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다. 이 말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성경을 읽을 때에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항상 해석에 바르게 적용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과학책이 아님에도 과학책처럼 읽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천동설은 대표적이다. 창세기 1장은 지구 중심으로 창조가 기술되어 있다. 밖에 나가면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으로 보인다. 그 둘을 묶으면 자연스럽게 천동설이 되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관점에서 창세기 1장을 읽은 것이다. 물론 잘못 읽은 것이다. 과학의 관점에 의하면 무조건 지구보다 태양이 먼저 존재하여야 한다. 태양이 축이 되어 지구가 그 주위를 돌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창조과학회의 젊은 창조론이 그에 해당된다. 그들의 주장은 창세기에 기록된 사람들의 수명을 따져볼 때에 창조는 6,000여 년 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창세기 1장의 창조가 7일 동안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과학적으로 따져볼 때에 그들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창세기 1장의 ‘날’이 과학적인 24시간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4시간은 태양 주위로 지구가 공전하면서 한 바퀴 자전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다. 태양의 존재가 전제되어 있다. 그런데 태양과 달은 넷째 날에 창조되는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 이전의 ‘날’이 24시간을 가리키는 것이 될 수가 없다. 과학적으로는 절대적이다. 다른 말을 할 여지가 없다.

이런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성경이 영감되지 않았고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근거로 창세기 1장과 2장의 사람과 동물의 창조 순서 차이를 언급하였다. 창세기 1장에는 창조의 순서에 있어서 동물이 먼저 이야기되고 그 뒤에 사람이 이야기되고 있다. 창세기 2장에는 사람이 먼저 나오고 뒤에 동물들 창조가 나온다(19절).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성경 읽기는 과학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성경을 읽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관점에서는 오류이고 그것을 무한대로 확장하여 성경 전체의 내용도 그 연장선상에 올려놓는 것이다.

성경은 현재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사본이 있을 뿐이다. 사본학자들은 그런 상황에서 현재의 성경이 원본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99% 이상이다. 지명이나 인명 그리고 수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본다. 하나님과 그분이 행하신 일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그분의 뜻을 밝힘에 있어서는 오류가 없다. 이는 어떤 교리를 형성하는 내용에 있어서는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교회에서 교리에 있어서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성경 자체가 그러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든가 아니면 양쪽 모두가 어느 부분에서 성경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성경적인 교리는 성경을 바르게 읽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순서는 모순도 아니다. 창세기 2장에서 동물 창조 이야기가 뒤에 기술한 것일 뿐이다. “지으시고”가 아니라 “지으셨고”이다. 기록된 그 시점에서 지으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지으셨다는 것이다. 또한 아담 창조는 모든 사람의 처음이라고 볼 수도 없다. 아벨을 죽은 가인이 하나님의 심판을 직면하고 한 말과 그 말에 대한 하나님의 용인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하다. “~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지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창 4:14). “야웨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그렇지 아니하다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으리라 하시고 가인에게 표를 주사 그를 만나는 모든 자에게서 죽임을 면하게 하시니라”(창 4;15).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다. 하나님과 그 백성들의 동맹관계에 관한 책 곧 성경의 책인데, 신학 책이다. 신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분이 어떤 분이시며 어떤 일을 행하셨고 자기 백성들을 향한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성경은 현대서가 아니다. 이 말을 부정하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최소한 2,000여 년 전에 기록된 것이다. 곧 2,000여 년 전의 사람들에게 전해진 것이라는 말이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당연히 아니다. 기록된 그 시점의 관점에서 기록된 것이다. 그 시점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록되었다. 그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서 기록되었다.

