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한국교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 2013년 이미 우리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파동을 겪었다.  ‘식민지근대화론’과 ‘산업화 세력론’을 밑바탕에 두고 집필한 그 교과서가 국민들의 외면을 받은 뒤 폐기된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다시 국정 역사 교과서로  그것이  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식민지근대화론

이는 소위 낙성대연구소의 주장으로서 뉴라이트운동 세력이 받아 전파한 이론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친일파와 그 추종세력에 의해 이 주장은 보급되고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 사회의 경제, 정치적 발전과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역사 관점이다. 이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식민지 시기 일제의 통치가 조선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한국 근대화의 토대도 마련해주었다는 입장을 굳게 지킨다.

이 입장은 식민사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이른바 '내재적 발전론'과 날카롭게 충돌한다. 내재적 발전론은 우리 민족 스스로 근대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수탈과 착취가 우리의 근대화를 방해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발전론은 무엇보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발전과 성장을 옹호한다. 조선은 본래 스스로 근대화할 수 있는 역량이 없는 나라라는 역사 관점이  식민지근대화론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일제 조선총독부가 가공해 퍼트리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친 식민사관의 뿌리엔 조선의 정체성론과 타율성론이 있다. 일제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대륙사와 해양사를 싹둑 잘라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우리의 상고사에서부터 그들은 그런 역사의 만행을 자행했다. 즉 그들은 고대부터 한반도 북쪽은 중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한반도 남쪽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았다는 억지 주장을 했다. 이 주장은 곧 조선은 태생적으로 보나 운명적으로 보나 타국의 지배를 받아야 마땅하고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조선은 외세에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열등한 나라요 민족이라는 논리이다.

이런 맥락에서 식민지근대화론 주장자들은 일제 시대 조선의 발전상을 나열한다. 경제, 정치,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발전한 통계와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철도, 도로, 다리, 땜 ,항구, 학교 등이 얼마나 많이 지어졌는지를 수치(주로 조선통독부가 만든 자료를 근거로) 로 제시하면서, 심지어 쌀이나 곡물을 일본으로 수출까지 했다는  주장도 한다.드러난 일부 현상을 갖고 본질을 은폐하는 교활한 수법이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일본은 우리에게 참으로 고맙고 은혜로운 존재다. 그런 일본을 비판하거나 혐오하는 행동은 배은망덕한 짓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은 그 자체로 만족하는 논리가 아니다. 그것은 뚜렷한 목적이 있다. 이른바 '산업화 세력론'을 펼치는 게 목적이다. 해방 후 한국전쟁을 치른 뒤 한국에서 진행된 산업화를 주도한 세력을 미화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할 만큼 눈부신 산업화를 한국이 이루었는데, 그 산업화를 위한 기반은 일제가 닦았다고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그 산업화를 주도한 세력은 일제시대에 일제에 적극 순응하며  근대교육을 받고 훈련받은 사람들이었다는 논리를 피기 위해 식민지근대화론을 목숨처럼 지킨다. 그들은 친일파 청산은 시대착오적인 짓이고, 역사의식이 부족한 불평분자들의 주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들은 만약  일본 천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일본제국의 군대에 들어간 군인들이나 관료 등 친일 협력자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핀다.

식민사관에 뿌리를 둔 식민지근대화론이 21세기 한국 땅에서 버젓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아니 유령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과 정책으로 그 논리를 실현하고 있다. 지금도 '내선일체'의 심장을 갖고 사는 사람들과 그 추종세력에 의해 그 논리는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현실화된다. 권력과 금력과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논리를 갖고 있을 경우엔 그 논리의 현실화는 탄력을 받는다. 그 부작용과 악영향은 실로 크다. 예를 들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정책을 보자. 최근 정부 ,여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의도를   틈틈이 내비쳤다. 그러다 이제는 청와대까지 가세하여 국정화 방침을 정하고 발표 시점만을 남겨둔 분위기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그것은 북한 같은 몇 나라만이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다. 한시적인 특정 정부가 만든 오직 한 가지 역사 교과서만을 갖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정책은 국민들을 일방적으로 세뇌 교육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식민지근대화론과  산업화세력론의 관점에서 서술한 내용이 들어있는 역사교과서 한 가지만을  가르치도록 하겠다는 의도라면 그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일이다.

