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왕 같은 제사장들이다...!

개역한글은 <왕 같은 제사장>으로 번역했고, 개역개정에서 <왕 같은 제사장들>로 개역했다. 토씨 하나의 차이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결코 토씨 하나의 간단한 차이에 머물지 않는다. 단수와 복수의 차이는 <구원론>의 심층적인 의미와 가치를 구별 짓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타락, 또는 변질은 구원론의 왜곡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단수로 제사장이라면, 신약성경은 처음부터 <개인구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복수로 말할 때는 사뭇 의미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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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많은 성과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공적은 <만인제사장주의>를 공리로 내세우면서 종교적인 성직자주의의 치명적인 오류를 지적하고, 그리스도 신앙의 요체인 <성경>을 소수 성직자의 손에서 만민 성도의 손으로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신교의 만인제사장주의는 절반의 성공, 또는 미완성의 교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유는, 만인제사장주의가 새로운 목사 성직자주의에 함몰되면서, 교회의 가치와 의미를 상실한 채 개인구원론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오늘날 만인제사장주의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개인이) 구원을 얻는다>는 개인구원론의 전거일 수는 있어도, 결코 (성도) 교회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개신교의 개혁운동은 중세 가톨릭의 사제중심주의에 반기를 들었을망정, 목사중심의 새로운 성직자주의로 돌아갔기 때문에 사실상 배우의 얼굴만 바꿨을 뿐 주인공의 배역은 그대로다.

그러나 예수는, 그리고 신약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교회는 사제나 목사가 아니라 성도이며, 성도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지체의 각 부분이다>라고... 무슨 뜻인가? 그리스도의 몸 되신 교회를 움직이는 주체는 성도라는 말씀이다.

<너희는 왕 같은 제사장들이다>라는 주의 말씀은 교회를 떠나서 그리스도 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없으며, 그리스도 신앙 없이 구원이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선언인 동시에 경고다.

교회의 개혁과 갱신은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의 화두다. 실제로 개혁적인 의식을 지녔든 아니든 상관없이 개혁은 이미 기독교와 분리될 수 없는 절대 가치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에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절망>이 떠나지 않는 이유는... 개혁한다면서 정작 몸통은 그대로 둔 채 깃털만 만지작거리기 때문이다.

교회개혁을 위해서 몸통을 친다는 것은 목사권력을 타파하는 것이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권력이 집중되면 반드시 부패한다.

대형교회와 소형교회를 가릴 것 없고, 말썽 많은 교회와 상대적으로 조용한 교회를 가릴 것 없다. 목사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한, 교회는 이미 본질에서 벗어나서 <내부에서> 썩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다른 어떤 목사들을 빗대 말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먼저 하는 말이다...

새해가 목사권력이 무너지는 원년이 되기를 소망하며, 성도가 교회의 중심으로 우뚝 세워지는 첫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