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성지순례행사(하지)에 몰려든 순례객들, 압사사고로 2000여 명이 사망했다.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 미나 골짜기에서 이슬람 성지순례객 700명 이상이 엎드려 넘어짐 사고(압사사고)로 죽었다. 이들은 매해 한 번씩 있는 이슬람 성지순례행사의 참석자들이다.

이슬람교는 이슬람력으로 12월에 ‘하지, Hajj’라는 성지순례행사를 갖는다. 이슬람 3대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예루살렘에서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성지인 메카 카바신전을 방문하는 것을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한다.

메카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하마드가 태어난 곳으로 신성시한다. 이번에 압사 사고가 난 미나는 메카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사탄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을 행하는 곳이다.

이 의식은 메카 인근 미나 계곡에 세워진 3개의 돌기둥(사고가 잦자 현재는 과녁을 넓게 하기 위해 장벽이 설치됨)을 향해 인근 돌산에서 주워온 조약돌 49개를 한꺼번에 7개씩, 모두 7차례에 걸쳐 던지며 "사탄아 물러가라"를 외치며 행해진다.

그런데 이 의식을 행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명의 무슬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압사사고가 나게 되는 것이다.

사우디 당국은 해마다 사고가 이어지자 2003년 사고 이후 약 3천만 달러, 2006년 사고 후에는 12억 달러를 들여 보강작업을 했다. 비상통로를 포함 인도교를 새로 설치했고, 사고가 잦은 미나 계곡의 세 개의 돌기둥은 장벽으로 대체해 과녁을 크게 만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이 사고를 보며 종교의식이라는 게 뭔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슬람교의 성지순례행사 ‘하지’는 이슬람의 다섯 기둥(실천의례) 중 하나다. 한 해 한 번 성지순례를 하는 것이 의무라는 말이다. 다섯 기둥은 신앙고백, 기도, 자선, 단식(라마단) 그리고 ‘하지’다.

그리고 성지순례 중에는 마음과 몸을 단정히 하고 ‘사탄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을 행한다. 비교가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기독교의 새해 자정 축복 기도 쯤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마귀의 역사를 제어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른 종교는 모르겠고 기독교는 이런 요란한 성지순례 의식이 없다. 기독교의 성지순례는 꼭 가야 하는 의무사항도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나 예수의 가르침에 충실했던 제자들, 혹은 구약성서의 인물들이 살았거나 지나갔던 곳에 가 숭고한 그들의 발자취를 밟아보는 게 성지순례의 전부다.

무슬림들이 들으면 싫어할 얘기지만 종교가 의식화된다는 게 얼마나 폐해가 큰 지 이번 압사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이런 사건을 접하며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종교인인가, 신앙인인가? 내가 예배자인가, 예배의식에 참여하는 자인가? 내가 찬송을 올려드리는 자인가, 찬송을 잘 부르는 자인가? 외에도 많다. 다 열거하지 않겠다.

예배가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예배자다. 찬송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찬송 드리기에 합당한 자인가이다. 교회가 중요하다. 그러나 교인보다 그 교회에 진정한 신앙고백을 가진 헌신하는 성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