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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가 성매매했다는 걸 알면 어쩌죠"[책 뒤안길] 탈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 <내가 제일 잘한 일>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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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0월 19일 (월) 20:50:07
최종편집 : 2015년 10월 20일 (화) 14:49:33 [조회수 :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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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사는 게, 그러니까 수지 씨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무지 쉬울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솔직히 평범하게 사는 게 더 힘들어.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쪽으로 가고 싶어 하잖아요. (중략) 어디 취직을 했다 쳐.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었던 걸 알게 되면, 사람들이 그런 눈으로 볼 거 아냐.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게 두렵다니까요.”-<내가 제일 잘한 일> 24쪽에서

여보! 우리는 너무나도 평범하잖아요. 그 흔한(?) 대형교회에서 목회하는 것도 아니고, 그 이름난 목사님들 측에 끼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종편까지도 꽉 잡은 목사님도 계시건만, 그런 짓은 언감생심... 하하하. 성도들 무서워(?) 큰소리 한 번 못치고 그렇게, 하늘 한 번 보고 성도들 얼굴 한 번 살피고... 정말 아주 평범한 그런 목회자 내외잖아요.

평범하게 사는 게 감사의 조건

   
▲ <내가 제일 잘한 일>(박금선 지음 / 샨티 펴냄 / 2015. 9 / 240쪽 / 1만5000 원)

여보! 근데 우리가 너무나도 평범하게 사는 거 감사해야 해요. 평범함도 아무나 누리는 게 아니더군요.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인생이 있다면 믿겠어요? 그러나 있어요. 내가 막 다 읽은 책은 성매매를 하다 그 생활을 접고 일반인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으로 쓴 책이에요. 결혼도 평범한 게 아니죠. 그들에겐.

“세상에, 결혼이 무슨 평범해요? 결혼은 정말 선택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야. 나도 결혼하고 싶어요. 그런데 나 같은 과거를 가진 사람이 결혼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가 깨지면 어떡해?”-<내가 제일 잘한 일> 25쪽에서

<내가 제일 잘한 일>은 MBC라디오 <여성시대>의 작가인 저자 박금선이 시선을 달리하며 일곱 도막의 이야기로 일곱 명의 탈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책이라오. “이런 얘기 좋아하시나요?”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꺼낸 저자는 “내가 꺼내고자 하는 구슬은 무엇이든지 다 있고, 무한대로 꺼낼 수 있다”며 ‘구슬론’으로 흥미를 끌어당기고 시작하고 있소.

그는 이어 그 구슬이 “무겁지도 않고 크지도 않고 언제나 휴대 지참할 수 있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이 곰살맞은 이야기를 시작하오. 문장의 현란함에 좀 어리둥절하지만 애써 저자가 탈성매매 여성들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고 부인하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보! 그들뿐 아니라 우리도 저마다 그런 구슬을 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지 않겠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성매매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지요.”-<내가 제일 잘한 일> 7쪽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모습 아닌가요? 그래서 저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특별히 자주 꺼내 쓴 구슬에 관한 이야기’라고 에두르며 탈성매매 여성 이야기란 말에 선을 긋고 있소. 평범함조차 사치인 탈성매매 여성들의 속내를 이리도 잘 꿴 구슬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석이 아닐 수 없소. 여보!

제일 잘한 일, '자녀 낳은 일'... ‘과거’는 두려움의 원인

“종이를 꺼내서 적어봤어. ‘내가 잘한 일’―이렇게 제목을 붙여봤지. 숫자 1에다가 동그라미를 치고, 무얼 적었는지 아니? ‘우리 딸을 낳은 일’이라고 적었단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너와 만난 일이니까. 우리가 오랜 시간 같이 있을 수 없어서 그건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너는 언제나 나에게 1번이야.”-<내가 제일 잘한 일> 119쪽에서

두 번째로 잘한 일은, ‘집을 나온 일’이이고, 세 번째로 잘한 일은, ‘그곳(업소)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일’이이라고 말하는 엄마. 이 엄마에게 집은 평범한 집이 아니었고, 업소에서 나온 것은 본래의 평범함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었소.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엄마가 된 게 가장 잘한 일이었다고 말하고 있소.

여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소. 가난과 폭력, 억눌림, 소외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 과거의 아픔을 잊고 성장으로 나아가려는 몸부림... 그러나 그들에게 이런 지극히 평범하고 싶은 몸부림은 그리 녹록하지 않소.

업소를 나와 쉼터, 그룹홈 등에서 평범한 생활을 위해 자활교육을 받고 있는 10대부터 중장년 여성, 장애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른 시선으로 각자의 상황을 객관적으로가 아니라 주관적으로 그려나가는 저자의 솜씨가 현란하다 못해 일곱 빛깔 무지개 색이오.

여보! 저자는 ‘자활’이라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일곱 주인공들을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소. 그러나 그들을 옥죄는 한 가지는 공통적으로 같소. 그게 바로 ‘과거’라는 거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이,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한 이, 조리사 과정을 준비하는 이, 가출 청소년들을 돕는 강사 등등 그들의 방향은 다르지만 그들을 옭매는 ‘과거’라는 끈은 같소.

그들은 두려움으로 이렇게 질문하고 있소. “나는 내 과거를 평생 내 등에 지고 갈 수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 답하고 있소. “오늘, 현재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과거가 달라진다”고. 또 한껏 고조된 어조로 이어가오. “자활은 평범하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여보! 우리 곁에 이런 평범한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소.

“기억할 것은 내가 나의 과거를 바꿔놓을 수 있을 때까지, 오늘이라는 하루하루를 잘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과거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아니면 내가 그런 과거가 있다는 걸 아무도 상상도 못하게 만들어버리면 되는 거다. 그게 과거를 바꾸는 일일 것 같다.”-<내가 제일 잘한 일> 109쪽에서

브라보!! 큰 박수를 보내자고요. 이들의 평범함을 위하여!! 여보! 우리는 오늘도 극히 평범하게 밥을 먹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것이오. 그러나 지금도 평범한 생활을 목표로 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소. “오늘도 굶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속 누군가의 기도내용이오. 우리가 너무 평범하게 사는 게 감사의 조건인 줄도 모른 것, 죄스럽기만 하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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