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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새벽 상담가들이 들려주는 '10등급국민'개인파산면책은 인간의 권리다! 누가 이들의 이웃이 되어 줄 것인가?
방현섭  |  racer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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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1월 18일 (수) 18:02:24
최종편집 : 2015년 11월 21일 (토) 03:47:32 [조회수 :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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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단어는 무엇일까?

‘신용불량자!’ 나는 단연코 이 단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이건 불교신자이건 혹은 아무런 종교적 신심이 없는 사람이건 신용불량자라는 단어는 공포 그 자체로 다가온다. 이게 무슨 병리학적 바이러스를 지칭하는 것도 아닐텐데 심지어는 신용불량자라는 딱지가 붙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불편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경우가 많다.

신용불량자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먼저 떠오를까? 무책임, 무절제, 무지, 게으름, 객기, 도박, 과욕…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솔직히 이런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현실도 그러할까?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신용불량자나 턱 밑까지 신용불량자의 낙인이 차오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내 경제생활의 수준이 그래서일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 같다.

호환 마마보다도 더 무섭다는 신용불량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2015년 9월에 [10등급국민]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사회적협동조합 <새벽> 상담가들이 들려주는 우리시대 빚꾸러기들의 이야기’라는 작은 글씨와 제목 밑의 ‘우리시대 강도만난 사람들’이라는 소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빚꾸러기라는 단어가 낮선데 아마도 빚꾸러다니는 사람들을 말하는 듯하다.

얼마 전 열린 작은교회 박람회에서 만난 새벽의 상임이사이자 활동가로 자신을 소개하는 김철호 목사는 새벽의 이사장이자 경인여대 교수인 김옥연 목사와 나란히 앉아서 반갑게 나를 맞아주며 친절하게 서명까지 해서 나에게 이 책을 건네주었다. 김철호 목사는 예수살기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대전 지역에서 개인파산면책 등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과 재활을 돕는 사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책을 낸 것이다.

   
 

책을 받고도 바쁜 일정으로 한동안 표지만 넘실넘실 구경하다가 얼마 전부터 짬짬이 시간을 내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그러다가 중요한 3박4일의 출장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남은 책장을 넘겨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몇 가지 느낌을 나누고자 한다.

1. 신용불량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흉악한 경제사범들이나 게으르고 무지한 이들만은 아니다.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가 뒤늦게 후회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움도 짧고 자립기반도 없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뜻밖의 사고 등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사람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빚보증을 섰다가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 잘못된 결혼으로 상처와 부채만 떠맡은 사람들, 심지어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교에 진학하였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와 한 때의 실수로 옥살이를 하고 참회의 삶으로 봉사하며 살던 사람이 거리에 내팽개쳐진 노부부를 돌보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도 있다. 그들은 타인의 돈을 빌려 쓰고 갚지 못했다는 사실에 미안해하며 최선을 다해 채무를 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2. 이들이 신용불량자가 된 연유에는 IMF라는 초유의 국가부도사태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나름 중산층의 삶을 살면서 성실하게 기업활동을 하던 이들, 상업활동을 하던 사람들도 국가부도사태를 전후하여 한 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신용불량 문제가 단순하게 가난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위 중산층임을 자부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에게까지 치명타를 가하였으니 이를 단순하게 개인의 불성실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3. 국가의 금융정책도 원인을 제공했다. 한때 길거리에 좌판을 벌여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을 하며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라고 하던 풍경이 지금도 선하다. 신용카드라는 것이 말 그대로 신용을 따져서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이 맞겠지만 그때는 신용상태 불문하고 무작위로 무조건 카드를 발급해주었고 카드지출로 경제가 떠받들어지는 상황이기까지 했다. 말이 신용카드이지 결국은 빚이다. 급격하게 어려워지는 경제상황에서 여러 개의 카드로 빚을 돌려막기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은 빚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었다.

4. 제2금융, 사금융에 대한 국가적 통제도 미약하여 원금의 수배가 되는 이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방치하였고 급전이 필요한 이들, 당장의 생활비가 필요한 이들,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힌 이들은 사금융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였고 어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런 상황은 제1금융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금융권은 이와 같은 행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었다.

5. 소규모 골목상권이 거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파괴되는 과정에서도 신용불량자는 양산되었다.

6.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이 13,000원이나 한다. 비싸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익금은 아마도 새벽의 개인파산면책 무료상담활동에 쓰여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일종의 기부라고 생각하면 기꺼운 마음이 들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며 파산한 이웃의 이야기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신용불량자라는 낙인 때문에 그들은 경제적 고통, 불법 채권추심의 공포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견까지 고스란히 견뎌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마음 따뜻한 형제 자매이고 책임감 넘치는 부모이면서 부모님께 깊이 마음 쓰는 효자 효녀였다. 그런 따뜻한 마음씨가 그들을 신용불량자의 올가미로 몰아간 부분도 분명 부인하지 못한다. 단 한번의 실패와 실수로 인생이 결정난다면 그거야 말로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도 죄를 용서하시고 새로운 인생을 살 기회를 주셨는데, 최소한의 패자부활전 기회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에필로그에서 한 자원활동가는 ‘나는 운이 좋아(?) 파산면책까지는 가는 상황은 없었지만’이라고 말한다. 왜 이 말에 그렇게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경제상황이 넉넉하지 않지만 다행히 그동안 큰 사고나 질병이나 가족의 파산 같은 어려운 일이 없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가족 중 누가 많은 돈이 드는 난치병에라도 걸린다면, 재수 없는 무면허 운전자의 차에 치이기라도 한다면, 아주 작고 소소하지만 불운한 일 하나에도 어쩌면 신용불량자가 됐을 지도 모르겠다. 결코 내가 경제운용능력이 뛰어나다거나 신용불량으로 고통을 받은 이들보다 더 근면하고 성실하고 사업수완이 있고 건강해서 신용불량자가 된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시회적협동조합 새벽은 이제 저소득층, 취약계층의 경제생활에 깊숙히 관여하여 스스로 자립, 자활할 수 있는 가정재무관리 전망을 세우도록 돕고. ‘소액대출’에 대한 계획도 세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새벽의 활동에 진심 담은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하며 새벽이 성실하고 책임감 있지만 경제능력, 노동능력을 상실한 채무자들에게 새 삶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건강하고 든든한 조합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끝으로 이 책 [10등급국민]의 출판을 축하하는 잔치자리가 12월 19일(토) 오전 11시부터 종로YMCA 대강당에서 열린다. 잔치는 이 책을 쓴 공동저자인 새벽의 상임이사이자 활동가인 김철호 목사와 이사장 김옥연 목사의 혼인잔치로 이어진다고 한다. 대전에서는 12월 12일 12시, 으능정이 ‘한식대첩’에서 사전피로연이 열린다고 한다. 부디 모두에게, 특히 신용불량의 굴레에 갇혀 절망으로 하루하루를 죽어가는 우리의 이웃에게 기쁨 넘치는 자리가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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