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영어연극대회
홍지향  |  ghdwlgid@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5년 11월 09일 (월) 00:43:58 [조회수 : 1404]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진부령 편지 -영어연극대회

     지난주에 큰 아이는 킹쌤(분교장 선생님)과 알럽티쳐(선생님)와 5명의 언니 오빠들과 함께 강원도 초등학생 영어연극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1박 2일로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직장에서 바쁘게 일하면서 두 선생님이 모바일을 통해서 보내주시는 식사, 숙박, 대회 분장 및 수상 소식과 사진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영어연극대회에서 1등을 하면 다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6명의 전교생이 날마다 땀 흘려 준비한 영어연극이었습니다.

   2학기 개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큰 아이가 ‘아기돼지 삼형제’ 영어 대본을 들고 귀가했습니다. 영어연극을 하기로 해서 대본을 외워야 한다며 3학년 오빠가 영어대본 위에 한글로 음을 써 준 대본을 들고 혼자 열심히 읽어보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을 외우자니 곤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From the horse's mouth, these days a lot of wolves appeared.' 그러면 대본 위에 3학년 아이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프롬 더 홀씨즈 하우스, 디즈 데이즈 얼라러브 울브즈 어피얼드.’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뜻을 해석해 주고 발음을 지도해 주었더니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엄마는 왜 자꾸 고치라고 해요?”하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도와주려고 한 것이 그만 간섭으로 느껴졌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 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도와주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날마다 영어연극을 연습하던 큰아이는 대본이 잘 외워지지 않자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 내일 엄마 굿모닝팝스 들을 때 저도 깨워주세요. 영어연극 연습해야 돼요.”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음날 새벽 6시에 아이를 깨웠지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7시에 일어나 거실로 나온 큰아이는 영어 대본을 두 손으로 꼭 붙들고 쇼파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걱정이 되고 잘 하고 싶었으면 저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두주가 지나고, 학교에서 1박2일 캠프를 한다고 신이 난 큰 아이는 갈아 입을 옷이며 세면도구를 준비해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캠프에서 합숙을 하면서 영어연극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회를 3주 앞두고 매주 1박 2일, 2박 3일로 알럽티쳐와 합숙을 하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럼 낮에는 학과수업을 했느냐고요? 아닙니다. 전교생이 6명이니 학과수업 시간은 조정할 수 있습니다. 2주간 아침부터 밤까지 영어연극만 준비했습니다. 알럽티쳐의 아내 되시는 여신님(별명, 인근 초등학교의 교사이십니다.)도 밤마다 아이들의 연극 준비를 돕고 대회 당일에는 분장도 도맡아 해 주셨습니다. 날마다 오시는 복식수업교사이신 미술 선생님은 손수 종이를 오려가며 무대 장식을 다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큰 아이는 6학년들의 졸업여행을 1박 2일로 함께 다녀왔습니다. 본교와 분교를 모두 합쳐 40명이 되지 않는 전교생이다 보니 졸업여행은 항상 본교와 분교의 전교생이 함께 갑니다. 그리고 가을 운동회를 했고, 학교대항 체육대회를 했으며, 고성에서 해마다 열리는 수성 문화제에 사물놀이 경연에 참가했고, 1~3학년 본교와 분교 학생들의 DMZ 생태환경체험을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9월과 10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갔습니다.

   그렇게 지난 수요일에 있은 ‘강원도 초등학생 영어연극대회’에서 전교생 6명의 흘리분교가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강원도민일보에 사진과 함께 기사도 실렸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온 큰아이는 대상을 탄 기념으로 학교에서 캠프를 한 번 더 하기로 했답니다. 그럼 여행은 안 가는 것이냐고 물으니, 여행도 당연히 가야 한답니다. 엄마 없이는 친척집에서도 자지 않던 아이가 이제는 캠프와 여행에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대상이 기쁜 것이 아닙니다. 연극대회는 3팀이 참가했고 대상, 우수상, 장려상, 모두 수상자였습니다. 아이들이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긴장하고 힘들어하던 것도 때가 되면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배운 것이 기뻤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고단하게 씨를 뿌리는 작업을 통해 기쁨으로 단을 거두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해 본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소득입니다. 엄마와 헤어지는 두려움을 이기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가는 큰아이를 보는 것이 실로 큰 기쁨이었습니다. 실전에서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까 염려되는 마음으로 애타는 것을 견디고 끝까지 무대에 선 것이 대견합니다.

   저도 하나님 앞에 그런 자녀가 되어야 겠습니다. 달라고만 하는 떼쟁이 자녀에서 성장해 가는 만큼 제게 주어진 일을 감당하는 자녀, 때로는 고단하고 어렵지만 기쁨의 열매를 바라보며 참을 수 있는 자녀, 세상살이에서 두려움이 몰려들더라도 믿음의 걸음을 포기하지 않는 자녀, 하나님이 대견해 하실 것 같습니다. 저와 여러분에게 오늘 하루 이런 성숙이 함께 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홍지향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63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