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위대하다!"(알라후 아크바르)

이는 지난 11월 13일(금) 밤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한 테러 현장에서 울려 퍼진 소리다. 그날 밤 파리 시내 몇 군데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발생해 백 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다. 몇 군데 테러 가운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장소는 바타클랑 콘서트홀이었다. 이곳에서만 적어도 89명이 숨졌다. 록밴드의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인 콘서트홀에 들이닥친 테러범 3명은 관람객들을 향해 소총을 난사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테러 사건은 프랑스 정부가 지목하고 '이슬람국가'(IS)가 인정했듯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국가의 소행이 확실시 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 공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보복으로서 계획적으로 자행된 테러인 것이다. 그런데 전혀 무방비 상태인 비전투요원 즉 민간인에게 가한 테러 행위는 참으로 야만적이다. 이런 만행은 비난과 규탄을 받아 마땅한 짓이다. 지금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서방 국가들의 많은 사람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공분하고 있다. 외신이나  국내 언론의 상세한 보도에 접한 우리나라 국민들도 안타까워하며 테러에 대해 큰 우려와 함께 분노감을 표하고 있다.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부상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의 테러에 대해 공분을 느끼는 동시에 나는 테러의 이면을  생각한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프랑스가 미국 등과 더불어 이슬람국가에 가한 군사적 폭력 말이다. 최근 프랑스는 서방 국가들 중에서 미국에 이어 가장 적극적으로 이슬람국가를 군사적으로 공격했다. 지난 해 9월 이후 프랑스 전폭기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슬람국가를 상대로 모두 283 차례나 공습을 했다. 이에 더해 지난 5일에는 프랑스의 하나뿐인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를 걸프만에 보내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무려 283 차례나 되는 대규모 공습을 당하는 동안 시리아와 이라크 국민들이 본 피해는 얼마나 클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을까? 민간인들의 피해는 또 어떤가? 누구나 생명은 똑같이 귀한 것인데 말이다. 우주보다 더 귀한 생명, 창조주의 형상을 닮은 생명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다. 파리 테러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대대적인 테러(공습)로 인한 피해 상황을 우리는 거의 접하지 못했고 알지 못한다. 한국의 언론은 물론 서방 세계의 주류 언론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거의 듣지 못했다. 이번 파리 테러사건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언론보도의 열정을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 주민들이 당한 고통에 두거나 쏟는다면 우리와 서방인들의 생각과 느낌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대다수 우리는 외눈박이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근본주의는 중동에만 있는 게 아니다. 상대는 절대악, 자신은 절대선으로 여기며 상대를 섬멸하고자하는 그것은 서방에도 뿌리 깊게 있다. 많은 서방인들은 대체로 기독교근본주의에 깊이 세뇌되어 있다. 서방국들은 중동을 침략하거나 전쟁을 수행하면서 흔히 '거룩한 전쟁'을 표방한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하면서 말이다. 민간인을 무려 10만 명이나 죽인 이라크 침략전쟁을 시작하면서 부시 미국 대통령은 거룩한 전쟁을 수행한다고 선언했었다. 그는 백악관에서 매일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나중에 명백히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라크침략전쟁은 순전히 부시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미국 자본가들의 이익 등을 위한 것이었다.

야만적인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믿는 신이나 거룩한(?) 침략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믿는 신은 모두 인간이 만든 신일뿐이다. 어리석고 탐욕적인 인간들이 만든 신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는 '알라'라는 이름표를 달고, 다른 하나는 '예수'라는 이름표를 달아놓은 우상이다.

나사렛 예수, 골고다 언덕의 나무 십자가에 달려 처형당한 예수는 그런 우상들을 부수러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다! 오늘 우리가 예수의 제자로서 우상을 부수는 사명을 감당하려면 예수의 성령을 모셔야 한다. 성령을 마음 중심에 모시려면 우상에 길들여진 자신을 발견하고, 그 자신을 철저히 부정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우상에 길들여지고 세뇌된 자신을 성령의 도움으로 부정할수록 성령은 더욱 임하시고, 성령이 임할수록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이다. 지긋지긋한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참된 평화를 도모하는 도구 ….

김달성목사 (평안감리교회. ‘교회에서 신을 만드는 사람들’저자)

▲ 주한 프랑스대사관 앞에 시민들이 갖다 놓은 조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