가나안 정복을 생각해보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그 땅을 주시겠다고 하셨고 그 후손들에게 그 땅을 차지하도록 하신다. 그들 이외의 사람들은 그 땅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신다. 당연히 그 땅에 살던 사람들과 전쟁이 일어난다. 순순히 그 땅에 주고 나가면 전쟁이 없지만 그렇지 않다. 그럴 리가 없다. 하나님은 그 땅에 살기를 고집하는 원주민들을 다 죽이라고 명령하셨다. 이에 대해 잔인한 하나님이라며 현대의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잔인한 것은 맞다. 그것은 현대인의 관점에서다. 그 시점의 관점에서는 그렇게만 말할 수 없다. 전쟁은 다반사였다. 힘이 쎄면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수탈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대이다. 힘이 약하면 나름대로 생존방식을 찾아야 했다. 강대국과 동맹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가 침략당하면 죽거나 포로되어 평생을 노예로 살게 된다. 그 당시엔 그것이 일상사였다. 가나안 정복도 그 시점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들에게 살 땅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에 대해 원주민들이 힘으로 저항하면 죽고 죽이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에 기브온 족속과 같이 화친의 언약을 맺으면 종으로 살게 된다(수 19:23). 다른 가나안 족속들은 그것을 거부하였고 전쟁에서 패하고 죽은 것이다. 이는 잔인함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방식이 예수님 이후에는 확연하게 바뀐다. 민족적인 언약 백성이 없어지고 각 지역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당연히 물리적인 땅의 차지란 없다. 과거의 가나안 족속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비신자들을 대하는 것도 없어졌다. 그들에게 선한 행실로 감동을 끼치고 복음을 전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그들이 하나님을 만나도록 섬기는 것이다. 하나님의 새 언약의 백성이면서 범죄하는 경우에는 최고의 형벌이 출교이다. 신체에 물리적인 고통을 가하는 것은 없어졌다.

중세 시대에 이루어진 마녀 사냥이나 신학적인 생각의 차이가 있는 이들을 화형시키는 것 등은 모두 성경을 잘못 읽은 결과물이다. 가나안 정복과 율법의 내용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들보다 과거의 일에 대한 기록을 그들의 시대에 문자적으로 적용한 잘못이다. 곧 성경을 현대서로 읽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칼뱅이 잔인한 짓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문제로 논쟁이 일고 있다. 잔인한 짓을 했다는 쪽에서는 칼뱅의 적대자가 쓴 글 내용만을 근거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빨갱이라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일반베스트의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생각은 근거가 없는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이들이 있었고 그 생각이 쭉 이어져 왔던 것이다. 정당한가? 전혀 아니다. 그분을 적대적으로 생각한 이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사실이 아니다. 그러한 주장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그분의 수많은 강연이나 글 등에서 그렇게 말할 만한 내용을 찾아내면 된다. 그것은 없이 그분을 빨갱이라고 하는 것은 적대자들이 자신들의 필요를 위해 만들어낸 잘못된 주장을 동조하는 악행에 해당될 뿐이다.

칼뱅에 대한 비판도 원리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칼뱅의 수많은 저서와 편지들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 제시하면 된다. 아니 그렇게 하여야 한다. 그것은 없이 칼뱅의 적대자가 쓴 글만을 옮기고서는 그를 그러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매도이며 하나님 앞에서 악행일 뿐이다.

이런 관점이 칼뱅의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옳다고 말하는 것인가? 무조건적으로 칼뱅을 추종하는 것인가? 전혀 아니다. 그의 신학적 진술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의 주장 가운데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잘못된 주장은 그것대로 비판하면 된다. 그러한 잘못된 주장들로 인해 이후 시대의 교회가 잘못된 교리를 만들게 되고 그 폐해를 지금도 겪고 있다. 이런 부분을 바르게 밝히고 극복하여야 하는데, 그를 따르는 후손들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오직 칼뱅이다. 안타까움을 넘어 안쓰러울 지경이다.

물론 칼뱅이 세르베투스의 사형 결정 이후에 그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을 하진 않았다. 사형 언도와 집행에 교권이 작용하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하진 않았다. 이 자체는 잘못된 것이 맞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리적인 교권 행사는 신약의 교회에서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 면에서 그는 시대의 아들이다. 그의 글 내용에서 성경의 진술과 다른 부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창조 기사도 그 시점의 사람들에게 그 사람들이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기록한 것이다. 그 시점에는 지구가 고정되어 있고 하늘에 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하나님께서 스스로를 알리신 것이다. 창조주이시며 그 창조가 하나님과 언약 관계를 맺는 이스라엘 백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알려주신 것이다. 그래서 태양과 달의 역할을 사계절과 연결시키지 않고 율법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씀하신 절기와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고 현대서도 아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이 명제가 현대 교회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다양한 모양으로 거부되고 있는 것이다. 각자 자신들의 선관점을 앞세워 성경을 잘못 읽고 있다. 그러한 잘못된 성경 읽기를 무슨 대단한 독법인양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성경은 언약의 책이다. 하나님과 그 백성 간의 동맹관계에 관한 책이다. 기록된 그 시점의 언어로 그 시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되었다. 그 사실을 바르게 인지하고 일관성 있게 성경 읽기에 적용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