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희랍의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걸린 현판에는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말은 ‘인간아! 너는 신이 아님을 깨달아라.’ 혹은 ‘너는 기껏 죽을 인간임을 명심하라.’를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너를 신으로 착각하지 말라.’ 혹은 ‘네가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 현판을 내걸었던 신전의 사제들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으면서도 자기들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을 깨우쳐 주려고 했다.

소크라테스도 소피스트들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자주 인용했다. 자기들이 지닌 지식에 대해서 자부심을 지니고 있던 소피스트들은 그들의 지식을 자랑하고 다녔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그들이 알고 있는 것에는 오류가 많았다. 그래서 이 철학자는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소피스트들에게 접근해서 그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다시 말해서 그들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려고 노력했다.

2천 년 전의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을 아주 잘 믿는다고 생각했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율법주의적 신앙, 독선적이고 위선적인 삶을 지적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예수님을 비난하고 공격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느 한국의 신학자는 신학자들은 저 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교인들은 전근대적인 세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대 사회에 사는 교인들이 정말 전근대적인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면, 올바르게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교인들 역시 착각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 신학자의 말이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에덴동산에서 뱀이 하와와 이야기한 것은 뱀을 의인화한 우화 아니겠느냐고 말하면, 한국의 기독교인들 가운데에는 성경은 글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태초에는 뱀도 사람처럼 말했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다. TV에 나오는 여 목사가 설교를 잘 하더라고 말하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했는데 그런 성경구절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설교를 하다니 참 한심하다고 응대한다. 한국교회의 목사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면, 목사를 비판하면 벌 받는다고 주의를 시킨다. 성경과 문학의 관계를 말하면 문학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면서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가 현대신학을 언급하면,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세상풍조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그 사람을 이단시한다. 그런데 세상은 변하고 인간의 생각도 바뀌기 때문에, 전에 옳다고 생각한 것이 지금은 옳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는 수가 많다. 현대인은 현대인의 언어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개신교야 말로 진리의 보루라고 믿고 있는데, 우리는 열심히 예배에 참석하고,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성경을 읽고, 열심히 봉사하면서 주님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는데, 사람들은 한국교회에 문제가 많다고 한국교회가 추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세상을 따라가지도 못한다고, 오히려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 밖의 사람들은 벌떼처럼 교회를 공격해오고, 교회 내부에도 제2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인들이 해마다 줄어든다는 말도 있다.

한국교회에 그렇게도 문제가 많다면, 우리가 잘 믿는다고 생각한 것은 실상 착각에 불과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어디선가 정도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이제 겸허한 자세로 우리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어디서부터 길을 잃기 시작했는지 살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에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교회가 어디서부터 길을 잃게 되었는지, 한국교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궤도를 벗어난 한국교회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데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문학과 신학의 학제적 연구에 힘써 왔다. 그동안 그레이엄 그린을 중심으로 영어권의 그리스도교 작가들을 연구하면서, 문학작품에 나타난 신앙적 문제를 다루었다. 나아가서 신학과 문학의 관계를 다루기도 했다. 이 책 『착각에 빠진 한국교회』에서는 성경, 문학, 한국의 교회, 이 세 가지 관계를 고찰했다. 다시 말하면, 문학적 성경 읽기를 통해서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드러내면서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착각에 빠진 한국교회』의 ‘머리말’에서

잘 나가던 단체의 세력이 약해질 때는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기우는 그 단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면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암적인 문제를 제거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그리스도교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만큼 부흥해 왔는데, 요즘 많은 사람이 한국교회가 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고, 교세가 기울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한국교회가 중병에 결렸다고 걱정한다. 한편 뜻있는 교회 지도자들이 제2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연구소를 만들기도 하고,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해 왔지만, 그들의 노력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복음의 저자는 그 복음서의 첫머리에서 복음의 내력을 저술하려고 많은 사람이 붓을 들었지만,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살핀” 자신도 데오빌로 각하가 알고 있는 것을 “더 확실하게” 하려고 누가복음을 쓴다고 기록했다.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해서 많은 사람이 붓을 들었지만, 한국교회의 실상을 근원부터 자세히 살핀 나도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 『착각에 빠진 한국교회』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로 했다. 나는 이 책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부패하게 되고 기울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한편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려고 했다.

