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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낮은 것이 더 아름다운 버섯들
최종수  |  asburych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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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1월 05일 (목) 05:34:35
최종편집 : 2015년 11월 05일 (목) 05:43:57 [조회수 : 7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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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낮은 것이 더 아름다운 버섯들

 

   
▲ 이끼살이버섯. 이 글에 나오는 버섯 사진들은 모두 2015년 여름에 촬영한 것이다.

 

생명경외(生命敬畏)는 아주 작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생명의 신비를 보고 놀라며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감탄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보이지 않던 생명계의 신비에 눈뜨게 만드는 일 가운데 버섯 관찰만큼 더 좋은 일이 또 없다. 눈에 띄지 않는 감춰진 비밀을 지닌 채 신비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아주 작은 생명체, 죽임보다 살림을, 죽어가는 지구를 다시 살리는 재생, 상생의 주역인 숨은 공로자 버섯....

 

버섯을 관찰하면서 아주 작은 것에 대한 관심이 깊어간다. 보이지 않는 미물(微物)이 귀하고 아름답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인 줄 알던 좁은 시야의 지평이 열린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흔한 표현을 사용하게 만드는 계기는 저마다 다 다를 것이다. 색깔, 크기, 모양, 맛, 냄새, 그 돋는 시기, 관계의 그물망, 헤아릴 수도 없는 수(數).....한도 끝도 없는 그 다양성에 또 한 번 놀란다.

 

   
▲ 소나무옷솔버섯

 

그 뿐인가. 낮은 것들에 대한 관심도 확대된다. 전에 “버섯관찰은 눈높이를 낮추는 일”이라 하였다.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허리를 굽히고 낮게, 낮게 땅만 보고 걷는다. 버섯 사진 한 장 찍으려 해도 더 낮아져야 한다. 아예 땅에 납작 엎드려 어렵게 셔터를 누른다. 내 몸이 땅에 밀착하여야 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잡을 수 있다. 귀한 것은 낮은 곳에 있다. 눈높이를, 눈을, 몸을 낮추어야 보인다. 작고 낮은 것, 그 안에 생명의 비밀이, 생명의 신비가 감추어져 있다. 보지 못하던 것을 보려면 눈을 낮추어야 하고, 숨은 신비에 접하려면 몸을 낮추어야 하고, 감춰진 아름다움에 감탄하려면 낮은 땅에 온 몸과 마음을 밀착하여야 한다.

 

   
▲ 약용 쓰가불로초

 

버섯은 숨은 일꾼, 보이지 않는 일꾼이라는 것은 벌써 여러 번 언급하였다. 자기과시가 없는 겸양의 존재다. 나 역시 겸손하지 않으면, 조심스럽고 급하지 않으며 찬찬하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쳐 버리고 만다. 만나지 못했으니 없는 것이라고 한다. 온갖 화려한 색깔과 향기와 달콤한 꿀을 가진 꽃들은 그 목적이 분명하다면 분명하다. 허지만 버섯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름답고 화려한 색깔과 자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억겁의 세월을 저 홀로 습하고 어둡고 벌 나비도 없는 외로운 곳에서 잠시 피었다가 스러진다.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

 

 

   
▲ 국수버섯

 

최대 최악의 포식자 인간인 나는 버섯의 식용여부에만 관심이 쏠리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한 동안 식용버섯만 주로 찾아 다녔다. 어느 날 갑자기 뜻하지 않은 곳에서 풍성해도 도가 지나칠 만큼 풍성하게 돋은 것을 발견하면 놀라움과 감탄과 함께 칼을 꺼내기가 바빴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포식자의 본능이 발로된다. 허지만 본래 위장이 약해서 버섯 몇 점 먹을 뿐인 나는 버섯을 모두 이웃들에게 나누어 준다. 엄밀한 뜻에서 나눔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여분을 처리한다는 표현이 옳은 표현이다. 진정한 나눔은 내 부족한 것에서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 흰붓버섯

 

점차 버섯 식용에는 관심이 멀어져 간다. 언제부터인지 버섯 설명에 식용여부를 적지 않게 된 자신을 알게 된 것은 내 버섯 이야기를 읽은 어느 분이 식용여부를 밝혀주면 좋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였다. 식욕포기는 결국 자기포기, 자기 비움이다. 많은 종교 수행에서 금식이나 단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식욕포기, 자기포기에서 진정 버섯의 아름다움, 그 생명의 신비가 놀라움으로 나에게 다가 온다. 그 신비와 아름다움에 눈이 뜨면 그만 버섯 마니아가 된다.

 

 

   
▲ 노란비늘광대버섯(임시명, 한국 미기록종) Amanita flavoconica G.F. Atk.

 

이러한 체험들은 진정 종교경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모두 종교인이다. 자연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모두 성인(聖人)이다. 작고 낮은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모두 도인(道人)이다. 죽임보다 살림을 먼저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실천적 신앙인이다. 자연의 순리 따라 자연을 닮아 가는 사람들은 모두 철인(哲人)이다. @

 

   

▲ 녹황색왕주름버섯(임시명) Chrysomphalina chrysophylla(Fr.) Clemencon 한국 미기록종, 왕주름버섯속 버섯이다. 2009년에 처음 발견하고 2015년 금년에 다시 두 곳에서 발견하였다. 많이 썩은 침엽수 위에 돋는다. 녹황색을 가지고 주름살이 성기며 내리주름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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