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솔로몬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왕들입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을 이룬 왕으로, 솔로몬은 성전건축을 완성했을 뿐 아니라 지혜의 왕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신명기 역사서와 역대기 역사서의 평가가 상이합니다. 역대기 역사서에 속하는 사무엘기나 열왕기서는 이들의 과오를 가감 없이 보도하는 반면, 역대기 역사서는 이들에 대한 허물과 과오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를 않습니다.

사무엘하 11장에 보면 정욕에 사로잡힌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보고 한 눈에 반하여 그녀를 범합니다. 그리고 간음죄를 은폐하기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부하 우리아를 죽여 버립니다. 그런 다윗의 무자비한 악행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롬3:10)는 말씀이 왜 인간의 현실인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열왕기상 11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솔로몬이 범한 우상숭배의 죄가 얼마나 컸는지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솔로몬이 마음을 돌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떠나므로 여호와께서 그에게 노하시니라...다른 신을 따르지 말라 하셨으나 그가 여호와의 명령을 지키지 않았으므로...내가 반드시 이 나라를 네게서 빼앗아 네 신하에게 주리라”(왕상11:9-11).

하지만 역대기는 다릅니다. 다윗과 솔로몬의 이와 같은 범죄를 전혀 취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을 거의 초인적인 차원으로 치켜 올립니다. 그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요? 역사를 보는 관점과 강조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역사서는 바벨론 포로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로로 끌려간 유다백성들은 그들의 역사를 믿음의 눈으로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멸망의 원인을 찾습니다. 그들이 찾아낸 원인은 불순종이었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이 역사의 결과를 갈라놓는다는 것이지요. 신명기 역사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불순종을 가감 없는 상세한 기록을 통해 역사의 교훈으로 제시합니다. 말씀에 대한 이와 같은 강조 때문에 신명기역사서를 ‘예언자적 관점의 역사서’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역대기 역사서의 중심 주제는 철저하게 성전입니다. 바벨론 포로귀환 이후에 쓰여진 역대기 역사서는 이스라엘이 바벨론 포로생활을 견딘 것도 성전 재건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고 해석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재건될 참 이스라엘의 중심입니다. 따라서 왕들에 대한 평가도 성전에 대해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또한 포로기 이후 상황을 반영하여 유다가 참된 이스라엘을 대표한다고 여기고 남 유다의 역사만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역대기 역사서를 ‘제사장적 관점의 역사서’라고 합니다.

흥미롭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구원의 경륜을 보여주는 광대한 이스라엘의 역사가 이렇듯 다양한 관점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 관점이 다른 역사서들 덕분에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가 역사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받아주십니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애써 찾아낸 신앙의 관점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십니다. 성경에 상이한 관점의 역사서가 존재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역사서뿐 아니라, 복음서도 4개의 관점을 가지고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신앙의 절대적인 표준인 성경 안에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배치해 놓으신 하나님의 뜻이 놀랍습니다.

성경을 읽던 눈을 돌려서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국정교과서 논쟁을 바라봅니다. 우리 사회가 퇴행한 모습에 당황과 우려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성경도 다양한 관점을 통해 진리에 이르는 길을 열어놓았는데 역사를 보는 오직 하나의 관점만을 인정하겠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일까요. 의문입니다. 세계적인 석학 디어도어 쿡 박사의 경고가 귓전을 떠나지 않고 맴돕니다. “역사에 있어서 올바르고 진실한 하나의 해석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다른 해석의 가능성으로부터 역사를 방어할 뿐 아니라 세뇌를 하려는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