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위안부 문제’ 협상이 지난 연말에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 협상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 소녀상 철거문제이다. 일본에서 협상의 중요한 의제로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고 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그것은 민간단체에서 세운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특히 전하기는 아베 총리는 소녀상 철거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상을 가서 보면 그리 크지 않은 조그만 조각이다. 특별히 화려할 것도 없고, 그 규모가 작은 것을 보면, 기대를 가지고 왔다면 실망할 정도이다. 그 소녀상을 보고는 드는 생각이 있다.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과 브뤼셀에 오줌싸개 동상, 그리고 로렐라이 언덕을 세계 3대 썰렁명소라고 한다는 것이다. 로렐라이 언덕은 볼 게 없어서 그렇고, 두 동상은 기대했던 것보다 그 것이 너무 작아서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녀상 역시 그렇게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아서 실망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적지 않게 놀라게 된다.

그런데 일본이 그렇게 집착을 보이는 것은 결국 이 소녀상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문화적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이 소녀상이 있는 곳은 현재 이 자리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소녀상은 국내 여러 곳에 자리하고 있고, 미국에도 이미 두 곳에 있고 계속 건립 추진 중이다. 소녀상이 건립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그 주변으로 모이는 의미의 행동들이 일본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지만 역사적인 이 협상에서 그 소녀상의 철거를 중요한 의제로 내어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이러한 태도에 오히려 소녀상은 곳곳에서 건립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소녀 이야기이다. 한국 걸그룹에 속해 있는 대만 소녀 쯔위에 대한 이야기이다. 쯔위는 16살이다.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다. 그런데 이 소녀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나라 대만기를 흔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됐다. 갑자기 이것이 중국 가수에 의해서 여론화가 되었고, 중국 네티즌들이 달라붙어 소위 말하는 양안문제가 됐다. 중국 정치권도 개입하기 시작했고, 마침 총통 선거가 있었던 대만에서는 커다란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무엇보다 16살, 고등학교 1학년 나이의 소녀가 한 행동이 불러온 일이 너무 크다. 이건 실제적으로 TV에서는 방영조차 안 된 장면이었다. 이 프로그램 특성상 인터넷 생중계가 있고, 이후 편집되는데, 편집되어 방송에 나올 때는 이 대만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생중계 장면이 캡쳐 되어서 중국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일파만파가 된 것이다.

이것은 16살 소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TV를 통해 나타나게 될 한류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한국 걸그룹에 속한 한 소녀의 행동이 가져올 문화적 타격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난 것이다. 또 이에 맞붙는 중국의 문화인들이 가져온 영향력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두 소녀의 이야기는 결국 문화의 이야기이다. 오늘날 문화가 주고 있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이 두 소녀의 이야기는 잘 보여주고 있다. 문화는 오늘날 소프트 권력이다. 무력이나 전쟁으로 이루어지는 하드 권력은 아니지만 문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를 인지한 권력들이 이 문화를 통제하고 이용하려 드는 것이다. 문화를 장악하는 것이 바로 권력임을 알게 된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회가 한국교회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하드 권력을 이용해서 이 사회에서 복음을 전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거기서 권력을 보고 저항한다. 복음은 하드 권력일 수 없다. 복음은 문화이고, 그렇기에 소프트 권력이다. 힘이 아니라 감동이 이 소프트 권력의 핵심이다.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가 아니라 소녀가 주는 감동을 한국교회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