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교회가 세속화되고 쇠퇴되어 가는 중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① 교회들이 대형화되고, ② 담임목사직을 세습하고, ③ 가장 신성해야 할 교회가 성범죄, 횡령, 사기, 권모술수 등의 온상처럼 되고, ④ 교인수의 감소로 교회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수평이동으로 인한 교인수 증가를 부흥이라며 마냥 기뻐만 하는 교회들이 늘어 가고만 있다.

① 이 말에 교회가 대형화되는 게 무엇이 문제이냐고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그들 대형교회들을 보면 알 일인데, 대형화를 진행하는 과정이 바벨탑을 쌓던 그것과 같지 않은가. 대부분의 대형교회 교인들은, 특히 목사는 하나님과 그 자녀들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세속으로 물든 스스로의 욕심과 자만심으로 바벨탑을 쌓고 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들 대형교회의 목사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고도 문제가 없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복음을 떠나 세속으로 물들었다는 증거이다.

② 교회세습이라고들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담임목사직의 세습이다. 교회가 무슨 사유물인가, 세습을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우리의 교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목사가 교회를 사유물로 알고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다가 그도 모자라 자식에게 제 재산 물려주듯 물려주는 것이다.

담임목사의 자식이라고 그 교회의 담임목사 되는 길을 막는다면 그야말로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만 놓고 본다면 그럴싸하다. 담임목사의 자식인 건 맞지만 자격이 충분하여 후임으로 맞는다는데 그게 뭐가 잘못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아니지 않는가. 목사와 그 추종세력들의 짬짜미를 그런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한 거라는 것은 그들 자신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③ 교회가 범죄의 온상처럼 되었다고도 했는데, 실은 목사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앞에서 열거한 범죄들은 다름 아닌 목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들이다. 그런 것을 가지고 사람들은 교회가 그렇다고 한다. 목사가 교회를 대표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들이 그만큼 교회의 주인행세를 했다는 말도 된다.

크리스천들은 도덕과 윤리 면에서도 불신자들보다 나아야 된다. 그리고 집사는 무직분자보다 나아야 되고, 장로는 집사보다 나아야 된다. 그리고 목사는 그들보다 더 나아야 된다. 목사가 일반 교인들보다 못하다면, 믿지 않는 사람들만도 못하다면 목사라 할 수 없다.

물론 일반 교인 중 한 사람으로서의 나는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 직분이 없다 해서, 집사라 해서 장로나 목사보다 신앙이 못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목사나 장로나 집사나 무직분자나 크리스천은 모두가 똑같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는데, 도덕과 윤리, 그리고 언행은 그 사람의 신앙과 거의 비례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새벽기도에 열심이고, 헌금 많이 하고, 교회봉사 잘하는 것을 신앙을 재는 척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니다. 그런 것이 신앙과 무관하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도덕과 윤리요 언행이다. 일상의 삶이라는 말이다.

물론 믿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면에서 믿는 사람들이 따를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믿음에 의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모범이 되고 바른 언행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신앙의 성장을 뜻한다. 믿음은 좋은데 도덕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면 거짓이요, 믿음은 좋은데 언행이 별로일 수도 없다. 그런데 대형교회뿐 아니라 모든 교회의 목사들은 어떤가. 아니 나는 어떤가. 나는 그와 무관하다 할 수 있는가.

④ 전도에 의해 믿지 않는 사람이 교회를 찾아 예수를 영접하는 예는 드물고 주로 수평이동이 교인 증가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한 교회의 교인 증가는 다른 교회의 교인 감소로 나타난다. 하나님께서 보신다면 이익도 손해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 교회의 교인수가 느는 것을 보고 성장을 이루었다고 좋아만 한다면 안 될 일이다.

미자립 교회나 규모가 작은 교회들은, 특히 그런 교회의 목사들은 큰 교회들의 교인수 증가를 보고 자기네들 작은 교회 덕택이라고 한다. 자기네들이 애써 전도해 놓은 교인들이 큰 교회들로 옮겨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딴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목사들에게 잘한다고 박수만을 보낼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큰 교회가 교회생활을 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라 하는데, 어느 정도는 맞지만 더 큰 이유는 다른 데에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며 그들의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 사랑해도 떠난다면 어쩌겠는가. 하나님께서도 아마 책망 아닌 칭찬으로 보듬어 주실 것이다.

