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면 내일이 없다.”

어렸을 때 가끔 어머니에게 듣던 말이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가 이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 그만큼 내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일 게다. 지금쯤은 “그렇게 해도 내일이 없던데요.”라고 말대꾸해보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어머닌 이 세상 사람이 아니신 걸.

특별히 아끼시던 당신의 모습이 생각난다. 어려운 살림을 부지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하면서도 당신을 위해서 너무 아끼셨던 걸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그렇게 ‘내일’을 말하며 아끼셨지만 어머니 생전에 풍성했던 그 ‘내일’은 없었다. 얼마나 얄궂은 일인가.

너나없이 우린 너무 내일을 염두에 두고 지금을 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일 때문에 지금에 소홀하기까지 하다. 물론 내일에 희망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을 잃으면서까지 내일을 운운하면 안 된다. 현재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우리는 세기의 문호 톨스토이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질문>이란 단편소설에서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사람,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 질문을 하는 왕 앞에 불려온 현자는 대답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현자는 첨부하여 말한다.

“인간은 그것을 위해서 세상에 왔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날마다 그때그때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사랑과 선행을 다하여야 합니다.”

맞다. 미래를 무시하고 현실에 급급한 삶을 영위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에 현실을 무시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 어려움을 당하면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나를 염려하고 챙겨준다. 가족이 있어도 멀리 있으면 마음뿐이지 실제로 챙겨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란 말도 있다. ‘이웃’이란 다른 말로 하면 현재 내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시간도 그렇고, 일도 그렇다. 현재의 시간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없다면 다음 오는 시간도 그리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다른 일에는 충성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있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취미가 다르고 특기가 다르다. 이런 면을 모조리 무시하고 현재에 못하면 미래에도 못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따져보고 바꿔야 한다. 맞는 것으로.

다만 ‘내일 병’을 앓으면서 현실을 등한시하는 태도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지금은 어제의 내가 한 생각과 말과 행동의 결과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은 미래로 연결된다.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는 주의 뜻을 새겨봐야 한다. 천국은 그런 이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