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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어떻게 ‘기득권 종교’가 되었나[책 뒤안길] 윤정란의 <한국전쟁과 기독교>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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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1월 28일 (토) 11:06:48
최종편집 : 2015년 12월 03일 (목) 12:05:09 [조회수 : 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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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기독교는 기득권 종교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유독 기득권층의 옹호자 역할을 한다. 권력자들도 그런 한국 기독교의 특성을 십분 이용한다. 이승만이 그렇고 박정희가 그렇고 이명박이 그랬다. 정권과 밀접히 관계하며 커 온 한국 기독교는 성경이 말하는 예수의 종교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예수의 가르침으로 볼 때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다.

예수는 주요 활동무대부터 여타의 지도자들과 다르다. 주도 예루살렘보다 지방 나사렛에서 나서 갈릴리에서 활동했다. 갈릴리는 당시 소외된 지역이다. 유대인들이 정통 유대인 거주지로 인정하지 않는 곳이었다. 심지어는 친구에게 예수를 소개받은 나다나엘이라는 사람은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며 친구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예수는 당시 기득권층인 제사장, 서기관, 율법사 등에는 강한 어조로 잘못을 지적했다. 심지어는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심한 말까지 서슴없이 했다. 하지만 헐벗고 아프고 힘없는 이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사랑을 퍼부었다. 이게 원래 예수의 모습이다. 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이 기독교인이다.

기득권의 대변자 노릇, 서북청년단에서 유래

   
▲ <한국전쟁과 기독교>(윤정란 지음 / 한울아카데미 펴냄 / 2015. 11 / 375쪽 / 3만 4000 원)

그런데 왜 한국의 기독교는 다를까. 여기에 착안하여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한국의 현대사를 재조명한 사람이 있다. 사학자 윤정란이 그다. 윤정란은 최근 낸 <한국전쟁과 기독교>를 통하여 한국의 특별난(?) 기독교에 대하여 차근차근 역사적으로 짚어낸다. 보수 기독교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기독교는 기득권자의 대변인 노릇만 한다. 역사적으로 그 뿌리가 깊다.

‘기독교’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통칭이지만 통상적으로 개신교를 그렇게 부른다. 책도 그 용례를 따랐기에 이 글에서도 그 용례대로 쓰겠다.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이런 말이 유행했다. 한 신문이 세간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비행기를 타려면 ‘TK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타라”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대강 알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이 득세하면서 나온 말이다. ‘노스웨스트인’는 무얼 말하는 걸까. 과거의 서북청년단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대구, 경북, 서북청년단 출신들이 실권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TK’는 그렇다 치고 ‘서북청년단’은 이미 해체된 지 40년이 지났는데 왜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망령이 살아서 한국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아듀 세월호’를 외치며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서울광장 앞에 나부끼고 있는 세월호 노란리본을 정리한다”며 박근혜 정부에 힘을 실었다.

‘백색테러단’, ‘역겨운 단체’ 등 악명의 극우익이지만 여전히 서북 출신들이 군과 언론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정치권과 지근거리에서 권력을 행사했다. 그 중심에 서북 출신 기독교인들이 있다. ‘서북’은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가 담당했던 황해도 북부와 평안도를 일컫는다.

서북청년단은 김일성이 북에 공산정부를 세우며 박해하자 월남한다. 이곳은 가장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여 평양대부흥운동을 통해 교회가 성장한 곳이다. 남으로 온 기독교 지도자 중 한경직 목사, 곽선희 목사 등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승훈, 안창호, 조만식 등과 같은 기독교인 지도자를 배출한 곳이다.

구호물자 다루며 기독교의 위상 강해져

태생적으로 서북 출신들은 반공주의자들이다. 점차 한국 기독교가 우익진영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물론 교회협의회(NCCK)는 아직도 기득권층을 향해 날선 말을 한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나 한국교회연합회(한교연)는 여전히 서북청년단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고 한경직 목사가 있다.

“서북 지역의 기독교 지도자 대부분이 공산당에 체포·구속되거나 죽임을 당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월남한 서북 지역 기독교인들은 피난민 교회, 특히 한경직의 영락교회를 거점으로 삼아 월남한 목사를 중심으로 강한 연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과 기독교> 66쪽

박정희 정권은 이들을 잘 활용했다. 박정희는 자신의 남로당 전력 때문에 극도의 ‘레드 콤플렉스’를 가졌던 인물이다. 반공이 그의 통치철학이었던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서북 출신 반공주의자들과 정권의 생각이 같았다. 박정희는 한경직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귀하가 베푸신 협조와 성원에 깊이 감사하는 바입니다. 민주 제도의 건전한 발전과 조국 통일의 영광된 그날이 올 때까지 유신의 과업 수행에 더욱 헌신할 것을 다짐하오니 아낌없는 지원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전쟁과 기독교> 214쪽

이 편지를 받은 한경직 목사는 세계적 부흥강사 빌리 그레이엄을 초청해 여의도광장에서 대규모 부흥 집회를 열어 응답했다. 기독교 대부흥이 정권이 차려놓은 밥상이었다는 건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앞서 한경직의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은 미국 공연을 통해 한국의 군사정권을 미국에 알리는데 크게 이바지하기도 했다.

한국 기독교가 이처럼 막강한 기득권을 가지게 된 것은 한국전쟁 때 구호물자를 배분하면서부터다. 한경직을 중심으로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들과 맺어온 관계를 활용해 전쟁 구호물자와 선교 자금을 분배하는 권한을 독점”했다. 교회가 월드비전과 손을 잡고 한국 선명회를 통해 전쟁고아 사업에 참여하여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야말로 한국전쟁이 한국 보수 기독교를 특별난 권력자로 만든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고소영’이란 말이 유행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의 부상을 꼬집은 말이다. 소망교회는 부의 상징인 강남에 있는 대형교회로 곽선희 목사가 세웠다. 곽선희 역시 월남한 기독교 목사로 동키부대 유격대 출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교회의 장로이고.

한국 기독교는 어떤 이가 정권을 잡든 지지자로 나선다. 4·19 혁명과 5·16 군사 정변 모두를 지지했다. 이 어울릴 수 없는 지지는 다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이승만이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고, 대부분의 우익 정권이 그랬다. ‘반공’을 넘어 ‘승공’까지 넘나드는 한국 기독교의 특별난 성향은 바로 서북청년단에 기원한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의 열렬한 지지를 입으며 한국의 우경화한 정권이 창출되고 유지되고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반공 정책과 결합한 서북청년단에 기원을 둔 한국 기독교는 예수의 본래적 가르침인 소외된 자, 가난한 자의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게 그리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너무 취해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 취해 있다. 돈에 취해 있다. 이런 기득권을 버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 기독교는 여전히 돌연변이 기독교로 남을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일베 수준의 기독교, 서북청년단 수준의 기독교, 한국의 기독교가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 예수도 마음이 아프실 것 같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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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청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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