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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세가 되던 때부터 국립생산기술연구원(현 경기과기대) 총학생회 사회부 기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교단에서, 부조리에 대항해 글을 쓰며 개혁운동에 동참해온 박은석 권사입니다.
현재는 강북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서울 강북지역의 문화를 관할하며, 지역사회에서 종교기관과 문화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내 지역문화의 연구, 개발, 진흥 및 시민들을 위한 문화강좌를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저에게 목사님이라는 호칭으로 과분하게 불러주셔서 몸 둘 바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보였던 건, 아버님께서 교회개혁과 사회운동을 이끌어 오신 박덕신 원로목사님이시기 때문일 겁니다.
당당뉴스 기자로 활동하게 된 것은, 청장년선교회 강북지방연합회장을 역임하던 2014년, 4.19 국립묘지에서 한국교회의 회개를 부르짖는 구국기도회를 시작하기 직전에, 4.16 세월호 참사가 터지는 것을 목도한 것이 제 삶의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한국교회가 입은 상처는 다음과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304명 가운데 교회학교 학생은, 개신교학생 76명(단원고74, 유치부2), 카톨릭학생 17명(단원고17), 도합 크리스챤 학생 93명이 희생되었다.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성도들의 자녀들이 수장되어, 안산의 대부분의 교회가 통곡의 장이 되었으며, 희생된 학생들 가운데는 목회자의 아들과 딸, 전도사의 딸, 장로들의 자녀들이 포함돼 있다.”
- 당당뉴스 ‘세월호 아이들과 국민들 처지 다르지 않다’ 박은석 기자 (2014.08.02)
“학생 영정과는 별도로, 희생된 어른들의 영정이 한쪽 벽에 빼곡히 놓여있었다. 어른들 위패에도 많은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그 중에는 장로 두 명의 영정도 눈에 띄었다.”
- 당당뉴스 ‘단원고 아이들 영정 앞에서’ 박은석 기자 (2014.06.04)
세월호 참사 이후 교회들이 보여준 실망스런 행태에 분노하며 제 남은 삶을 세상과 교회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을, 10여 년 전부터 4.19 구국기도회를 기사화하며 연이 닿게 되었던 당당뉴스에 교회와 사회를 주제로 기사화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진행되던 중, 난데없이 당당뉴스에 이번 칼뱅 사건이 터졌습니다. 물론 컬럼을 쓰신 신성남 집사님 역시 하나님을 향한 열정에서 비롯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정화와 개혁이란 큰 틀에서 볼 때 이번 일은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에도 지적했듯이, 이번 일은 교회의 부조리를 개혁하자는 본질에서 벗어나 감리교와 장로교의 해묵은 기세싸움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하나는 역사적 사실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과 사실의 역학관계입니다.
진실은 사실과 다릅니다. 사실은 과학적 팩트(Fact)이지만 그 팩트가 사람을 구하지는 않습니다.
But you must not eat from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for when you eat of it you will surely die.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7)
반면에 진실의 기초는 사람을 자유케 하고 구원하는 데 있습니다.
Then you will know the truth, and the truth will set you free. 진리(진실)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한복음 8:32)
우리는 사실과 진실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문화 속에 살면서, 사실을 말하면서도 사실이 마치 진실인 냥, 그래서 사실이 곧 선을 향해 나가고 있다는 오해 속에 살아왔습니다. 이는 근현대 과학시대를 거치면서 ‘사실에 입각한 실증이 곧 인류에 유익한 선이다’는 고정관념과 세뇌된 근현대의 패러다임에 불과합니다.
역사와 언론은 무엇인가? 사가(史家)와 기자(記者)는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기자와 역사가는 그 기초가 같으며, 더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조선왕조실록을 일군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확고한 언관과 사관의 전통을 마련해 왔습니다.
- 당당뉴스 ‘언관(言官)과 사관(史官)’ 박은석 기자 (2015.10.19.)
