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사회’라는 말이 있다.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몇몇 사람들에게 몰린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1996년 이 이름으로 책이 나와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번역되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2008년 완역되어 출간되었는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아마 우리나라도 과거와 달리 점점 몇몇의 승자들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처음부터 대기업위주로 경제가 꾸려졌다. 덕분에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경제의 모든 부분이 다 대기업 위주로 꾸려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선순환을 가져오면 좋을 텐데 때로는 승자독식으로 이어진 경우들이 많았다.

요즘 중소기업의 직원과 대기업의 직원 연봉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몇 년 전 어떤 대기업 파업이 거셀 때 그 기업 근로자들의 연봉이 공개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근로자가 받는 연봉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서 많이 놀랐던 적이 있다. 결국 그들의 파업은 국민들의 냉소로 무산되었던 기억이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한 대기업의 노조에서 그 기업의 근로자가 퇴직을 하면 자녀가 취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해서 논란을 일으켰던 적도 있다. 그 대단한 자리를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모습이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적도 있었다. 아마 이 모든 것이 승자 독식의 문제가 보여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 즉 대기업으로 몰리는 부의 편중과 경제적 집중이 우리의 실제적인 삶에 끼친 영향인 것이다.

최근 TV에 맛집 소개가 많이 늘었다. 소위 말하는 먹방이라고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긴 것이다. 어느 프로그램을 보니 음식 종류별로 전국에서 3개의 맛집을 꼽아 소개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면서 정말 그 식당에 가서 한 번 먹어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한 식당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가족들을 데리고 호기롭게 찾아가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식당에 늘어선 줄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는 주차도 못하고 돌아왔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TV가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몇몇 식당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일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최근 인터넷이나 SNS가 발달되면서 나타난 현상이 맛집에 대한 열정이다. 어느 지역에 가면 어떤 맛집이 있는지가 환히 보여지는데 굳이 알지도 못하는 집에서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느 지역을 가든지 미리 핸드폰을 이용하여 식당을 찾아보고, 예약하고 찾아가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것은 소비자에게는 좋은 것이지만 돌려 생각해 보면 식당에도 승자독식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즉 특별히 잘하는 식당이 아니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교회라고 다를까? 사람들은 교회를 선택할 때 대부분 교회순례를 먼저 한다. 주변의 교회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교회를 고르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순례를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 탐방을 먼저 한다. 교회 홈페이지에 소개되는 영상을 보며 그 교회를 먼저 가름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교회 건물만 잘 지어놓는다고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앞으로 점점 교회도 승자독식사회로 변할 것 같다. 교인들이 여러 정보를 통해 ‘잘 하는’ 교회를 찾아가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결국 유명한 목사나 유명한 교회, 또는 설교를 잘하거나 프로그램이 좋은 교회만 살아남게 될 것이고, 오히려 수평이동을 통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면 결국 중소형교회의 교인들을 흡수하게 되고, 바닥에서부터 교회들이 무너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맛집 찾아가듯 교회를 찾는 것은 아닌지, 승자에게 하나 더 보태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겨자씨 하나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