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진부령 편지 - 삶의 밑짐
홍지향  |  ghdwlgid@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5년 10월 05일 (월) 22:43:29 [조회수 : 1465]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며칠 전부터 고성의 한 대학교에 교직원으로 출근을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출근을 한다는 소식에 교인들은 모두 기뻐하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자 가정의 생활을 걱정하는 교인들의 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서 목회자 가정이 이동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골 성도들의 안타까운 심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출근을 한 날, 간단한 문서 하나에도 층층시하로 기다리는 결제라인은 저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한 가지 업무를 처리하기도 전에 밀어닥치는 다른 업무와 끝없는 인사는 제가 조직의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어떻게든 미시령 터널을 지나 출퇴근을 해야 했기에 남편과 출근 전 하루 만에 장롱면허를 꺼내들고 출퇴근 연습을 했습니다. 출근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퇴근시간이 되니 깜깜한데 비까지 왔습니다. 더욱이 군부대가 많은 미시령과 진부령은 가로등마저 모두 소등되어 있어 퇴근길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공포의 퇴근길’이 되었습니다.

출근 이틀째, 아직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 업무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섰습니다. 작은 아이가 저를 맞이하며 “엄마 힘드셨지요?”하고 제 품에 안겼습니다. 순간 저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아 울고 말았습니다. 낮 시간에 일을 하는 동안 고단해서 금방이라도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이제 힘들다고 울 나이는 지났어.” 하면서 달래던 마음이 아들의 한마디에 무장해제 되어 버렸습니다. 큰 딸은 엄마가 왜 우는지 몰라 당황하면서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은 아들은 제 손을 잡고 “엄마 선물 있어요.”하고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추석 명절에 받은 용돈을 모아 놓은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제게 주면서 “엄마 맛있는 거 사먹어요.”합니다. 순간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풋’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사춘기 청소년이었을 때, 학업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서 엄마께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엄마는 돈이 없다고 하셨고 다음에 주겠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날 아침 투덜대며 등교 준비를 했고,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칼질을 하시던 엄마는, 그만 우셨습니다. “지향아, 엄마 우신다.”라는 작은 언니의 말을 저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 아침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칼질을 하시던 엄마의 뒷모습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엄마도 울 수 있다는 것, 가까운 사이여도 조심해야 할 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엄마도 어려운 형편을 힘겨워 하는 상처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그 사건은 제 기억 속에 ‘엄마께 죄송한 사건 No.1'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준 저는 그것이 두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고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말간 얼굴을 바라보면서 ‘어린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과 같다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두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며 양육하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바로 그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또한 삶의 무게를 더한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삶의 밑짐

 

그렇지만 이 아이들이 제게는 밑짐입니다. ‘내가 정말 이 일을 잘 해 낼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밀어닥칠 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목표를 겨냥하고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두 어린 자식은 제가 목표를 겨냥하도록 합니다. 삶의 푯대를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힘, 믿음의 걸음을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바로 자녀들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제게 주신 믿음의 화살들이 날마다 제 곁에 살면서 저의 삶을 돕고 있습니다.

어디 자녀 뿐 일까요? 어려운 일이 닥쳐 올 때, 누군가 나를 힘겹게 할 때, 이러한 것들이 고난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 주저앉고 싶고 피해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잘 짊어지고 갈 수 있다면, 제 삶의 밑짐이 되어 저를 성장시킨다는 것 또한 진실입니다.

연못 池, 향기 香, 제 이름은 ‘연못의 향기’ 즉 ‘연꽃’을 뜻합니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세상 속에 두 발을 굳게 디디고 서서 아름다운 믿음의 꽃을 피워내는 저의 삶이 되기를, 그리고 당신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18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1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누리누리 (61.79.251.138)
2015-10-07 08:35:31
아하 ^^
출근을 하시게 되었군요
저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리플달기
0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