한국교회의 역사 관점은 무엇인가?

얼마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건국공로상’을 수여했다. 광복70 주년에 즈음하여 시상을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교회의 역사 관점을 엿볼 수 있다. 해방 후 이승만은 미국을 등에 업고 분단 정권을 잡는 데 몰두했던 사람이다. 이 점은 소련을 등에 업고 분단 정권을 잡는 데 혈안이 되었던 김일성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상적인 의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민족이 하나가 되어 외세를 물리치는 데 전념해야 했다. 물러간 일본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외세들 말이다. 아무튼 이승만은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분단을 획책하며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친일파를 대거 등용하는 심각한 우도 범했다. 이승만은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청산하려는 국민들의  열화를 무시하고 반민특위를 무력화시켰다. 그는 사회 구석구석에 친일파를 등용하여 권위주의적인 독재 통치를 했다. 또한 6.25전쟁이 터졌을 때는 평소 북진통일을 주장해온 이승만 장로는 자기 혼자 살겠다고 제일 먼저 남쪽으로 도망갔다. ‘시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대국민 방송을 하면서. 그리고 한강 다리를 끊었다. 피난민이 빼곡한 다리를 . 피난 갔다 돌아온 그가 주력한 일은 한강 다리가 끊기는 바람에 제대로 피난도 못 가 갇힌 채 고통을 당한 서울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인 일이다. 소위 ‘부역자 처벌’로 서울 탈환 기념선물을 안긴 것이다. 진짜 부역자들은 이미 인민군을 따라 북으로 올라간 사실을 모를 리 없던 이승만은 무고한 시민들을 부역자로 몰아 괴롭히거나 처형했다. 그러다 끝내는 4.19 학생들의 피를 보고서야 그는 물러났다.

한기총은 이승만에게 무슨 근거로 공로상을 주었는가. 해방 후 전산 가옥과 토지를 교회에 많이 나누어준 공로인가. 아니면 한국전쟁 뒤 해외에서 들어온 구호물자를 독점하는 특혜를 교회에 몰아주어서인가. 해방 후 우리 역사에서 한국전쟁을 일으킨 것은 북한(김일성)의 원죄요, 친일파 청산을 하지 않은 것은 남한(이승만)의 원죄와 같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만연된 물신주의는 식민지근대화론과 일맥상통한다. 산업화 세력론과도 잘 통한다. 돈이 왕 노릇하는 사회의 치마폭에 휩싸여 몽롱해진 (성령을 소멸한) 대다수 한국교회는 물신주의적인 기복신앙에 흠뻑 젖어있다. 기복신앙은 예수 이름을 이용하여 육신적이고 세상적인 소원을 성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복신앙은 광야에서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섬기며 춤춘 사람들의 신앙과 같다. 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애굽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운동을 벌인 사람들이다. 비록 종살이를 할지언정 고깃국물이라도 배불리 먹으면 좋다는 사고방식을 고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육신의 떡(돈)만 생긴다면 어떤 가치도 심지어 하나님도 저버릴 수 있다. 그들이 먼저 뜨겁게 구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와 의가 아니라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이다. 그들에게 자유니 평등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은 개똥만치도 못하다. 그들의 신은 곧 배다.(빌3:19)

배를 신으로 섬기는 많은 한국교회가 거듭나는 길은 어디 있는가? 물신주의에 절어있는 교인과 목회자가 칭의-구원을 받는 믿음은 무엇인가. 사도 바울은 예수와 함께 죽고 ,예수와 함께 다시 사는 믿음을 제시했다. (롬6:1-14) 예수 이름을 이용하여 배를 신으로 섬기는 옛사람을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고, 이제 그리스도로 사는 믿음을 바울은 가르쳤다. 배를 신으로 섬기는 짓에서 돌이켜, 이제라도 예수와 함께 죽는 은총을 사모하며 받는다면 우리는 한국 사회에 걱정을 덜 끼치는 성도가 될 것이다. 나아가 빛이 되는 그리스도의 사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학사에서 발행한 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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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성목사(평안감리교회. '옆구리 뚫린 아담의 기쁨'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