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 최종수의 버섯이야기
송이(松栮) 맛의 화학성분과 그 비밀
최종수  |  asburychoe@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5년 09월 25일 (금) 01:29:12
최종편집 : 2015년 09월 26일 (토) 22:58:17 [조회수 : 411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송이(松栮) 맛의 화학성분과 그 비밀

 

   

한국 송이 Tricholoma matsutake(S. Ito & S. Imai) Singer
이 송이 사진은 완전초보여원이아빠 김성갑님이 빌려 주셨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송이는 찾기 어렵다. 최근에 미 동북부 메인주에서 돋는다는 도감을 본 적이 있지만,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대체로 송이가 돋지 않고 서부지역에서만 돋는다고 보아야 한다. 숲속에 쌓인 솔잎더미에 숨어서 갓의 일부만 삐죽하게 내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찾기 어렵다. 그러나 그 맛과 향기가 너무나 좋아 아마추어 버섯애호가들은 물론 높은 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에 상업적 송이 채취자들까지 합세하여 누구나 송이를 찾고 있다.

 

송이는 유리 아미노산 27종이나 함유하고 있어서 그 독특한 맛과 향기 때문에 특히 일본사람들이 송이를 무척 좋아하여 일본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송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송이(Tricholoma matsutake) 수확이 줄어들어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 송이(Tricholoma magnivelare, 영어속명 White Matsutake)까지 수입하고 있다. 오리건 주에 거주하는 친지 한 분이 말하기를 가을 9월경이면 일본사람들이 산 밑에 캠프를 하면서 송이채취자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비싼 값에 송이를 사들여 즉시 일본으로 공수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에도 송이 철이 돌아왔다. 여기 송이의 맛과 향기를 내는 화학물질은 무엇이며, 왜 송이는 그러한 화학물질을 내는지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있기에 소개하고 싶다.

 

   
▲ 미국 송이 Tricholoma magnivelare(Peck) Redhead
이 사진은 세계적인 버섯 사진작가 Taylor F. Lockwood가 빌려 주셨다. 미국 태평양 연안 서북지역, 특히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주에서 많이 돋고 아이다호 주나 콜로라도 주에서도 돋는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송이의 썩 훌륭한 맛을 내는 화학 물질이 과연 무엇인지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연구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처음에 송이의 향기를 내는 물질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1936년과 1938년에 일본 과학자 마루하시(S. Maruhashi)는 송이 추출물(matsutake extracts)로부터 가장 강한 향내를 내는 두 가지 물질을 알아내었다. 즉 송이의 가장 특징적인 독특한 향기를 내는 물질은 계피산 메틸(methyl cinnamate)이라고 하는 에스테르(ester)라고 한다. 원래 에스테르는 여러 다른 식용 과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다. 송이의 경우 에스테르는 향신료 가운데 계피향을 내는 물질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씨나메이트"(cinnamate)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마루하시가 발견한 또 다른 향기로운 물질은 알코올의 일종이다. 그래서 “버섯 알코올”(mushroom alcohol)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 버섯 알코올은 다른 여러 버섯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알코올의 정확한 화학 명칭은 “1-octen-3-ol"이고 전형적인 버섯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과학적 연구는 어째서 이 두 가지 향기로운 물질이 송이로부터 발견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2007년 9월호 Biochemical Systematics and Ecology(volume 35, 634-6)에 보면 윌리엄 우드(William Wood)와 찰스 레페버(Charles Lefevre)라고 하는 두 분이 미국 송이에 들어있는 이 두 가지 물질이 어떻게 생성되고 또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하여 연구 보고하고 있다. 맛 좋은 향기를 내는 에스테르, 즉 계피산 메틸은 민달팽이(slug)를 쫓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송이는 포자를 방출하기 전에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이 물질을 방출함으로써 포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  충북 충주호(청풍호) 근방 어느 송이마을 입구에 서 있는 송이 조각품

 

둘째 물질인 “버섯 알코올”은 좀 더 흥미롭다. 윌리엄 우드와 찰스 레페버 두 분이 송이 추출물을 만들려고 할 때 송이를 자르거나 부수지 않으면 버섯 알코올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송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분쇄하면 많은 양의 버섯 알코올이 생성되었다. 이것은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제 2차 방어체제였던 것이다. 이미 전에 윌리엄 우드는 “버섯 알코올”이 바나나 민달팽이(banana slug 바나나 색을 가진 노란색 민달팽이)를 쫓기 위한 물질임을 연구 발표한 바 있다(Biochem. Syst. Ecol. 29, 531).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으려고 씹기 시작하면 송이는 다량의 “버섯 알코올”을 방출하여 민달팽이를 쫓아내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인간의 입맛에 향기롭고 맛좋다고 여기는 이 두 가지 물질이 사실은 민달팽이가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쫓아 버리는 버섯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물질이라는 점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송이를 만난 적이 없어서 관찰 할 기회가 없었는데, 혹시 한국에 계시는 분들이 송이를 채취할 때 민달팽이가 먹은 흔적이 없이 갓이나 대가 깨끗한지 여쭈어 보고 싶다. 만일 송이가 깨끗한 갓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위에서 말씀 드린 송이가 방출하는 에스테르와 "버섯 알코올" 때문일 것이다. 다른 버섯들은 그 사진을 찍으려고 살펴보면 이미 민달팽이가 여기 저기 먹어서 성하고 깨끗한 버섯을 만나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  느타리버섯을 먹고 갓 위로 기어가는 민달팽이

