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안을 안고 산다.태어나는 순간, 신생아가 웃지 않고 우는 이유는 아마도 불안 때문이리라.엄마와 의 분리로 말미암은 불안이 울음을 터트리는 게 아닐까. 하지만  아이를 품에 안고 따스한 눈길을 주는 엄마의 사랑에 힘입어 아이는 불안을 극복하며 생소한 환경을 하루하루 견딘다.그러나 갓난아이의 평안은 그리 길지 않다.  어느 유아라도  피할 수 없는 큰 위기가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라는 낯선 존재가 의식되는 때다.이제까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엄마와 하나가 된 아이에게 아버지는 겉잡을 수 없는 갈등과 불안을 일으키는 존재다.  이 삼각관계 속에서 불안을 극복한 경험의 양태는 마음의 깊고도 진한 흔적으로 남아 평생을 알게 모르게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의 불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심리적 불안을 쉬지 않고 일으키는 인간 내면의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두 마음의 구조다. 인간은 누구나 한 마음만 갖고 살지 않는다.서로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두 마음이 한 사람 속에 버티고 있는 현실은 인간을 갈등과 불안이라는 질곡 속으로 쉼없이 밀어넣는다. 성적 충동과 도덕적 규범, 공격성과 측은지심, 야수적인 본능과 양심,선한 의지와 악한 의지, 양같은 욕망과 늑대같은 욕심 등 서로 팽팽하게 대치하는 두 세력 간의 다툼은 마음의 갈등과 불안을 끊임없이 일으킨다.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불안을 관리하고 극복하며 살기에도 벅찬 인간을 괴롭히는 불안은 또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외부 환경적인 요인으로 말미암아 밀려오는 불안이다.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이 불안이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겹치면 인간의 불안은 더 커지고 증폭된다.이렇게 커진 불안을 건강한 자아가 잘 관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불행과 고통에 빠진다.불안을 잘 다루면 그것은 진보와 성숙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엔 신경증이나 정신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요즈음 우리들의 불안 지수를 한층 높이는 사회환경적인 요인이 있어  온 나라가 시끄럽다.한반도만이 아니라 주변 나라들도 그렇다. 2016년 새해를 열자마자 북한이 행한 수소탄 실험 때문이다. 이 실험은 북한의 제 4차 핵실험으로서 한반도만이 아니라 온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자못 크다.

"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습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013년, 한국의 종단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의 위협을 언급하며 이 말을 했다.북한의 핵실험 횟수가 4차, 그것도 수소탄 실험까지 한 이 시점에서, 우리의 불안과 고통의 짐을 덜고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핵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북한 핵

북한은 이번에 수소탄 실험을 성공했다고 밝혔다.수소탄은 일반 핵폭탄을 이용해 수소 핵융합을 일으켜, 폭발력을 한층 높인 핵폭탄이다.이미 10 여개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수소탄까지 갖는다면,이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수소탄은 일반 핵폭탄보다 대략 500배~1,000 배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반 핵폭탄이 웬만한 도시 하나를 파괴할 수 있다고 볼 때, 수소탄은 어지간한 나라 하나를 없앨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져  13만 명(조선인 4만 명 포함)의 목숨을 앗아간 핵폭탄은 현대 핵폭탄에 비하면 장난감이다. 

