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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순진하게 불러도 되나아득해 보이는 <비무장지대를 넘는 길>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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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0월 16일 (금) 09:31:19
최종편집 : 2015년 10월 17일 (토) 18:38:09 [조회수 :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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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여보!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 노래 어렸을 때 엄청나게 불렀소. 당신도 그랬죠? 나이 들며 부를 기회가 없어 자주 부르진 못하지만 그 내용이야 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 변함이 없소.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안석주님이 노랫말을 지었소. 원래는 '통일'이 아니고 '독립'이었다고 하오(<위키백과> 참조). 그때 일제강점기에 '독립'이나 지금 분단시대의 '통일'은 다르지 않은 우리민족의 숙원임에 틀림없소.

고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과 손을 잡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불러서 더 유명한 노래이기도 하죠. 남과 북이 공히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소. 그런데, 그런데... 말이오. 가끔 내가 질문하는 거 알죠? '정말 남북통일이 되는 걸 우리민족 모두가 원하는 것일까?'라는.

우리가 정말 통일을 원하고 있나?

가진 게 너무 많아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들, 지금의 권력이 너무 안일해 내려오기 싫으신 어른들, 한민족이란 개념이 전혀 없는 일부 전후세대, 통일을 왜 해야 되는지 모르는 무용론자들... 이제 통일 소원이 '통일대박'이란 대통령의 번쩍거리는 말속에만 들어있는 건 아닌지 염려되오.

여보! 통일부가 뭐 하는 부서라고 생각하오? 당연히 상식 있는 보통사람은 우리의 통일을 위해 일하는 정부조직으로 알고 있지요. 통일부는 스스로 창설 배경 및 의의를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오.

"통일부는 4.19이후 사회 각계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던 다양한 통일논의를 정부차원에서 수렴하여,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하기 위해 범국민적 합의를 거쳐 출범하게 되었으며, 분단국 특성을 반영하여 통일업무를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을 창설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가집니다."(통일부 누리집)

여보! 정말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한다는 말 믿어도 될까요? 이 말에 군말 없이 동의하기가 쉽지가 않으니 말이오. 그 통일정책이란 게 정권에 따라 제각각이니까요. 통일을 염원하며 설치한 미술품 하나를 가지고도 정권마다 제각각이라오.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가 작가 이반에게 2005년 의뢰하여 2007년 완성한 벽화를 도라산역에 설치하였는데,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가 그 벽화를 2010년 봄 소각해버렸다. 이념적 색깔이 가미된 어두운 민중화라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비무장지대를 넘는 길> 168~169쪽 중에서

여보! 자신의 깜냥이 통일에 작으나마 이바지했다고 생각하던 작가의 작품이 하루아침에 소각되는 일을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요? 작가 이반님은 즉각 작품을 소각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소.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작가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소.

같은 통일부가 언제는 통일을 위한 작품이라고 내걸고 언제는 작품에 빨간딱지를 붙여 소각했소. 이렇게 일관성 없는 통일부를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하는 부서라고 안다면 너무 순진한 거 아닐까요.

통일부조차도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며 순진하게 노래를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소. "북한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는데 남한 정권에 따라 통일정책 변동이 큰 것은 건강한 통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너무나 공감이 되오.

독일 통일이 우리의 통일 모델?

여보! 독일은 우리처럼 전쟁을 겪은 후 참전국에 의해 분단되었지만 1990년 10월 통일을 성취했소. 독일 통일의 상징이 된 베를린장벽에 3년 전 당신과 갔을 때 우리도 통일을 달라고 벽을 붙잡고 기도했던 것 기억하오? 독일의 통일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부러운 일이오. 독일을 모델로 우리도 한번 통일을 이뤄보자는 다짐도 하고.

<비무장지대를 넘는 길>의 저자인 한림대학교 김규현 교수는 공동저자인 딸 김재한님과 독일의 통일 흔적들을 찾아 나섰소. 10년에 걸쳐 독일의 통일 현장들과 한반도의 비무장지대 주변을 탐사하며 독일의 통일이 우리나라의 통일이 되기 위한 찬찬한 발걸음을 내디뎠소.

150마일의 남북한 분단선과 150km의 베를린장벽 그리고 1500km의 동서독 분단선을 답사한 후 각 지역마다 얽힌 사연과 통일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책에 실었소. 여보! 저자는 독일의 통일이 단순히 우리의 통일로 이어질 수 없다 하오. 독일은 같은 편으로 싸우다 분단된 거고 우리는 적으로 싸우다 분단되었기에 다르다는 거지요.

하지만 독일의 노하우를 배우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여보! 난 이 말이 마음에 드오. "이유 없는 분단도 없고 원인 없는 통일도 없다"는 저자의 말. 두 나라의 통일이 같을 수 없지만 그 원인을 잘 진단하면 답은 나오지 않겠소. 개방과 대화가 독일 통일의 열쇠였다면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할 텐데. 아직 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이오.

여보! 책에서 강화와 김포 사이의 염하 손돌목을 라인강의 로렐라이로 연상하는 게 인상적이오. 고향이 강화라 더욱 그런 듯하오. 고려 때 몽골의 침략을 피해 강화로 피신하던 왕을 태우고 강을 건너던 천민 손돌이 있었소. 손돌은 자기가 잘 아는 물길이라 적을 따돌릴 생각으로 물살이 거센 손돌목으로 배를 저었소. 그러나 왕은 손돌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며 처형했다오.

손돌의 기지로 왕은 무사히 건넜지만 손돌은 애꿎게 죽임을 당했소. 로렐라이의 요정을 바라보다 거센 물길에 휩쓸려 죽은 뱃사공 전설이 전해지는 로렐라이의 낭만과는 아주 딴판이오. 낭만으로 통일을 볼 수 있는 독일과 달리 우리는 손돌의 사연에서처럼 혹시 정권의 의심이나 욕심 때문에 백성이 하나 되는 길이 막히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오.

책은 이처럼 라인강의 유적과 염하의 유적을 시작으로, 뤼베크 소금창고와 서해 염전, 독일의 DMZ와 한반도의 DMZ, 오베르바움 다리와 돌아오지 않는 다리, 드레스텐 성모교회와 철원노동당사·철원감리교회, 엘베강과 북한강, 브란덴부르크문과 도라산역 등을 짚어주며 어떻게 비슷한지,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주고 있소.

여보! 독일의 통일이 부럽기만 한 것은 비무장지대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오. 책은 비무장지대의 일갈을 통해 남북한의 현실이 얼마나 통일과는 먼지 알려주고 있소. 인용하며 마치겠소.

"실존하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무장이 해제된' 비(非)무장지대가 아니라, '슬픈 무장의' 비(悲)무장지대, '무장이 숨겨진' 비(秘)무장지대 또는 '비방과 무기가 난무한' 비(誹)무장의 지대라고 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를 넘는 길> 101쪽 중에서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제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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