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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와 증오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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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0월 31일 (토) 00:41:13 [조회수 : 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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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와 증오는 어떻게 다를까? 탈무드는 그 둘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들려준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낫을 빌리러 갔다. 그러나 낫을 빌려달라는 청을 받은 사람은 이를 매몰차게 거절하고 만다. 그런데 마침 낫을 빌리려 했던 사람에게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낫을 빌려주기를 거절했던 사람이 오히려 말을 빌리러 온다. 그때 말 주인이 말한다. “네가 낫을 빌려주지 않았으니 나도 말을 빌려주지 않겠다.” 이것은 복수다. 그러나 말 주인이 오히려 말을 빌려주면서 말한다. “너는 나에게 낫을 빌려주지 않았지. 하지만 난 네게 말을 빌려주겠다.” 이것은 증오다.

이 유대인의 지혜는 어쩌면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복수란 단순히 받은 행동을 그대로 되갚아주는 것이다. 네가 낫을 빌려주지 않았으니 나도 말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단순한 등가. 이렇게 복수는 자기가 받은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돌려주는 것, 그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그러나 증오는 다르다. 증오는 자신이 받은 행동을 치욕으로 여긴다. 그리고 이 치욕을, 이 모멸감을 결코 잊지 않는다. 더 나아가, 기회가 되는 대로 자신이 받은 모멸감을 반드시 상대방에게 각인시킨다. 네가 내게 낫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각인시키기 위하여, 단지 그 이유를 위하여 말을 빌려주었던 저 사람처럼.

살아간다면 누구나 알게 되듯이 복수가 복수로 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게 복수는 의례히 모멸감을 거쳐 증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증오는 그 대상을 넘어 결국 자신의 영혼 역시 망가뜨리고 만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이렇게 복수를 말하지만 그건 안 될 소리다. 그러다가는 증오에 빠지고 말 테니까. 그러니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차라리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 5:38-39) 자신에게 죄를 짓는 형제를 일곱 번쯤 용서해주면 되겠느냐는 베드로의 질문에도 주님은 그 일곱에 칠십을 곱한 만큼도 용서해줘야 한다고 하셨다.(마 18:21-22) 당연히 “최대한 490번까지만!”이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증오가 너를 삼키지 못하도록 결코 너 받은 치욕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말씀일 것이다.

“그는 굴욕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마치 털 깎는 사람 앞에서 잠잠한 암양처럼 끌려가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 53:7) 선지자의 말처럼 주님은 스스로 본을 보이셨다. 사도 바울 역시 스승의 길을 따르며 이런 말을 남겼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십시오.”(롬 12:21)

대기는 지금 증오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이 받은 모욕을 증오로 돌려주려는 지도자들도 드물지 않고, 선을 위해 싸우는 이들조차 악을 악으로 이기다보니 결국 싸움에는 이기고 악에게는 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 치욕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으로 받아 자신에게서 증오의 고리를 끊을 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러하므로 우리도 진영 밖으로 나가 그에게로 나아가서 그가 겪으신 치욕을 짊어집시다.” (히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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