수소탄 실험은 우선 한국은 물론 주변국들의 군사력 강화를  더욱 촉진할 게 뻔하다.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한층 키워주는 동시에 군산복합체들(대기업들)의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해주게 될 것이다.이는 상대적으로 그 나라들의 복지는 줄어들고, 일반 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주변국 평화운동 세력들의 목소리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수소탄실험 성공 여부를 아직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수소탄을 갖게 된다면 그 수소탄 자체 보다 더 불안을 가져다주는 것이 있다.그것은 다름 아니라 북한의 핵폭탄 버튼을 누를 권한을 가진 권력 집단이다.수령주의적 왕조체제에서 정치-군사 권력을 쥐고 있는 소수의 집단과 그 집단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불안을 야기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다.  비극적인 전례가 있다. 5백만 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이다.김일성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소련과 중국의 후원을 받아  일으킨 전쟁이 한국전쟁 아닌가.그것은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상태에서 벌어진 불장난이었다. 그것은 두고두고 한반도를 옥죄는 원죄와 같은 것이 되었다. 국제 미아처럼 고립되어 당하는 북한의 모든 고통의 뿌리엔  그 원죄가 있다.  이 원죄를 지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민족과 인류 앞에서 사죄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의 손마다 수소탄이 들려진다 해도 고통과 저주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심히 불완전한 존재다. 허물 투성이다.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다.그러므로 인간이 함께 모여 사회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다양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 견제하고 북돋는 가운데 집단지성을 모으고 살려야 그나마 안정된 사회를 꾸릴 수 있다.자유로운 사람들이 서로 보완하며 연대할 때 비로소 진보와 성장도 도모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 사회의 시스템은  어떤가? 왜곡된 유교적(봉건적) 수직문화와 상명하복적인 군사문화가 지배하는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에서 소수 ,아니 한 사람에게 핵폭탄의 버튼이 맡겨진 점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3대째 대를 이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기형적인 북한, 그 사회의 권력자의 손에 쥐어진 핵폭탄은 만성적인 집단 불안을 증폭시키고도 남는다. 알게 모르게 말이다. 

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북한은 물론 모든 나라의 핵무기 폐기를 원한다.특히 북한에게는  폐기와 더불어 사회의 민주화도 촉구한다. 

미국의 핵

북한의 수소탄 실험 나흘만인 지난 1월 10일, B -52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핵미사일을 탑재한 그 미국 폭격기는 괌에서 날아와 일종의 시위를 한 것이다.  북한을 위협하며, 금방 평양이라도 공격할 기세가 느껴졌다. 그 폭격기 사진까지 처음으로  공개하는 언론 보도를 접하며 구세주라도 만난 듯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심한 불안과 공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상황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으로 대처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었다.그 방식은 미국 군수산업체의 주가만 더 올려주고, 한반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지금은 주먹 자랑 할 때가 아니다. 주먹으로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을 도모할 때는 더욱 아니다. 한반도에서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주변 강대국들은 큰돈을 벌겠지만 우리 민족은 공멸한다. 

그런데 한쪽에선 우리도 핵무기 개발을 하자는 소리가 들렸다.그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군사주권도 없는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만약 선언한다면, 그날은 바로 망국으로 가는 날이 되기 때문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다가 식량자급률이 고작 20% 대에 지나지 않는 남한은 그날부터 강대국들의 제재를 받아, 북한보다 더 고립되어 결국 고사하고 말 것이다. 누군가는 "3일만 꾹 참으면 된다"는 말도 했다.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전쟁을 하자는 선동이었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주제에 가당치도 않은 말이지만, 만약 그리 한다치자. 북쪽에서 불과 몇 분이면 날아오는 일반 미사일 하나만 만약 서울 한복판이나 부산 고리 원전에 떨어져도, 두 눈 딱 감고 3일만 참으면 되겠는가. 그리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 그것도 우리의 선택지는 아니다.그것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서 북한이 아니라 중국 견제용이다.그 배치는 미국 무기기업을 살찌울 뿐 아니라 중국을 매우 자극하는 일이다. 그것은 경제 대국 중국의 보복을 자청하고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을 한반도에 유치할 위험성을 높인다. 지금 우리 민족의 살 길은 하나 뿐이다.남과 북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로 가는 길이다.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의 길 만이 살 길이다. 공멸이냐 평화냐, 이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한 나라다.그 핵무기를 처음으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가장 세고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도 미국이다. 러시아와 더불어 8,000 기 정도의 핵탄두를 가진 미국은 2,150기를 실전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013년 기준).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폭탄을 사용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그 뒤 미국은 남한에 핵무기를 배치했다.미국의 외교문서를 분석한 이재봉 교수(원광대)에 의하면,  1958년에 핵무기를 남한에 처음 들여온 뒤 미국은 1970년 대까지 800기의 핵탄두를 배치했었다.(이재봉의 법정 증언,들녘 .2015) 

한편 리영희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은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때부터 1980년까지만 보더라도 세계 도처에서 26 차례 핵무기의 사용 계획, 위협,작전 태세를 갖춘 적이 있다.  같은 기간 동안 구소련은 8차례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거나 위협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보자. 

