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근미 작가의 ‘12 큰 교회의 성장비결’이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가 월간조선의 의뢰를 받아 일반인들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큰 교회를 성공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11개의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하나의 기관을 소개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작가의 입장이다 보니 교회에 대한 소개라기보다는 목사의 리더십이나 목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2009년 구입을 했으나 큰 흥미가 느껴지지는 않아 책꽂이에 모셔 두었는데 필요에 의해서 꺼내보게 되었다. 그런데 목차를 살피고 나서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교회들이 지금 평안할까하는 것이다. 정리를 해 보자면 11개의 교회 중에 절반이 넘는 6개의 교회가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임문제가 가장 컸고, 성적인 문제와 재정문제도 있고, 세습을 한 교회도 있었다. 결국 지난 6년 사이에 한국을 대표한다고 했던 교회 중에 절반 이상이 흔들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교회라기보다는 그 교회를 설립했거나, 후임으로 들어간 목회자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일반 기업의 경우와 비교할 때 이런 비율과 비슷할까하는 것이다. 생각하건데 일반적인 사회의 단체나 기업의 경우도 이 정도로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중반까지 한국교회의 황금기에 교회를 개척했거나 부흥했던 교회들이 리더십을 이양 중이다. 그 동안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했던 교회들은 대부분 개척자들이 은퇴하고 후임에게 물려주었거나 과정 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순조롭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적지 않은 교회들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더군다나 대표적인 몇몇 교회에서는 자녀에게 목회를 세습하여 교계나 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문제는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교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규모나 명성, 그리고 영적 리더십 등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회가 사라지고 있다. 또 한국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는 어른이 없다. 교회를 은퇴하며 후임과의 문제가 있거나, 은퇴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나거나, 세습으로 도덕성을 상실하며 사라진 어른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교회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우리의 자부심이 사라지며 의지하고 따를 어른이 없어진 것이다.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가 극심하게 발달하면서 교단이 큰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연합기관이 도덕적 문제나 패권문제로 인해서 교계를 대표하기 보다는 손가락질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교단이나 연합기관보다 오히려 큰 교회가 역할을 감당해 주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교회들이 목회자의 문제로 인해서 공적 역할을 못해 주고 있으니 큰 문제인 것이다.

큰 교회들이 이런 문제를 갖는 것은 작은교회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교회의 신뢰가 이들로 인해서 무너지며 사람들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전도를 하려고 해도 오히려 ‘너나 잘 하라’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이다. 그러니 작은교회의 입장에서는 큰 교회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들이 일이 되는 것이다.

목회자가 도덕적 경각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큰 교회나 작은 교회가 있을 수 없다. 또 목회자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목회를 잘 이끌어 가야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큰 교회일수록 한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바르게 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