2년여에 걸쳐서 <당당뉴스>에 올린 글을 가려 뽑아서 고쳐 쓰고 새로운 글을 첨가하기도 해서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조그만 책을 만들었다. 1장에서는 믿음에 관련된 편향적인 성경 읽기의 문제점을, 2장에서는 구약과 신약의 관계에 대한 오해를, 3장에서는 우리말 성경번역과 성경해석에서 나타나는 신학자들의 맹점을, 4장에서는 성경과 문학의 관계를, 5장에서는 닫힌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마지막으로 6장에서는 부패한 한국교회의 개혁을 다루었다.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도 중요하고, 진단 다음에는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나는 각 장에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 이 지면을 빌어 필자의 책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착각에 빠진 한국교회』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2015)

cnupress@cnu.ac.kr

판형 : 신국판
페이지 : 229
ISBN : 978-89-7599-552-1 
출판일자 : 2015-10-05
정가 : 12,000원
 

042-821-6045

 이 책은 성경, 문학, 한국의 교회, 이 세 가지 관계를 고찰하고 문학적 성경 읽기를 통해서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드러내면서 개선책을 모색했다.

 저 자 최재석

대전월평동산교회 은퇴장로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다. 그는 공주사범대학, 고려대학교, 침례신학대학교에서 공부했고, 호주의 퀸스랜드대학교에서 그리스도교 작가 그레이엄 그린 연구로 영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Peter Lang출판사에서 낸 두 권의 저서 Greene and Unamuno: Two Prilgrims to La Mancha와 Perceptions of Religious Faith in the Work of Graham Greene을 비롯해서 여러 권의 문학과 그리스도교의 학제적 연구서를 국내외에서 냈다. 특히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인간 이해와 신앙』, 『그레이엄 그린과 현대인의 신앙』에서는 문학작품에 나타난 신학적 문제를 다루었고, 『왜 그리스도인에게 문학적 소양이 필요한가?』와 『예수님과 통하라』에서는 신학과 문학의 관계를 고찰했다. 이 책 『착각에 빠진 한국교회』에서는 성경, 문학, 한국의 교회, 이 세 가지 관계를 다루었다.
 

목   차

제1장 여기서 길을 잃었다.

1. 편향성의 오류 12
2. 바울은 행위를 외면했는가? 20
3. 도덕적 행위를 무시하는 종교는 없다. 29
4. 디트리히 본회퍼와 행동 36

제2장 여기서 헤매고 있다.

1. 조상이 같은 세 종교가 원수 된 이유 48
2. 주일을 안식일로 착각한 아이 51
3. 물질의 복과 영적인 복 57
4. 십일조 강조는 시대착오적 발상 64
5. 찬양받으려고 아들을 희생양 삼으셨을까? 69

제3장 아직도 마차를 고집한다.

1. 개그 콘서트의 무대가 된 교회 80
2. 시대착오적인 성경의 어투 87
3. 반어법을 모르는 신학자들의 착각 98
4. 모세가 오경을 기록했는가? 112

제4장 이제 자동차를 타자.

1. 문학을 외면한 교부들의 착각 126
2. 문학의 형식을 빌려서 기록된 성경 134
3. 문자적 성경 읽기의 문제점 141
4. 하나님 예수만을 알았던 아이 153

제5장 이제 마음을 열자.

1. 예수님의 열린 마음 164
2. 아직도 배타적인가? 175
3. 한국교회의 보수성은 온당한가? 183
4. 문화를 품는 교회 191

제6장 지금은 나서야 할 때

1. 권위를 탐하는 목사들 204
2. 침묵은 죄 215
3. 지금은 결단해야 할 때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