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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인사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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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1월 25일 (월) 23:53:59 [조회수 :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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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계속되는 한파에 여기저기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다지 살갑게 살지 못하는 저를 기억하고 일기예보를 보며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전화를 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의 사랑으로 저희 가족은 따듯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 간 진부령이 속한 고성도 강추위가 계속되었습니다. 청소년부 연합수련회가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수련회 장소에서 3일을 지내느라 잘 몰랐는데, 마을 이곳저곳에서 수도가 얼고 보일러가 얼어 고생들을 하셨습니다. 주일에 예배를 드리러 온 성도들도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애를 먹거나, 수도나 가스가 얼었다는 이야기를 한 가지씩 하셨습니다. 읍내보다 적게는 5도에서 많게는 10도까지 더 춥다보니 마을 정상은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졌고, 이미 추위와 눈에는 베테랑인 주민들이 밤새 수돗물이 똑똑 떨어지도록 조치를 취해 보았지만 동장군에게는 어림도 없었나봅니다.

   토요일 밤 주일 예배를 준비하며 교회 주변에 무슨 문제는 없는지 밖을 살피러 나갔다가 들어온 남편이 “여보 하늘에서 얼음이 내려!”하고 말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춥다보니 공기 중의 수중기가 얼어서 대기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눈이 오지 않을 때에도 진부령 정상에는 나무마다 서리꽃이 하얗게 피어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차를 몰아 백 미터만 내려가면 서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흔적도 없습니다. 저희는 우스갯소리로 진부령의 날씨는 국가로부터 독립적이라고 말합니다. 그 어느 곳의 일기 예보도 진부령과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한 추위가 오니 하얼빈에서 유학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시베리아 바람이 부는 하얼빈의 추위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하얼빈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었습니다. 겨울이면 영하 30도-40도를 넘나드는 추위에 내복과 솜바지를 사서 입고 털모자를 꼭꼭 눌러썼습니다. 추위가 심해 코털마저 얼어붙고 입김을 맞은 속눈썹도 마네킹의 것처럼 얼어붙었습니다. 눈은 날마다 내려 그대로 차곡차곡 쌓인 후 마치 퇴적암처럼 층을 이루었습니다. 송화강이 죄다 얼어버리는 12월이 되면 얼어붙은 송화강의 얼음을 잘라내 전 세계의 얼음조각가들이 모여 작품을 만드는 얼음등불(氷燈)축제가 열렸습니다. 조각한 얼음 사이에 전기 등불을 넣어 켜두기 때문에 매일 밤 얼어붙은 강 위는 색색의 얼음등불 조각들로 아름답게 수 놓였습니다.

   좀 더 부연하자면 겨울에 하얼빈에서는 가게 안에 아이스크림이 없습니다. 아이스크림 박스를 가게 밖 길가에 내놓으면 온 도시가 냉동고였고,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기숙사로 돌아온 학생들도 검은 비닐봉지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창문 밖으로 늘어뜨려 놓으면 절대 녹지 않았습니다. 오후 3시가 되면 하얼빈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고 오후 5시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추운 하얼빈에 살면서 그보다 더 추운 곳을 찾아 대륙횡단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다녀온 선배가 “모스크바에는 공기 속에 눈꽃이 피어. 공기가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이 정말 황홀했어.”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언젠가 기회가 오면 꼭 모스크바에 가서 그 장관을 보고야 말리라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진부령에도 그 눈꽃이 피고 있습니다. 추위는 그야말로 몸을 꽁꽁 얼어붙게 하지만 마음은 반짝이는 대기를 바라보며 경이를 느낍니다. 항상 있어오던 겨울 추위가 새롭게 느껴지며 살아있는 행복을 맛봅니다.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할 때, 듣지 못하던 것이 들려올 때, 느끼지 못하던 것을 느끼게 될 때, 생은 새롭게 피어납니다.

    아픔을 떨칠 수 없게 만드는 세상에서 연약한 몸으로 소리치며 거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웃들과 추위에 몸과 마음이 모두 에이는 이 땅의 모든 위대한 영혼들에게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저도 안부 인사를 드립니다. “이 추위에 어떻게들 지내십니까?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이지만 우리의 살아있는 행복, 삶의 경이마저 얼어붙게 하지는 못합니다. 부디 몸과 마음 모두 상치 않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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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누리 (61.79.251.138)
2016-01-26 09:10:08
더불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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