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대 뉴스를 보니 중요 이슈 중에 하나는 난민이다. 유럽에서는 시리아에서 넘어오는 난민 문제가 심각한가 보다. 이슬람국가(IS)의 폭력에 의해서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 유럽으로 몰려오는데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인도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국가나 사회적 입장에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들로 인해서 문화적인 영향력, 재정적인 문제, 인구학적인 문제 등이 결코 간단치가 않다. 우리야 먼 나라 이야기니까 살에 와 닿지는 않지만 직접 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직접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경찰에 쫓겨 아이를 안고 뛰고 있는 한 시리아 난민 아버지를 기자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일이다. 객관적 보도를 생명으로 여기고 있는 기자가 사건에 개입한 것이다. 그런데 보도영상을 볼 때 살려고 뛰고 있는 이를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그 일은 아주 비인도적이었다. 그러나 이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여야하는 자신의 국가,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의무, 또 개인적인 감상이 섞여 들었을 것이다. 아마 이것이 유럽의 현실일 것이다.

2015년 12월 독일교회연합(EKD)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의미 있는 조사를 내어 놓았다. 독일인들에게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질문은 아주 구체적이었다. ‘여러분들의 집 근처에 난민숙소를 짓는다면 찬성’하겠는가를 물었다. 이에 절반이 넘는 51%가 동의했다. 그리고 11%는 이미 동네에 그런 숙소가 있다고 했다. 응답자의 37%는 이미 난민들을 위해서 기부를 했다고 하고, 48%는 앞으로 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즉 이미 기부를 했거나 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 85%에 이른 것이다. 더구나 13%는 직접 난민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눈여겨 볼 질문이 있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독일은 극복할 수 있겠는가?’를 물었다. 이에 16%는 확실히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60% 가량은 정확한 대답을 못했다. 결국 독일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독일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난민들이 찾아와서 집 주변에 그들의 숙소가 생겨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인들은 독일교회에 대해서 쉽게 ‘죽었다’는 표현을 쓴다. 그들이 교회 출석을 안 하고, 사회는 세속화 되었다고 비판을 하는 것이다. 교회당은 큰데 주일이면 그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 것을 보며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독일사회의 특징은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크다. 약자를 돌아보아야 하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자신들이 희생해야 하고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의 이러한 삶의 근본을 보면 결국 기독교적인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다.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사랑, 정의, 평화의 가치관이 함께 하는 것이다.

난민, 이웃의 주제는 이제 우리에게서 먼 문제는 아니다. 현재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고, 이들로 인해서 사회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민족주의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우리의 정서에서 외국인들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여 산다는 것이 아직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현실이다. 이제 이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의 문제만 남아 있다.

앞으로 이 문제는 교회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선교’에 대한 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선교사 파송 세계 2위를 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이 땅을 찾아온 외국인들에 대해서 기독교 본연의 전통인 환대의 마음으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보내는 선교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선교에 대한 눈을 뜰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