1. 1946년  이란 사태 시 소련에 대해.

2. 1948년  베를린 봉쇄 시 소련에.

3.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4. 1954년  베트남의 프랑스군 패전 시 월맹에.

5. 1954년  중공과 대만 충돌위기 시 중국에.

6. 1962년  쿠바의 소련 미사일 배치 시

7. 1968년  원산 앞 바다에서 미국 첩보함 푸에블로함이 북한에 납치 당했을 때 

8. 1973년  아랍과 이스라엘 전쟁 시

9. 1980년  이란 혁명 위기 때 

미국은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작동하는 나라다. 하지만 갈수록 형식적 민주주의가 심화되고,사회 불평등은 고조되며,  자본권력이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이 농후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어, 미국은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미국의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많은 미국인들이 인정하듯 돈잔치다. 자본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핵폭탄 사용의 권한을 손에 쥐고 있는 권력가들은 생명과 평화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과 이윤의 논리를 따라 활동한다.  자국 안에서는 정의와 평화를  말하는 정치인도 나라 밖에선 철저히 자본의 논리를 따라 활동하는 경우가 흔하다.(물론 이런 생리는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강대국들의 공통적인 생리다.)  전술적으로는 때로 평화를 말해도 전략적으로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를 따라 활약한다.바로 이 점이 미국의 군사력과 핵에 대한 세계인들의 우려와 불안을 높이는 큰 요인이다.

미국에서 각종 군사무기를 비롯한 핵무기는 정부가 생산하지 않는다.민간 기업이 생산한다. 록히드 마틴, 보잉,제네럴 다이내믹스 등 유명 핵무기 대기업들의 목표는 오로지 '이윤 남기기'이다.이를 위해 그 기업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노다지와 같은 무기사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악착같이 로비활동을 한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 일어나기를 학수고대하거나 전쟁을 쉬지 않고 조장하고 도모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 사업의 이윤을 위해 일할 정치인을 고르거나 내세워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한다. 미국의 14개 군수기업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뿌리는 로비 자금은 막대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12년 총선에서 뿌린 정치자금이 약 300만 달러이고, 2015년 살포한 자금은 6,700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미국의 경제는 '전쟁경제'라 할만큼 전쟁 의존도가 높다. 미국은 주먹과 돈으로, 특히 핵무기와 달러로 지구촌을 지배하고 주무르며 요리한다.미국은 전쟁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 룰'(박인규 옮김,오월의 봄 2013)이란 책을 쓴 앤드루 바세비치(미 육군 대령 출신,보스턴대학 교수)는 미국의 그런 생리는 미국 전체 사회의 시스템 문제라고 진단한다.그러면서 그는 그런 생리를 가진 미국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경고한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주제로 연설을 한 뒤 노벨 평화상을 탔다.(2009년)  그 때 그는 미국의 핵무기 역할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015년 9월, 그는 자신의 약속을 스스로 깨트려버림으로써 자신의 노벨평화상에 먹칠을 했다.그는 향후 30년 간 핵무기 현대화를 위해 무려 1조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는 엄청난 발표를 한 것이다.그리고 미국은 지난 1월 12일 전술핵무기 B61-12 실험을 네바다 사막에서 했다.그러면서 미국은 또 1천개의 신형 핵무기 개발을 위해 300억 달러를 쓰겠다고 발표했다. 오바마도 별 수 없이 자본권력에 포섭된 한 정치인일 뿐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요즘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 과연 미국의 대외 군사전략이 달라질까?

