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가고 못가는 문제는 하나님이 결정하실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섣불리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천국에 갈 가능성이 많고 그렇지 않는 사람은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믿음 따로 삶 따로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했으니 그들도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은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특별히 재물을 탐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재물을 탐하는 자는 천국에 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셨다.

부자가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많은 목사들이 부자교회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많은 교인들이 큰 부자교회를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일전에 서울에 있는 어느 큰 교회의 장로인 친구를 만났더니 자기네 교회의 목사와 프로그램을 자랑했다. 나는 그 장로의 말을 들으면서 김재환 감독이 만든 기록영화 <쿼바디스>를 생각했다. 그리고 일부의 교회들이 부를 누리고 있지만, 한국의 목회자들 가운데 60% 이상이 기본 생활비 이하의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글이 머리에 떠올랐다. 많은 개척교회의 지붕에서 반짝거리는 작은 십자가들이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은 연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장로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철이 덜 들었을 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내가 호주의 브리스번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 그곳에는 한인교회가 없어서 나는 호주인들의 교회에 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할머니가 내게 다가와서 그날 저녁 부흥회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가 와서 부흥회를 하는데 그 교회가 바로 한국에 있는 교회라고, 갈 마음이 있으면 당신이 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다음날 있을 세미나 준비 때문에 갈 수 없겠다고,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어서 아쉽다고 답했다.

그 집회에 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집에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그때만 해도 브리스번에 한국인이 여섯 가정밖에 살지 않았고 호주에 한국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때였는데,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있다는 것은 마음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그 당시 호주에서는 교인들이 줄어들어서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합쳐서 연합교회(Uniting Church)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교인들이 해마다 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한국에 있다는 것은 가난한 한국 유학생에게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있다는 것이, 한국에 큰 교회가 많다는 것이 내세울 일이 못 된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지 못했다. 그런데 큰 교회들이 거의 예외 없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지금도 큰 교회에 다니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구나 내 친구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공부도 그만큼 한 사람이 그리고 나이도 지긋한 사람이 그렇게 철이 없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를 수십 년 다니고 장로의 직분을 맡은 사람이 성경에 기록된 핵심적인 가르침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왜 우리 신앙인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가! 유대인들이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예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성경에서는 분명히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아주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데, 부자교회를 선호하는 우리의 신앙생활이 정도를 벗어났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랑할 정도로 우리가 우매하다는 것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착각을 해도 너무도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부자 청년이 예수님에게 와서 어떻게 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물었다는 성경구절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은 계명을 잘 지킨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가 가르침을 받으려는 것보다는 자신이 모범적인 신앙인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예수님은 모든 재산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와서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씀이었다. 그는 그 말씀을 듣고 근심하기는 했지만, 아마도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곧 그 말씀을 잊고 예전의 방식대로 부를 누리고 계명을 열심히 지키면서 자기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들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예수님이 어느 부자의 예를 들면서 비유로 말씀하신 것도 알고 있다. 재물을 곳간에 가득 쌓아놓고 자기 배를 두드리면서 만족해하는 부자의 이야기다. 그의 생명을 밤새에 거두면 그 재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그런 부자는 음부에 가고 오히려 그의 상 밑에서 부스러기를 주어먹던 거지는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 성경구절 외에 아주 충격적인 구절이 있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는 말씀이다. 이 과장법적 표현을 통해서 예수님은 그리스도인에게 재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분명히 하셨다. 또한 사도들도 돈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했다. 그런데 일만 악을 저지르는 부자교회의 목사가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위에서 이야기한 부자 청년처럼 그런 성경 말씀을 듣거나 읽을 때 약간 근심을 하기는 하지만 곧 잊고 물질을 탐한다. 물질을 탐하지 말라는 신약의 구절들을 외면하고,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키면 물질의 복을 준다는 구약의 구절에 의지해서 나가도 복을 받고 들어와도 복을 받고 떡 반죽 그릇에 넘치도록 복을 받는다고 가르치고 또 그렇게 믿는다. 우리는 지키기 어려운 예수님의 말씀은 뒷전으로 밀쳐놓고 우리 욕심에 맞는 구약의 구절들을 골라서 암송하고 마음에 새긴다. 물질적 복을 주신다는 구절도 성경에 있다고 자신을 설득하면서 말이다. 물질만능주의의 세태 속에서 물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재물이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물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생각은 옳은 것인가? 재물이 많은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가? 왜 예수님은 부자들이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말씀하셨을까?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깊이 묵상해야 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외면하려면 무얼 하려고 성경을 읽으며 무엇을 위해서 교회를 다니는가? 그들이 과연 그리스도인들인가?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인데, 그리스도의 말씀을 외면하고 구약에 나오는 재물의 약속을 믿으려는 그들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부자교회들의 목사뿐 아니라 그런 교회들의 중직자들이나 그런 교회를 좋아하는 교인들 역시 천국에 가기 힘들 것이다. 재물을 탐하는 부자교회의 목사나 그 목사 곁에서 그 재물의 혜택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나 초록이 동색이고 오십보백보니까 말이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옛 시인은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창파에 고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고 노래했다.

