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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성
조성돈  |  huios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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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2월 10일 (목) 23:53:55 [조회수 :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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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했다. 약 3주 전에 있었던 집회에서 폭력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경찰이 책임을 묻고 있고, 그는 집회 이후에 곧바로 조계사로 피신을 했다. 이에 경찰은 3주간 지켜본 것이고, 여러 시도를 했으나 해결이 안 되는 오늘은 조계사 경내에서 대치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강제 집행을 예고했던 오후 5시를 기해 진입을 예상했으나, 총무원장인 자승의 기자회견으로 집행이 연기되었다. 총무원장은 내일 12시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고, 이에 경찰의 집행을 내일까지 미루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는 명동성당이 도피성의 역할을 했다. 민주운동을 하던 이들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서, 또는 경찰의 진입이 안 되는 명동성당에 일찍 자리를 잡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도 경찰과 명동성당의 긴장은 대단했다. 그렇지만 천주교의 권위에 눌려서 경찰의 진입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에 반해 개신교는 도피성의 역할은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 땅에서 개신교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대변하여 큰 역할을 감당해 왔다. 특히 노동운동이 전무하던 시절 ‘도시산업선교회’의 활동은 대단했다. 정부의 강력한 탄압이 있었고, 여러 가지 흑색선전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 당시 유명했던 흑색선전 문구는 ‘도산(도시산업선교회)가 들어오면 회사가 도산한다’는 거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문구를 지금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산업선교회는 당시 정부의 탄압으로 수많은 고통을 받았다. 경찰에 포위되기도 하고, 경찰이 진입하기를 몇 번이었다. 선교회는 운동단체로서는 큰일을 감당했지만 도피성의 역할은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조선족교회에 불법체류자들이 피해 들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역시 오래 가지도 못하고 강제 진입되었던 적이 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3대 종교에서 불교나 천주교는 도피성의 역할을 감당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개신교는 그러한 역할을 감당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은 개신교가 종교적 권위를 가지고 있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정부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면을 가지고 있는 두 종교에 비해서 개신교는 개교회의 구조 안에서 그런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역사에서 감당했던 그 큰 역할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현재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로 몸을 피했다. 대단위 시위를 만들어내고, 그 시위가 폭력으로 전개된 상황이 있다. 그리고 그가 조계사에서 이후에도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더 나아간다면 현재 그는 조계사에서 불교를 정부의 반대편으로 이끌어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 뒤에 복잡한 여러 상황들이 얽혀 있을 것으로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종교는 하나의 선택밖에 없다. 자신의 품으로 피해 들어온 자를 품는 것이다. 성경의 도피성은 비록 그가 살인을 저질렀을지라도 보호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살인이 어떤 살인이었는지, 그는 어떤 잘 못을 저질렀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냥 도피성으로 피했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악용되지 않을 리 없다. 정말 못된 이들도 그 제도를 악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피성은 모든 이들을 품는 것이다.

오늘 경찰이 대치된 조계사의 현장과 총무원장 자승의 태도를 생중계된 TV를 보면서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위치를 생각해 보았다. 개신교였다면 저런 상황을 어떻게 풀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도피성의 정신을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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