지금 지구촌의 손바닥만한 평화는 소위 '공포의 균형'에 의해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류의 합리적 이성이나 도덕적 역량 혹은 깊은 영성에 힘입어 평화가 유지되는 게 아니다. 피투성이인 채, 보복이 두려워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가련한 꼴일뿐이다. 우리는 곧 깨질듯한 유리 평화를 손에 들고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앞으로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 뒤 인류의 전쟁은 막대기와 돌을 갖고 싸우는 전쟁이 될 것이다"  

나는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지만, 미국의 핵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 

한반도 핵문제를 풀어버리고 평화를 확장할 지혜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은 휴지조각이 된 듯한 9.19 합의(2005년 6자회담)엔 매우 소중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 이렇게 여섯 나라가 모여 만든 이 합의의 골자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이었다. 이를 위해 북한은 기존의 모든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개발 계획까지 폐기하고, 미국은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안을 그 합의는 마련했다.  이와 연관된 부분(합의 제 2항 일부)을  직접 인용해 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

현시점에서 9.19 합의는 한반도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본다.그런데 그 좋은 합의가 왜 조금도 실현되지 않을까? 왜 그것은 휴지조각처럼 되었는가? 무엇보다 한국의 군사주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자본논리 그리고 북한의 수령주의적 왕조체제라는 고개들이 높고도 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칭의의 은혜부터 다시 받아야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래야 주변국들도 협력하고 하나님도 도우실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는 무엇인가. 그동안 한국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현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다수 한국교회는 예수라는 이름을 이용하여 돈신을 섬기는 종교로 전락된 지 오래다.  해방 후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회개를 하지 않고, 미군정의 특혜를 받으며 출발한 한국교회는 지난 수십년 동안 돈이 왕노릇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매우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양극화 사회에서 숭미적인 대다수 한국교회는 자본권력에 수종들고 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세번째로 사회 불평등이  극심한, 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나라인 한국(가령, 국민 10%가 나라 전체 자산 70%를 갖고,  50%가 1.7%의 자산을 갖고 있다.소득 불평등 수준도 극심하다.)에서 한국교회 대다수 회중은 가난한 계층에 속한다. 그러나 신앙 의식은 소수 부자 계층의 의식을 좇고 있다.그러니까 한국교회의 몸은 가난한데 머리는 소수 부자들의 의식인 것이다.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꼴이다. 다시 말해 부자를 선망하며 소수 부자들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소수의 부자 계층을 위한 이상한 집단이라는 말이다.

한국교회가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고, 어느 인간이나 지배 계층이나 국가나 민족이나 강대국을 우상화하는 체질까지 극복하며, 평화(생명)를 도모하는 공동체가 되려면 ,큰 영적 전환이 필요하다.한반도 평화를 가로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평화를 한반도에 심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려면 무엇보다 영성적 변혁이 필요하다. 자기주도적인 자세와 의지로 한반도의 평화를 도모하려면 하나님과 연합하는 은혜가 절실하다.

그 변혁은 신앙적 성격과 체질을 바꾸는 것으로서 신앙의 기초부터 새로 닦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는 은혜의 주님을 모시는 것이다.주님이 주시는 은혜를 받는 게 아니라 은혜의 주님을 영접하는 데 초점이 있다. 은혜라는 선물(Gabe)을 받는 일에 몰두하는 신앙생활과 그 선물을 주시는 주님(Geber)을 모시고 사는 일에 몰두하는 신앙생활은 차원이 아주 다르다. 나이가 100세를 훌쩍 넘긴 한국교회는 그동안 은혜 받는 일에 몰두해 왔다.그러다 보니 이제 예수 이름을 이용하여 돈신을 섬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종교개혁의 전통을 가진 개신교회의 뿌리인 칭의(Justification)의 은혜란 무엇인가.인간의 선행이나 수행,공로나 업적이 아니라 예수를 믿음으로 얻는다는 칭의 -구원이란 무엇인가.