누가 한국교회 쇠퇴의 주범인가

수평이동으로 교인수가 증가하는 교회도 있지만 감소하는 교회는 더 많다. 한국교회 전체를 놓고 보면 감소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기정사실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것이니 굳이 부언하여 설명하진 않겠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교회의 쇠퇴, 기독교의 쇠퇴를 염려한다. 정말이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일이 있는데, 그것은 교회의 세속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모두에서 “한국교회가 세속화되고 쇠퇴되어 가는 중에 있다”고 표현하여 교회의 세속화와 쇠퇴가 서로 다른 것처럼 말했는데, 아니다. 세속화가 곧 교회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니 세속화가 교인수의 감소보다 더 심각한 쇠퇴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교인들이, 특히 목사들이 교인수 감소만을 걱정하며 그 증가에만 진력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 보자. 목사들이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 구원만을 위해 교인수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는가. 자신의 목회 성공은 조금도 염두에 없는 것인가. 천하보다 귀하다는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구원이 무엇에도 우선한다는 것을 안다면 교인들의 머릿수를 가지고 교회의 부흥여부를 말하진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이런 게 아닌데, 또 목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 목사들이 교회에, 기독교계에 끼친 해독이 결코 작다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쩌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들 목사만을 탓한다면 한국교회는 언제가 돼도 쇠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목사는 목사로서의 나를, 그리고 장로가 됐건 집사가 됐건 무직분자가 됐건 누가 됐건 자신을, 그러니까 나를 돌아보지 않는 한 쇠퇴라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당당뉴스>에 올라온 칼럼류의 글들 중 독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대개 한국교회가 어떻고 목사가 어떠하며 헌금이 어떻다는 것들이다. 그도 거의가 그에 대한 부정적인 것들이다. 모두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것들로 나 자신에 대한 것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영혼을 소중이 여기는 설교에 나옴직한 인성이나 인격에 대해 쓴 글 같은 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필자도 목사들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는 글을 써 왔고, 이 글의 대부분도 그런 내용으로 채웠는데, 그리고 제목에 ‘한국교회’라는 말도 썼는데, 이런 식만으로는 교회도 망하고 나도 망하게 된다.

누가 뭐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내가 없으면 너도 없고 세상의 그 무엇도 다 없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를 보기 전에 나를 보고, 목사를 보기 전에 나를 먼저 봐야 한다. 그 무엇, 그 누구보다도 나를 먼저 봐야 한다. 그래야 나도 살고 한국교회도 산다. 기독교가 산다.

이런 말을 하면 흔히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맞는 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자력으로 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다. 성령님의 도우심이 있다. 그런데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성령께서도 일을 하지 않으신다. 내가 일을 하다 힘에 겨워할 때 성령께서 밀어 주시고 끌어 주신다.

‘성령충만, 성령충만’이라고들 하는데, 성령충만이 무엇인가. 방언하고, 예언하고, 병을 고치는 것인가. 물론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방언이나 예언은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신앙도 망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병은 의사들이 더 많이 고친다.

진짜 성령충만의 결과는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것이다. 그렇다고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소리쳐 울부짖고는 회개하여 속이 후련해졌다며 좋아하지 마라. 그건 회개가 아니다. 목청껏 소리치거나 큰 소리로 실컷 울고 나면 기도나 회개가 아니라도 마음이 후련해진다.

세례요한은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하지 말라”(눅3:8)라고 한다. 그런데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무엇인가. 내적 변화에 따라 빛 되고 향기 되고 소금으로 녹아지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삶을 통해 맺는 착한 열매가 ‘회개에 합당한 열매’라는 말이다.

신앙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착한 열매를 맺는 삶을 산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크리스천은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된다. 감나무에 감이 열리고, 밤나무에 밤이 열리듯 믿는 사람은 믿음의 열매, 즉 ‘회개에 합당한 열매’로서의 착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믿음의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목사가 됐건, 교회가 됐건, 정치가 됐건, 뭐가 됐건 나쁜 것은 나쁘다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쁜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것은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고 용기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좋고 나쁨은 어떻게 분별할 수 있는가. 성경에, 성경정신에 비춰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나(自) 아닌 남(他)의 잘못을 보고 나쁘다 하기 전에, 아니면 동시적으로라도 꼭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어 가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남만을 보고 나쁘다 한다면 나는 남보다 더 나쁜 사람이다. 목사들을 보고 한국교회를 쇠퇴의 길로 몰고 간다며 나 자신은 돌아보지 않는다면 목사들이 아닌 내가 그 주범이 된다.

남을 향해선 독설까지도 아끼지 않으면서, 자기는 쓴소리 한 마디조차 듣기 싫어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나의 마음의 밭은 굳어지거나 잡초만이 우거져 폐허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목사가 됐건 교회가 됐건 잘못된 건 잘못됐다 하라. 그러며 자신을 돌아보아 잘못이 있으면 기도하여 회개로 바로잡아라.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이 한국교회 쇠퇴의 주범이 된다.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한 말이 됐지만 “내 탓이요”라 말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는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교회를 교회답게 하여 부흥을 부른다. 그리고 사회까지도 살맛나는 세상으로 바꿔 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