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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날카롭다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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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1월 23일 (토) 00:02:56 [조회수 : 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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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인선은 시간에 관한 시 한 편을 썼는데 여러 시인들의 짧은 시와 그림을 엮어 만든 시집 <순간을 읊조리다>에 실린 그의 시 ‘인터넷 정육점’은 다음과 같다.

 달력을 넘기다 손이 찢어졌어요
 어머니가 웃으시며 붕대로 감싸주셨어요

 얘야 시간은 날카롭단다

부산스럽게 시작했던 1월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시작 시간 1분 1초에 촉각을 세웠던 사람들은 또 다시 공기 같이 주어진 시간에 점차 무디어지고 익숙해져간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 중 고대 헬라인들이 시간이라는 단어를 두 가지로 나누어 사용하였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나는 물리적인 시간을 위해 사용했던 크로노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을 위해 사용했던 카이로스. 헬라인들은 후자 카이로스에 인격을 부여해 신으로 섬기기도 했다.

카이로스라는 신은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기회의 신이었다. 그리고 이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앞머리는 풍성하고 긴 반면 뒷머리는 대머리로 그려지니 외모의 엉뚱함은 신들 중에 단연 최강이다. 그러나 이 엉뚱한 머리 모양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기회란 마치 이 신의 앞머리처럼 앞에 왔을 때는 잡기 쉬우나 잡지 못해 지나가버린 기회는 신의 뒷머리처럼 다시는 결코 잡을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었던 카이로스의 1월도 이제는 점점 무의미한 물리적 크로노스로 변하는 듯하다. 좋은 일들을 위한 결심의 때와 기회는 이미 놓쳐버린 듯 하고, 의식 속에 머물렀던 시간은 점차로 희미해져 의식의 아래로 내려가 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렇듯 잊고 있던 시간은 순식간에 방심한 마음에 날카로운 일격을 가하기 일쑤다. 죽음, 질병, 불운, 갑작스레 카이로스로 변한 시간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이 일격이 늘 불행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기쁨의 때는 또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시간은 날카롭다. 긴 세월을 지내오신 어머니의 지혜를 빌어 말한 시인의 말처럼 깨어난 시간은 날카롭다. 주님은 우리에게 주의하고 깨어있으라는 당부를 하셨다. 시간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막 13:33) 천지의 기상은 분간하면서 왜 시간은 분간하지 못하느냐 질책도 하셨다.(눅 12:56) 우리는 시간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우리는 다시 오마 약속했던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시간의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그리하여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망각하고 있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와서 그 종을 동강내고 불충한 자들이 벌받는 곳으로 처넣을 것이다.” (눅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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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110.70.53.247)
2016-01-23 20:21:06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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