'칭의 稱義'-구원이란 집으로 다시 돌아온 탕자가 이제까지의 모든 죄의 용서( 대사면)를 받고 ,이제 생명과 사랑이신 아버지와 화목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 평화이신 예수 그리스도(하나님의 아들)를 마음의 주인으로 모심이요, 그의 주권에 순종해 사는 삶이다.이 삶을 통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은 상태가 바로 의로운 상태다. 어떤 죄인이라도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총에 힘입어 하나님의 대사면을 받을뿐 아니라 새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은혜가 칭의에는 들어있다.  칭의는 지금 여기서부터  주님의 주권에 순종해 사는 삶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옛 아담적 사람은 성령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도와 함께 날마다 죽어야 한다.옛 아담적 사람이란 흑암의 권세에 눌린 사람으로서 돈이나 탐욕 그리고 우상화된 인간(국가,민족,강대국)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음의 주인이 되시려면 흑암의 권세에 눌린(죄에 종노릇하는) 옛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마음속에서 그동안 주인 행세를 해온 돈이나 인간 등은 그리스도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성령은 인간이 마음에서부터 주님의 주권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일을 끊임없이 하시는 하나님의 영이시다.성령은 당신의 그 일을 위해 인간속에 임하시고 쉼없이 일하신다. 하나님 나라는 마음에서부터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성을 확보한 삶으로서 성령께서 주도하신다.마음속에 임하신 성령은 인간이 자신을 날마다 성찰하며 깨닫고 회개하도록 도우신다. 성령을 좇아 하는 인간의 지속적인 회개 즉 마음의 주인 노릇하는 흑암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주님께 자백하며 밀어내는 일은 그리스도의 주권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다.마음에서부터 그리스도의 주권에 순종하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자본이 아니라 생명,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평화를  실현하는 삶을 살게 된다.가정과 일터에서.

널리 퍼진 '왜곡된 칭의-구원론'은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은 사람은 내세 천국에 들어갈 티켓을 이미 얻은 것이라고 가르친다. 지옥 형벌에 떨어지게 하는  죄는 이미 예수가 다 청산했기에 ,예수를 힘입어 천국 들어갈 의인의 자격을  얻은 사람은 이제 그 구원의 확신을 놓치지 않고,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 천국에 필히  들어갈 것이라는 게 왜곡된 칭의 구원론의 골자다.  이 왜곡된 신앙은 의로운 열매(성령의 열매)를 맺는 생활, 사랑의 이중 계명을 실천하는 생활은  단지 옵션 항목으로 밀어낸다.이 때 자본의 논리를 뛰어넘어 생명의 논리를 따라 사는 삶 같은 건 기대하기 힘들다. 연목구어다. 왜곡된 칭의의 복음은 교인들을 대다수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빠졌던 종교적 열광주의에 빠지게 한다.즉 이미 구원은 받아놓은 당상이기에 이제는 어떻게 살아도 괜찮다는 방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왜곡된 칭의 -구원론은 오히려 죄를 조장하고 합리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한 왜곡된 칭의의 복음이 기복신앙과 만나면 교인과 교회의 방종과 퇴락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것은 죄와 악을 담대히 짓도록 할뿐 아니라,  현세에서 부자 되고, 남보다 더 높아지기 위해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는 뜨거운 종교적 열심을 갖도록 촉진한다. 결국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악을 행하게 된다. 예수라는 명찰을  단 우상.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 열광주의자들에게 과거 히브리인들의 출애굽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강력히 경고했다.(고전10장)  즉 출애굽한 60만명 가운데 가나안에 들어간 사람은 단지 몇명 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경고한 것이다. 오늘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출애굽한 히브리인들 대다수가 광야에서 죽게 된 뚜렷한 이유 4가지를 바울은 제시했다. 4가지 중 하나가 우상숭배다. 오늘 우리는 대다수 한국교회에 우뚝 세워진 돈신(황금 우상)을 볼 수 있다. 

김달성목사 (평안감리교회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사람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