단순히 사실관계를 알리는 뉴스채널을 통신사라고 하지, 언론사라고 하지 않습니다. 언론사와 언론사 기자는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편집방향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조선왕조실록 편찬과정에서도 사초가 다 실록이 되지는 않습니다. 실록에 들지 못한 수많은 사초가 물에 씻어져 세초가 됩니다.
한국의 감리교단과 장로교단은 그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선말기 한반도 선교에 한 배를 타고 동시에 상륙한 이 땅의 그리스도 가문을 이루는 두 장자 집안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잘못에도 불구하고, 감리교회는 대한민국 기틀을 마련해왔고 장로교회는 이 땅의 가장 큰 교단으로 부흥 성장해왔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 자본주의 물신에 함몰 돼버린 교회의 부조리와 정교유착 등이 불거졌고, 선거 때마다 더러운 행태들이 반복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 북조선의 교회가 지극히 미약해도 하나님의 교회인 것처럼, 대한민국의 교회 역시 부정과 부패가 있을 지라도 하나님의 교회인 것은 분명합니다.
당당뉴스 박은석 기자 - - 북한에서도 성경을 만든다(2014.06.17), - 분단69년 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만나는 것이다(2014.06.20)
시민운동권 격언에는 ‘극우와 극좌는 서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면 결국 조직에 해를 끼치고 결국에는 극우와 극좌가 야합해 변질됨을 말합니다. 우리 생활에서는 ‘서로 욕하면서 닮는다’고 하지요.
잘못된 것을 지적했다고 해서 내가 선의 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행동은 생명을 살리지도 못합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한 만큼 그것을 품어야 그것이 진실이 되어 구원에 이르는 선으로 나타납니다. 우리 전통예술에서는 그것을 ‘한의 승화’라고 합니다.
소금은 뿌려지는 것만으로 맛이 나지 않습니다. 녹아 사라지면서 맛을 냅니다. 김장철 겉절이는 땅 속에 묻혀 삭아져야 비로소 발효된 김치가 됩니다. 우리가 옳은 말을 한다고 올바른 행동이 아닙니다. 옳은 말을 한 만큼 상대를 품어야 옳은 것입니다.
옳고 그름으로 본다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서 죽어 마땅한 자들입니다. 선악의 옳고 그름으로 구원받을 자가 어디 있습니까? 우리가 해방 이후 반민특위 사건 및 교단분열 등의 역사를 보더라도 - 지적하고 정죄만 하려다 도리어 기득권세력의 역풍을 맞은 꼴이 아닙니까?
권현익 목사님께서는, 당당뉴스에 실린 칼럼이 확실하지도 않은 칼뱅의 학살 기재로 인해 장로교단의 명예가 실추되었으며 이는 당당뉴스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칼럼이란 개인의 사설(社說)이며, 사설은 개인의 주장과 의견을 써내는 논설입니다. 논설에는 논거가 부족할 수 있고 부족한 논거는 상대방이 또 반박사설을 쓸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당당뉴스는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두 분께 똑같이 기회를 드렸고 충분히 싸우셨고, 독자들도 충분히 보고 판단하였습니다.
전에 두 분께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문사(文士)는 무사(武士)와 마찬가지로 검(붓)을 들 때와 거둘 때를 알아야 하고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젠 그 검(붓)을 서로 상대에게가 아닌 우리 스스로에게 겨누고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신성남 집사님도 권혁익 목사님도 그리고 당당뉴스도 이 일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가 진실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사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며, 멈춰야 될 선에서 멈추지 않고 막가버린 바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로서 이번 사건으로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이며, 더욱이 독자들이 얻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코람-데오(Coram-Deo),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한 행동들이 어떤 느낌인지는 이미 다들 아시리라 믿고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삶
박은석
산다는 것은
진실을 발견한다는 것은
발견된 진실을 산다는 것은
소금이 된다는 것은
녹아 없어진다는 것은
사라져 맛을 낸다는 것은
하늘에서 비가 내려
땅에 스며 도랑으로
개울로
내와 강으로
바다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