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목사님이 지난 30년 동안 59개의 나라에서 수집한 570여 종의 예수 탄생 세트(Crèche)를 자신의 교회에서 전시했다. 페루에서 제작된 것은 자동차 부품으로 만들었고,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것은 코카콜라 캔으로 만든 것도 있다. 예수 탄생 세트(Nativity set)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두 개의 다른 예수 탄생이야기를 한 장면에 섞어서 성탄의 의미를 새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수집한 570개의 예수 탄생 세트 중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구유에 계신 예수의 모습도 다르고 마리아나 요셉의 모습도 다르다. 어떤 것은 당나귀가 등장하고 또 다른 것은 낙타가 등장한다. 이렇게 예수 탄생 세트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성탄의 다른 의미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마리안 도서관은 1300개가 넘는 예수 탄생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서 표현된 성탄의 의미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 중에 “까치가 울 때”라는 제목의 한국에서 온 예수 탄생 세트도 있다. 시골 마을의 작은 초가집 안뜰에 세워진 소나무 위에서 까치가 앉아 울고 있다. 길조인 까치가 울면 귀한 손님이 오고 반가운 소식이 온다는 뜻으로 성탄의 의미와 이야기를 재해석한 것이다.   

송병구 목사는 십자가를 수집하시는 분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십자가를 수집하였고 이제 1000여 점의 다양한 십자가를 소유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많은 십자가를 수집하게 된 원동력은 다름 아닌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십자가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한다. 십자가의 다양성은 그를 십자가를 연구하는 신학자로 만들었다고 자신의 책 『송병구 목사가 쉽게 쓴 십자가 이야기』(2015)에서 회고한다. 십자가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그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십자가가 품은 사연을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한다. 십자가에 이름을 붙이고 사연을 풀어내는 작업을 하다보면 십자가의 보편성이 특정한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신앙의 역동성”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위스칸신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매년 맞이하는 성탄절 예배에 어떻게 새로운 성탄설교를 해야 할지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성탄이라는 보편적 메시지가 이민자의 삶과 이민교회의 목회에서 새롭게 해석된다면 그것이 새로운 메시지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더니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차리고 전화를 황급히 끊으셨다.

예수 탄생을 아주 상세히 서술하는 마태와 누가와는 달리 요한복음은 성탄을 요한복음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요한복음 1:14, 새번역성경). 성탄절의 의미를 성육신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성탄은 영원한 말씀이 제한된 인간의 시간과 공간으로 오셨다는 의미다.

성탄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성탄은 단순히 2000년 전 베들레헴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끊임없이 새롭게 이야기 되어지는 하늘의 거룩한 복된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