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 > 성서이야기
하나님이 간 밤에 오셨다.
김명신  |  redpillar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5년 12월 14일 (월) 19:49:58
최종편집 : 2015년 12월 19일 (토) 00:17:50 [조회수 : 4304]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기사 제목이 선정적입니다. 아마 제목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분도 계실 겁니다. 몇 번에 걸쳐 기사를 쓸 텐데, 기사의 제목은 기사의 소재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이 기사를 선택한 분들은 선정적인 제목 때문에 떡밥에 걸리신 겁니다. ^_^. 기사제목은 계속해서 “하나님께서 한 밤에 오셨다”고 할 것입니다. 계속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이것이 무엇일까요?

먼저 고고학 유물을 하나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그림에 동그란 물체가 있습니다. 마치 아이들이 즐겨가지고 노는 공기돌 같기도 하고, 쇠똥구리가 굴려가는 쇠똥 같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주어 밀어재껴 뚝 끊어낸 변비 쪼가리 같기도 하고, 새총알 같기도 하고, 신선들이 가지고 노는 바둑알 같기도 합니다.

   

그림 1. 핌(Pim)
https://en.wikipedia.org/wiki/Pim_weight

정답은 ‘핌(Pim)’이라는 물건으로 일종의 분동입니다. 양팔저울의 한 쪽 저울판에 물건을 놓고, 다른 쪽 저울판에 분동을 올려놓으며, 물건의 무게를 재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핌의 직경은 약 15(mm), 무게는 7.6(g) 정도로 세겔(11.5(g))의 약 2/3 입니다.

 

 

 

 

 

핌의 발견 전의 성서번역과 발견 후의 성서번역을 한 번 비교해 볼까요? 아래 표의 빨간 부분이 핌의 발견으로 인해 달라진 부분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문맥을 알기 위해 사무엘상 13:19-22절까지 번역했습니다.

1611년 판 킹제임스 1982년 판 킹제임스

그때 이스라엘 온 땅에는 대장장이가 한 명도 없었다. “히브리 사람들이 칼이나 창을 만들지는 않을까.” 블레셋 사람들이 걱정했기 때문이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보습이나 낫이나 도끼나 곡괭이를 날카롭게 하기 위해, 블레셋 사람에게 갔다. 그럼에도 그들은 곡괭이나 낫이나 쇠스랑이나 도끼를 갈기 위한 연마기와 쇠채찍의 끝을 날카롭게 가는 연마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 사울과 요나단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손에는 칼도 창도 없었지만, 사울과 요나단은 가지고 있었다.

그때 이스라엘 온 땅에는 대장장이가 한 명도 없었다. “히브리 사람들이 칼이나 창을 만들지는 않을까.” 블레셋 사람들이 걱정했기 때문이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보습이나 곡괭이나 도끼나 낫을 날카롭게 하기 위해, 블레셋 사람에게 갔다. 그리고 보습이나 곡괭이나 쇠스랑이나 도끼를 가는 값은 일 핌(pim)이었고, 쇠채찍의 끝을 날카롭게 갈 때도 일 핌(pim)이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 사울과 요나단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손에는 칼도 창도 없었지만, 사울과 요나단은 가지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핌이 무엇인지 몰랐던 1611년에 킹제임스 판은, 마치 블레셋 사람이 못 하게 할 뿐이지, 이스라엘 사람도 철기제품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처럼 기술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1982년 판에서는, 이스라엘 사람이 철기제품을 다룰 수 있다고 전혀 기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은 철기제품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도 자본도 전혀 없는 제삼세계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2. 자료 비평

사무엘상 13:19-22절에 자료비평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를 모르는 데, 어떻게 자료비평을 해?” 하고 걱정스러우신가요? 히브리어를 사용하여 자료 비평을 하면, 좀 더 멋있어 보일 수는 있습니다. 마치 국화빵에 하얀 크림을 덮고 초코 가루를 뿌리면, 멋있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ㅎㅎ. 물론 그 이외에도 장점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히브리어를 알아야만 자료비평 할 수 있는 것 아닙니다. 한글성서으로도 자료비평 훌륭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 쓴 기사 “옛날 옛날에”를 한 번 읽어보시고, 사무엘상 13:19-22절을 자료비평해 보세요. coffee 한잔 마시면서요. ^_^.

자, 히브리어를 전혀 모르는 제가 새번역성서을 이용하여 사무엘상 13:19-22절을 자료비평을 한 결과입니다.

A B

19 당시 이스라엘 땅에는 대장장이가 한 명도 없었다.  히브리 사람이 칼이나 창을 만드는 것을,
블레셋 사람들이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22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 사울과 요나단을
따라나선 모든 군인의 손에는 칼이나 창이 없었다. 오직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의 손에만 그런 무기가 있었다.

20 이스라엘 사람들은 보습이나 곡괭이나 도끼나 낫을 벼릴 일이 있으면, 블레셋 사람에게로 가야만 하였다.
21 보습이나 곡괭이를 벼리는 데는 삼분의 이 세겔이 들었고, 도끼나 낫을 가는 데는 삼분의 일 세겔이 들었다.

A와 B의 장면이 매우 어색합니다. A는 전쟁의 상황을 설명하고, B는 농경 상황을 설명하지요. 전혀 다른 장면입니다. 마치 B를 A의 중간에 싹 끼워놓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어떤 편집자가 A는 전쟁문서에서 B는 농경문서(혹은 구전전승을 모아논 자료)에서 자료를 뽑아 결합했다고 말입니다. 지나친 상상일까요? 하지만 위키영어사전에서는 핌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네요. “명백히 이스라엘 왕조 시기 동안, 핌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무엘서에 출현한 핌은 역사가(=편집자)가 고대의 자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지시한다.” 다시 말해서, 성서가 여러 자료의 결합이고 편집자의 편집 결과라는 것을, 핌이 보여준다는 겁니다.

3. 내빼기

작지만 위대한 유물인 핌은 이스라엘의 게젤에서 20세기 초에 발견되었습니다. 위의 1611년 판 킹제임스에서 보는 것처럼, 핌을 발견하기 전에는 성서학자들이 히브리어 성서를 번역할 때, 사무엘 상 13:21 절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몰라서, 앞 뒤 문맥을 보고 대충 때려잡아 번역했습니다. 히브리어 성서에 핌이라는 단어가 있는 데, 핌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학자들이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한 고고학자(Robert Alexander Stewart Macalister)가 핌을 발견한 후, 학자들이 성서를 새롭게 번역했습니다. 핌과 고고학자가 성서의 내용을 개정하는 물꼬를 튼 것이지요.

고고학은 성서번역과 성서비평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동지(同志)이고, 고고학 유물은 성서의 역사성을 증명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독실한 신앙인과 성서 사이에서 둘을 이간질하기도 하고, 독실한 신앙인이 불신앙을 향하도록 이적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 내용은 차차 밝히기로 하지요. 성서 해석을 포함해서,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서 한 쪽 면만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김명신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49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