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설치다가 부처님을 만나 호되게 당한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 발휘해도 그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부처님의 입장에서 보면 데리고 논 것과 같다.

하나님의 은혜를 밀려오는 파도와 비교하며 “이것만은 용서받을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할 때에도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의 파도는 우리를 향해 밀려온다“고 하는 글을 읽었다. <다시 일어남>(최병락 목사)에 나오는 글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은 정말 감동이 된다.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감동적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냉정하게 되짚어 보자. 정말 성경의 하나님이 그런 분이신가? 그분의 용서와 은혜가 그러한가?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주 예수님을 머리로 한 몸이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은 그 몸의 지체이다. 입, 눈, 귀, 손과 발 등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성경의 고린도 교회라고 하면 고린도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라오디게아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다.

성경 기록 당시의 교회 상황은 종교 개혁이라 불리는 교회 개혁이 일어난 중세나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그 시대의 교회는 핍박과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것은 그 사회에서 핍박을 받거나 때로는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믿지도 않으면서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사람이 있을까? 상식적인 사고만 되어도 그 답은 명확하다. 바보거나 미치지 않았다면 그렇게 살 사람은 없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면 그 이후엔 항상 변함없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는 삶을 살게 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신약 성경의 여러 교회에 대한 글에서 잘못된 삶에 대한 지적이나 책망이 적히지 않았을 것이다. 부르심을 받은 이후엔 부르심을 받기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변화된 삶을 사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어떤 영역에서 변화된 삶을 살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뒤집어지기도 한다. 물론 정반대로 변화된 삶과 무관하다가 어떤 계기로 변화된 삶을 살기도 한다.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지 못한 삶의 모습은 다양하다. 여러 윤리적인 범죄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저버리는 것, 연약한 자들을 영접하지 않는 것, 예수님을 믿는 지체를 실족시키는 것 등등. 그 중에는 배교도 있다.

그 당대의 신자들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 때문에 그 당대의 권력자들에게 붙잡혀 가서 다양한 방식의 고통을 겪다가 최종적으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면 살고 그 믿음을 지키면 죽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의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하). 일반적으로 봉사에 대한 성구로 오해되고 있기도 한 이 구절은 순교에 관한 말씀이다. 믿음으로 인해 감옥에 갇혀 고통을 받다가 최종적인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을 때에 “죽을지언정 네 믿음을 지켜라”는 하나님의 요구인 것이다. 순교하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생명을 면류관을 하나님으로부터 얻게 될 것이다.

교회 역사는 그 상황에서 순교한 많은 믿음의 사람들을 증거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상황을 직면한 모든 신자들이 다 순교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죽음이 두려워 믿음을 지키지 않은 신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배교라고 한다.

자 이제 생각해보자. 배교한 이가 있다. 그가 배교하여 죽지 않고 살아나왔다. 감옥에서 나와 자유롭게 살게 되었다. 그가 그 시점에서 배교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교회의 지체로서 살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위에 언급한 <다시 일어남>의 글에 의하면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의 파도가 밀려들어야 한다. 곧 하나님께서 과거의 배교를 용서하시고 그를 받아주신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성경이 그렇게 말씀하고 있는가?

이런 관점은 일차적으로 “죽을지언정 네 믿음을 지켜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고 하신 하나님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위의 관점이 옳다면 하나님께서 무엇 때문에 죽을지언정 믿음을 지키라고 하신 것인가? 순교하지 않더라도 후에 생명의 면류관을 얻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면 순교한 신자들은 뭔가? 순진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바보들 밖에 더 되는가? 그가 죽음으로 인해 이 땅에 남겨진 그의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게 되는가를 생각하면 이는 너무나 분명하다.

배교에 관한 성경을 진술을 확인하면 그러한 관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더욱 명백해진다. 히브리서 기자는 그러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말하였다. 한번 비췸을 얻었다가 타락한 자들에 대한 기술이다. 그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배교한 이가 하나님의 아들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아 현저히 욕을 보였기 때문이다(히 6:4).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한 것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이들은 애초에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타락한다는 것은 말이 성립되지도 않는다. 애초에 하나님의 부르심이 없었다가 원래 자기의 자리로 돌아간 것일 뿐인데 무슨 타락이라는 말인가?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그 시점에서는 애초에 믿지 않는 이들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 일도 없었다.

순교의 상황에서 예수님을 부인하여 사는 길을 선택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말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서는 다시 신자로 살겠다는 것. 그렇게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의 파도가 밀려온다고 하는 것. 이것이 부처님이 손오공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데리고 논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자기 편한 대로 규정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도 여전히 용서와 은혜의 파도로 밀려오시는 하나님이니 말이다. 자기 손바닥 안의 하나님이지 않은가?

이런 하나님인데 거기에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한번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면 생명의 면류관은 영원불변인데 거기에 무슨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는가?

물론 그러한 하나님을 고백하면서도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 뜻에 부합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매 순간 하나님을 찾고 그분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그렇게 살려고 힘쓰는 신자들이 있다. 다른 지체들에게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 모습과 위와 같은 관점으로 하나님을 규정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그런 관점의 하나님은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다. 인간적으로 좋다고 여겨져서 만들어낸 하나님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상인 것이다. 그 신을 열심히 전파하는 것은 우상 숭배라고 말할 수 있다.

성경의 하나님은 신자가 어떤 죄를 짓든지 되돌아서서 잘못했다고 말하기만 하면 용서하시는 분이 아니다. 윤리적인 범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미와 행음한 경우에는 하나님께서 곧장 쳐내신다(고전 5:5). 여기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것이 그러한 죄를 범한 이가 속한 교회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육신- 어미와 음행한 신자-은 멸하고 영- 예수님과 연합한 교회-은 살리려 함이라”는 말씀과 같다.

성경의 하나님과 다른 하나님, 우리가 듣기에 너무나 좋고 감동과 감사가 넘쳐나게 하는 신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상일 뿐이다. 부처님이 손바닥에 손오공을 올려두고 데리고 논 것과 같이 하나님을 그렇게 대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우상을 말하면서도 하나님께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면서 본이 되는 신자들이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교회가 따라야 할 본이 아니다.

바른 신론은 바른 구원론의 토대이고 바른 구원론은 바른 신론의 열매이다. 잘못된 신론은 잘못된 구원론을 만들어내고 잘못된 구원론은 잘못된 신론을 먹고 자란다. 신론은 구원론과 직결되어 있고 구원론은 신론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교회는 성경의 하나님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분을 전파하여야 한다. 그분에 대한 진정한 두려움은 그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감격과 감사가 뒤따라야 한다. 참된 감격과 감사이다. 진정한 두려움과 참된 감격과 감사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 땅의 교회가 하루라도 속히 이 길에 접어들고 이 길을 가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