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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같은 사람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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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10월 03일 (토) 20:22:11
최종편집 : 2015년 10월 03일 (토) 20:23:22 [조회수 : 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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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씩 돌아가며 소금 붐이 크게 불었다. 만병통치를 자랑하는 민간요법이 철철이 유행병처럼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소금요법은 꽤 오랫동안 자기존재를 과시해왔다. 예를 들어 천일염을 볶은 군소금은 양치용, 위장치료, 더 나아가 건강 요리법에도 등장한다. 실제로 소금을 대나무에 넣고 아홉 번 구운 죽염(竹鹽)은 지금도 매우 요긴한 가정상비약으로 쓰이고 있다.

  소금은 화학기호로 염화나트륨(NaCl)이란 물질인데, 물질 이전에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인류의 오랜 동반자였다. 소금은 암염의 형태로 산출하거나, 바닷물에도 2.8퍼센트 농도로 녹아있어 이를 농축하여 채취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소금은 가장 요긴한 물건이었다. 지금은 대량생산되어 형편없이 값이 싸지만, 과거에는 전매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옛날이야기에 소금장수가 도깨비처럼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이유도 그런 배경이다.
 
  소금은 유사 이래 식생활과 일상의 필수품으로 사용되었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절임용으로 쓰였고, 맛을 간하는데 있어 으뜸이 되는 식품이었다. 소금을 적절히 활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금식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물보다 더 우선하는 필수품은 바로 소금이다. 소금기가 부족한 사람은 몸의 균형을 잃기 쉽고, 소금기가 부족한 사회는 도덕과 양식을 해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싱거운 사람’, ‘살 맛 나는 세상’이란 말들도 생겨난 모양이다.
 
  동서고금에 걸쳐 소금은 단순한 물질이 아닌 영적도구로서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로마에서는 태어난 지 8일된 갓난아기의 입술에 소금을 올려놓아 악령을 내 쫓았다. 영지주의 철학자 발렌티우스는 소금이 유황, 수은과 함께 금속의 주요 구성물이며 휘발성인 영의 응고를 돕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대교에서 소금은 영적 식별력의 상징이었고, 그리스도교에서도 성별예식에 쓰는 성수에는 반드시 소금을 넣었다. 흔히 재수와 관련해 소금을 뿌렸던 속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나님이 다윗과 ‘소금언약’(대하 13:5)을 맺으신 일이나, 소금을 ‘화목의 증인’(막 9:50)으로 삼는다는 교훈은 소금의 참 가치를 단적으로 증거 한다. 소금은 짜다는 뜻에서 인색함을, 소금 친다는 의미로 저주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그 짜고 쓴 맛이야 말로 인류의 위대한 입맛이요, 만국공통의 기호품이 되었다.

  소금보다 더 선호되는 식품이 있다면 바로 설탕이다. 소금이 맛의 바탕이라고 해도 미숫가루나 커피, 딸기에 소금을 칠 수는 없다. 부패를 예방하는 경우에도 소금 대신 엿이나 술이 더 요긴할 때가 있다. 설탕은 소금의 겸허함과 달리 참 화려하다. 사탕수수와 코코넛을 얻기 위해 제국주의의 깃발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열대경작지를 식민화하였다. 설탕은 부와 정복의 상징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 미군은 츄잉 껌과 쵸코렛 그리고 코카콜라를 앞세워 가나한 나라의 동심을 사로잡아왔다.

  물론 설탕은 소금과 달리 건강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성인병이니, 고급 병이니, 그런 별명이 붙은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식이요법을 통해 본래의 상태로 몸을 회복시키려고 애쓸 뿐이다. 달콤하게 포장한 당의정(糖依錠) 알약은 아이들의 입맛을 두 번 속일 수 없다. 부모세대가 자랄 때와 달리 요즘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한 것은 바로 당분 섭취의 과다 때문이라는 의학적 보고도 있다.
 
  오늘 뒤뚱거리는 우리 사회의 불안정성은 달콤함으로 상징되는 부의 편재 때문이다. 마치 부자의 설탕과 가난뱅이의 소금처럼 양극으로 쏠림이 극단적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심한 당뇨증세를 앓거나, 입맛을 잃었다. 과연 나는 설탕 같은 사람인가, 소금 같은 존재인가? 산상설교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 5:13)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뜻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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