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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새해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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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년 01월 04일 (월) 23:33:31 [조회수 :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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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진부령 정상의 작은 교회에서도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 예배가 드려졌습니다. 군 장병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함께 한 늦은 시각의 예배는 소박하지만 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새해의 소망카드를 쓰고, 교회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프린트 한 액자와 말씀 책갈피를 나누었습니다.

   새해 소망을 생각하다보니 저절로 꿈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원하고 바라는 것은 다 이루어진다고 믿는 아이들은 꿈이 많습니다. 큰아이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서 동시에 피아니스트가 되고 여건이 허락하면 축구선수도 되겠다는 아주 화려한 꿈을 이야기 합니다. 남편은 좋은 목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저는 저를 잘 알고 저답게 사는 것이 꿈입니다. 작은 아이는 꿈보다는 장난감이 더 좋습니다.

    주말에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온 가족이 각자 책을 한 권씩 사고, 남편은 큰 딸로부터 읽고 싶은 책을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서점 안에는 주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판매대 옆에 비치가 되어 있고, 협동조합 초대장도 있었습니다. 책을 파는 곳은 많지만 꿈과 이상을 함께 파는 서점은 많지 않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손님들을 초대하는 서점, 믿는 대로 살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세상의 연결고리가 되고자 하는 서점, 작은 서점도 이렇게 자기만의 꿈과 환상을 창조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보통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당장 무엇인가 그럴듯한 직업을 선택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낍니다. 그래서 어설프게 꿈을 대답하거나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로부터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던가, 아직은 먹고 살만 해서 그렇다던가, 사람이 너무 그렇게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고 충고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 쥐뿔도 가진 것은 없으면서 이상과 자존심만 살아 있다는 뼈아픈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꿈은 직업도 아니고 돈도 아닙니다. 꿈은 이상을 가지는 것이고 환상을 보는 것입니다. 믿는 것을 확신하고 끝까지 선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 요셉이 꾼 꿈은 바로 그런 환상이었습니다. 욕심으로 바란 것도 아니고 애가 타도록 조급하지도 않았지만 순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믿고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꿈을 버리지 않은 요셉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단단하게 자신의 믿음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바로 꿈입니다. 환상을 앞에 두고 그것을 현실 속으로 세세하게 끌고 들어와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고 따지는 것은 현실의 세계에서는 합리적인 것이지만 환상의 세계에서는 비합리적입니다.

  「에로스의 종말」에서 한병철 교수는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환상’이라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분석되고 밝혀지고 계산되는 세상에서는 타인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 또한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꿈과 환상이 사라진 세상은 진실은 사라지고 사실만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올 한 해 어떤 꿈을 꾸고 계십니까? 얼마나 이상적이고 원대한 꿈입니까?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입니까? 나만 낙오되지 않기 위한 꿈입니까? 기왕 꿈을 꾼다면 우리 꿀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꿈을 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환상을 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록 내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사라져도 꿈은 여전히 살아서 하나님과 함께 역사한다고 믿어보면 어떨까요?

   조심해야 할 것은 현실성이 부족해 보이는 꿈과 환상이 아니라, 꿈과 환상을 현실로 끌고 나와 그것이 성립할 수 없는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 보여주고 “이제 그만 꿈꾸기를 멈추는 것이 어때?”라고 으름장을 놓는 세상입니다. 다소 현실과 어긋나더라도, 바라고 소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꿈꾸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고 또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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