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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의 지혜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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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2월 01일 (월) 22:14:26 [조회수 : 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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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두 아이가 잠들기 전에 러시아 민담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재작년 저의 생일선물로 받은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를 잠자리 동화로 읽어주기 시작한 것이 민담으로 이어져 한국, 중국 한족, 중국 소수민족, 이스라엘 민담에 이어 5번째 읽는 민담집입니다. 사실 민담전집은 제가 읽어야 하는 것이어서 구매한 것이었습니다. 권당 4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18권의 민담전집은 아직도 완간되지 않았습니다. 열의에 들떠 구매를 하였지만 저 혼자서  민담을 꾸준히 읽어 내려가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침 아이들이 민담을 읽어달라고 했고 마지못해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민담의 이야기들은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이 많습니다. 주로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찾아 고단하고 위험한 긴 여행을 한 후에 지혜(보물, 아내)를 얻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마치 천일야화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즐거워합니다. “오늘은 두 개만 읽자.”하고 규칙을 정하고 읽어주면 30분이 훌쩍 지나갑니다. 목은 좀 아프지만 저도 얻는 것이 많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지루해서 읽을 수 없었을 것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더디지만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민담 속에서는 주로 막내이거나 주변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여러 고난을 겪고 우연을 경험하면서 결국은 지혜를 얻습니다. 가족 안에서 가장 많은 권리를 가진 장자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제가 지금까지 읽은 나라들의 민담에서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담이나 동화 속에서도 형이 욕심쟁이이고 동생이 착한 것으로 나오는 것이 주이고 간혹 형과 동생이 서로를 위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큰아이는 민담을 들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자신은 동생에게 양보도 많이 하고 동생이 더 사랑을 많이 받는데 왜 형이 나쁘고 동생이 착하다는 이야기만 많은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여기 이야기에서 나오는 형은 힘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뜻하는 것이고, 동생은 더 힘이 약한 사람을 뜻하는 거야. 형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것을 뜻하고, 동생은 겉으로 보기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것을 뜻하기도 해. 민담은 상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 그러면 상징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어려운 설명이지만 큰아이는 어렴풋이 이해를 하고 이야기 속의 형이 자신을 뜻하고 동생이 자신을 귀찮게 하는 저희 집의 둘째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얻습니다.

   민담에서 깨닫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며, 그 소중한 것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 때로는 전혀 그런 눈이 없다고 해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소중한 것이 이미 곁에 와 있다는 것 등입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보인다고 믿는 것도 실재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돈도 권력도 학력도 실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세상이 만들어 낸 개념일 뿐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도 분명히 실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랑입니다.

    어느 이야기에서는 처음부터 아름다운 공주를 아내로 맞은 형들은 결국 자신들의 자리를 잃고 말지만, 개구리를 아내로 맞은 막내는 지혜(지혜로운 아내)를 얻고 왕국을 얻습니다. 돈이 상징하는 물질의 세계에서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만을 쫒아 살아가다 보면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돌볼 시간과 여유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공주들(이 상징하는 것들)이 당장 불확실한 세상에서 잠시 잠깐의 위로를 손에 쥐어 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허상이어서 삶의 공허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개구리 속의 보이지 않는 아내를 찾아 만나게 될 때에라야 참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지혜를 얻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예수님이 칭찬하는 복 있는 사람(마5:3-12)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서 안락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납니다. 날마다 그렇게 경계선에 서서 고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적인 삶, 진리를 발견하는 길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실재를 끝없이 이야기 해주는 말씀을 상고하고, 질주하듯 내달리는 삶에서 한걸음 물러나 멈추어 설 수 있다면, 제게도 소중한 것을 알아보는 눈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오늘 하루, 세상의 달리기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용기가 솟아나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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