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 채플 앞은 아레오바고에 비교해 매우 어두었고 건물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람에 촛불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오성주 교수가 오른 종탑은 더 어두워서 바로 아랫쪽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그 곳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만 했다. 그 곳에 오교수가 혼자 있다.

화요일, 감신대에서 범동문 촛불기도회가 다시 열렸다. 네 번 째인 이 촛불기도회는 오성주 교수가 농성중인 웨슬리 채플 종탑앞에서 총여학생회가 주최했다. 기온이 쌀쌀하기 때문인지 지난 몇 번의 기도회보다 확연히 적은 60여명이 모였다.

최소영 목사가 종탑아래 어두운 곳에 서서 ‘빈손으로 떠나가리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지난 입법의회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던 교회지도자들의 ‘참담한’ 언사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말 문을 연 최목사는 "입법의회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참담함을 이곳 감신동산에서도 느낀다"고 감신사태를 바라보는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소위 ‘성공한 대형교회’ ‘성공한 목회자’들이 감리회를 장악하고 신학교와, 나아가 신학까지 장악하려는 것이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 최목사는 “그 참담함은 감신의 문제만 아니고 감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이며 개신교회의 뿌리 깊은 문제”라고 해 감신대 사태의 발발이 필연과도 같았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단식을 하고, 사직 선언을 하고, 학생들의 고통에 책임을 느끼며 아픈 마음으로 기도하기 위해 종탑에 올라가는 교수들의 모습을 보고 “아, 아직 감신의 심장이 뛰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고 말해 문제가 있는 곳에 해결 의지가 생기기 마련임을 역설했다. 불이익과 상처를 감수한 채 어떻게든 학생들과 함께 하려는 자기 희생이 있는한 절망만 있지 않고 “구원의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더 많이 가지려고 움켜쥐던 손은 빈손으로 떠나고 부끄럽게 될 것”이라고 예의 하나님의 심판을 경고했다.

▲ 설교 : 최소영 목사 "빈손으로 떠나가리라"

2004년에 입학하여 현재 대학원에 재학중이어서 ‘감신 화석’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권혜정 양(04학번)은 “그리 오래 학교를 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교수님들이 나서서 시위를 하고, 기도회를 하고, 심지어 단식에 고공농성까지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라고 한숨을 지었다.

“낄낄 거리며 멍청한 짓도 좀 해야할 이십대 초중반의 나이에 투사가 되고 고소를 당해 벌금을 내는 이런 일이 어떻게 우리 학교에 있을 수 있느냐”고 학내에서 일고 있는 고소고발 사건을 비판한 권양은 “어른들의 더러운 야욕과 교활함을 보면서 교단에 남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늘 고민”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총여학생회 이은재 회장은 지난 5월에 자신도 종탑을 올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고공농성중인 오성주 교수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한 사람의 신학자로, 교육자로 이러한 말도 안되는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늘 부채감을 가지고 계셨고, 저를 비롯한 다섯명의 학생들이 검찰에 벌금 100만원을 기소당한 날부터 늘 학교에서 주무시며 매일 매일 1인시위를 지속하셨다”고 오 교수를 소개한 이 양은 “종탑 위는 춥고 외롭다”며 “오성주 교수님이 더 이상 춥지 않고 외롭지 않도록 감신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기도회를 마칠 즈음에 한 목소리로 "우리 기도를 들어주세요"라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종탑을 향해 "교수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이어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합창한 뒤 최소영 목사의 축도로 기도회를 마쳤다.

▲ 학생발언 : 권혜정 (기독교교육학과전공 04학번)

▲ 학생발언2 " 이은재 (총여학생회 회장)

▲ 기도회가 끝난 후 종탑의 모습. 붉은불빛이 비치는 텐트에 오교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