 

   
▲  버섯을 먹고 있는 노란 민달팽이

 

송이 자체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미국 송이 균사체(mycellium)에서 발견되는 화학물질도 연구하였다. 우리가 다 잘 아는 대로 송이는 소나무의 잔뿌리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균근균이다. 버섯과 나무는 공생관계 가운데 나무는 잎이 탄소동화작용으로 만든 당분을 버섯에게 공급해 주고, 버섯은 균사체가 나무뿌리 근처의 토양으로부터 흡수한 양분을 나무에 공급해 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교묘하고 독특한 공생관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송이를 재배할 수 없는 것이다.

 

찰스 레페버는 그의 박사학위 공부의 일환으로 공생관계에 있는 나무뿌리 없이도 미국 송이의 균사체를 배양해 낼 수 있었다. 이 배양된 균사체는 아주 서서히 성장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크기로 성장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화학자인 윌리엄 우드가 이 배양된 균사체를 분석해 본 결과 놀랍게도 그가 발견한 것은 송이 자실체에서 볼 수 있었던 민달팽이를 쫓는 화학물질이 배양된 균사체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송이의 화학적 비밀이 계속 해명되고 있다. 우드가 균사체에서 발견한 주요 화학물질들은 지상 식물이나 동물에게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드문 종류의 유기염소(organic chlorine) 성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종류의 유기염소는 DDT와 같은 살충제나 2,4-D와 같은 제초제로 사용해 온 물질이다. 그렇다면 버섯의 균사체가 왜 이러한 물질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균사체는 땅 속에서 소나무 뿌리와 함께 자라고 있기 때문에 민달팽이의 공격 위협이 없다. 그러나 송이의 생명주기 가운데 이 단계에서는 소나무 뿌리 주변의 공간 확보를 위하여 다른 버섯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송이 균사체에서 발견된 염소성분들(3.5-dichloro-4-methoxybenzaldehyde와 3.5-dichloro-4, methoxybenzyl alcohol)은 버섯의 중요한 물질 대사를 정지시킨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버섯 종류의 세포벽 생성을 막아준다. 또 이 성분들은 세포와 그 주변 사이에 벽(장애)을 형성하여 버섯의 균사를 보호해주는 버섯의 검은 색소 생성을 정지시킨다. 나무뿌리 근처의 공간 확보를 위한 서로 다른 버섯들 사이에 벌어지는 화학적 싸움은 흔히 관찰할 수는 없다 해도 버섯의 생활 가운데 중요한 측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염소성분이 단지 균사체를 인공 배양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이 학자들은 송이의 균사체를 포함한 토양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토양 중에서 풍부한 염소 성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염소 성분들은 인공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균사체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  노란 민달팽이 Banana Slug?

 

이와 같이 송이는 전체 생명주기 가운데 그 스스로를 보호해 주는 화학물질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자실체(버섯)를 피어내기 전 아직 땅 속에서는 특이한 염소물질을 가지고 다른 버섯의 균사체를 물리친다. 자실체(버섯)를 피어낸 다음에는 향기로운 에스테르, 즉 계피산 메틸을 가지고 민달팽이를 쫓아버려 자기 포자를 보호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 송이에서 풍기는 에스테르가 민달팽이를 쫓아내지 못하여 버섯을 먹게 되었다하면 송이는 상당량의 버섯 알코올을 방출하여 다시 민달팽이를 쫓아버리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 글을 마치려하니 문득 머리를 쳐들게 된다. 먼 곳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송이의 생명주기와 생활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상극상생(相剋相生), 서로 이기기도 하고 서로 살리기도 하는 버섯의 생활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어느 생명체도 살아가자면 상극(相剋)이 없을 수 없다. 허지만 상극뿐이면 모두 자멸하고 만다. 허나 상생(相生) 또한 있기에 모든 생명세계에 조화가 있고 균형이 있게 마련이다. 버섯의 신비에 빠져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니, 저 맛좋고 향기로운 자연의 선물을 식용하면서 그저 버섯을 즐기기만 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

 

(이글은 훔볼트 주립 대학교[Humboldt State University, Arcata, Ca.] 화학과 William F. Wood 교수가 뉴저지버섯동호회[New Jersey Mycological Association]의 뉴스 레터인 NJMA News, Vol. 37-6, November-December 2007에 기고한 것을 역편하여 만든 것이다.)

최종수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34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