부자 교회들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세상을 더 어둡게 하고 오염시키고 있다. 돈은 일만 악의 뿌리라고 했으니까. 재물로 인해서 현재 한국의 큰 교회들이 부패의 늪에 빠져 있으니까. 성령의 인도를 말하는 그들의 속에서 인간적인 욕심이 꿈틀거리고 있으니까.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조차 그런 교회를 향하여 손가락질하고 있는 판이니까.

예수님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하셨다. 그것은 예수님이 가르치신 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물을 나누어주라는 말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기초생활비도 없이 허덕이는 상황에서 교회 재정을 은행에 예금해 놓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기업체를 세워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지 않고 땅 위에 쌓아 두는 일이다. 그런데 목사라는 사람들이, 그것도 한국을 대표할 만한 교회의 목사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직분을 맡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반복해서 강조하신 말씀을 외면하면 어떻게 될까? 목사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외면한다면, 그런 목사가 가르치는 교회의 교인들은 어떨까?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했으니 그렇게 살더라도 천국에 갈 수 있을까? 그들은 이단으로 취급받는 구원파의 사촌쯤 되어 보인다.

믿음의 사람 바울은 그의 제자 디모데에게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고 간곡하게 권면했다. 성령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 선한 싸움을 싸우는 것은 “영생을 취”(딤전 6:12)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것을 바꾸어 말하면, 예수님을 믿는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가르침에 맞는 삶을 살지 않으면 영생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바울의 말에 의하면, 하나님은 부를 탐하는 자들을 거룩한 자들로 인정하시지 않을 것이다. 악한 종들아 어두움 속에서 이를 갈며 있으라고 저주하실 것이다.
 
교회에서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려고 노력한다면 교회에 돈이 남아돌 수도 대형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 예수님이 부자 청년에게 명하신 것처럼 모든 것을 팔아서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면 대형 건물을 지을 돈이 없게 된다. 교회가 부자가 되는 것은 재물을 곳간에 쌓아두고 기분 좋다고 배를 두드리기 때문이다. 교회들이 힘껏 선교사들을 파견하고, 교인들이 어느 정도 이상 늘어나면 새로운 교회를 분립하고, 힘껏 미자립 교회들을 돕고, 자선단체들을 세우거나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을 도우면, 교회 재정이 남아돌 수가 없다.

그런데 부자교회에서는 선교사업도 구제사업도 흉내만 내고 생색만 내면서 돈을 남겨서 은행에 맡겨 놓고 비자금을 만든다. 비자금을 만든다고 지적하면 우리는 비자금을 만든 일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을 고발한다. 교회에 돈이 많다는 것은 그리고 교회가 대형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는 일은 게을리 하고 자기 교회의 배를 불리는 일에 치중한다는 증거다.

따라서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내 교회가 부자라는 것은, 내 교회에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이 모인다는 것은 자랑할 일이 못된다. 그런데 우리는 내 교회를 부자교회로 만들려고, 대형교회로 만들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많은 한국교인들이 그런 교회를 좋아한다. 그런 교회의 목사의 설교가 좋다고, 은혜롭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목사를 따라 다닌다.

그런 교회의 목사들의 말은 그럴 듯하다. 초대형 건물을 지어 놓고 모든 것을 성령이 인도하셨다고, 하나님이 해주셨다고 말한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돈을 큰 건물을 짓는 데에 쓰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을 텐데 말이다. 실상 성령은 그렇게 인도하시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행함이 없는 목사들이, 재물을 탐하는 목사들이 음부에 갈 때,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음부행을 면할 수 있을까?

그런 교회의 교인들은 천국에 갈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돈은 일만 악의 뿌리며, 부자가 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재물이 많은 곳은 부패하게 되어 있다. 어떤 욕심보다도 재물에 대한 욕심은 죄를 낳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재물을 탐하고 명예를 추구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욕심이 많은 목사들이 있는 교회에 나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그들에게서 배우려고 한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부자 교회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외면하는 교회에 구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착각이다. 많은 한국교회의 교인들이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