에 이르러 자신들이 만든 개혁입법안에 대해서 만큼은 “이질적인 두 세력이 연합해서 만든 첫 작품”이라고 의미를 후하게 부여했다. 개혁은 실패했지만 “감리회안에서 소위 ‘운동권’과 ‘정치권’이 이질성을 극복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충분하게 소통하며 개혁입법안을 완성해 내놓아 훗날 개혁운동사에 의미있게 기록 될 성과이고 <전용개 개혁안>으로 불리면서 두고두고 감리회 개혁운동사에 회자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 개특위원인 차흥도 목사의 사회로 평가회를 가졌다. 좌측은 논찬자인 박일령 목사(팟캐스트 '보이스 오브 후지자' 진행자)다.

"개혁실패로 절망과 패배주의 팽배해져"

박일령 목사(40. 팟캐스트 '보이스 오브 후지자' 진행자)가 젊은 목회자의 입장에서 남재영 목사의 발제에 대해 논찬했다.

박목사는 먼저 남재영 목사가 개혁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뭘 잘못했는지 스스로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특위가 스스로 개혁의 주체임을 천명하며 개혁의 대상을 반개혁세력으로 대상화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몇몇 주도적인 진보적 위원을 포함해 개혁특위 자체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현실을 알려준 것이다. ‘개혁의 대상이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건가’하는 세간의 지적은 다름아닌 개혁특위를 향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박목사는 개특위원들에게 “미래가 젊은이들의 시대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내게 개혁의 모든 것을 맡길수 있겠는가?”하고 묻고 “그러나 믿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는 개혁을 맡기지 않는다”스스로 답을 내면서 개혁과정에서 젊은이들의 참여가 배제됐던 점을 개혁실패의 한 이유로 지적했다.

또 감독회장을 향하여 “원래 의지가 없는거 아니냐고 보는이가 많다”는 여론을 전달했다. 장개위와 입법의회에서 ‘심의-상정-통과’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는 구조에선 개혁안이 채택될 수 없는게 뻔한데도 개혁을 김충식 위원장에게 맡겨 실패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므로 감독회장은 김충식목사를 장개위원장으로 세울때부터 “이 안만큼은 직권상정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목사는 마지막으로 개혁법안들이 장개위에서 폐기되거나 입법의회에서 줄줄이 부결되었던 현장을 목격하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젠 독립연회 하고 싶다”, “정말 안되는구나”, “감리회가 새로워 질수 없다”는 등의 절망감과 패배주의가 팽배해 있다면서 “개혁실패에 대한 개특위원들, 특히 감독회장의 책임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개특위 개혁노력 이어가야

해단식에 참석한 개특위원들을 중심으로 자유토론을 가졌다. 위원들 사이에서 개혁실패의 원인으로 ‘개혁본질에 다가서지 못한 소양부족’, ‘감리회 정치지형을 읽는 전략부족’, ‘기득권 세력의 저항’, ‘서로 존중하는 자세의 부족’, ‘존경받는 지도력의 부재’, ‘너무 광범위한 개정시도’, ‘개혁의 대상화’ 등이 지적됐다.

그러면서도 참석자들은 개특위 활동에 대해 “시도해 보았다는데 의미를 두자”거나 “이렇게 도전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자위한데 이어 “이번의 결과물을 보고서로 만들어 중장기 연구과제로 후대에 남기자”고 제안하고 개특위의 개혁의지를 이어갈 ‘제2기 개혁특별위원회’의 출현을 기대했다.

감리회개혁특별위원회는 전용재 감독회장이 총회실행부위원회에 제안하여 2014년 7월 21일 위원38명으로 구성된 감독회장 직속기구이다. 1년여에 걸쳐 감리회 개혁과제를 연구 검토하여 마련한 개혁입법안을 장정개정위원회에 제안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감리회의 진보적성향의 그룹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개혁을 시도했으나 감리회구성원들로부터 넓은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며 개혁에 실패했다.

▲ 2014년 7월 21일 개특위 발족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