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타협

오늘의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어휘의 하나가 양극화(polarization)이다. 어느 한 편으로 과도하게 편중되거나, 중간부분이 없거나 약화되어 양 끝에 몰려 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어떤 사회에 나타날 때 이를 사회 양극화(social polarization) 또는 격차 사회(格差社會)라 하며, 이는 사회의 양 끝이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져 사회 불평등의 심화를 가리키며 특히 중간계층이 줄어들고 사회계층이 양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런 사회의 양극화는 여러 이유에서 생겨나고 심화될 수 있다. 경제 환경의 급변과 산업고용구조의 취약성, 적절한 정책 대응의 미흡 등으로 나타나게 되며, 세계의 빠른 글로벌화, 정보화 등에 의해 심화된다고 평가되고 있다. 관련 요인들로는 고용불안과 내수위축, IT 등 기술의 진보, 중견 중소기업의 기반 취약, 인력투자 및 사회안전망 대책 미흡, 산업과 기업간의 양극화, 소득과 고용의 양극화, 대응능력 및 혁신기반 차이 등에서도 양극화가 생성, 심화 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양극화의 대응으로 여러 가지 정책과 담론이 성행한다. 우선 양극화화 극단으로 향하는 생각과 행동들을 완화하고, 구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책과 생각의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과 방향으로 우리는 평화, 중용, 조화 등의 가치를 강조하게 된다. 평화란 우선 양 진영간에 최소한 전쟁은 피하자는 생각이다. 막가파식 생각과 행동은 전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의 사람과 결사 항전, 전쟁 등을 고려해서는 안된다. 문명화된 오늘 날 누구도 다른 편을 완전히 패퇴시키거나 죽이고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용(中庸, golden mean)은 고도의 철학적 사유의 틀을 갖고 있다. 맹자와 자사 등에 의해 체계화된 이래 중용은 어떠한 일에서나 사실과 진리에 알맞도록 하여 편향, 편중(偏重)하지 않는 상태이며, 여기서 중(中)이란 정도와 적중을 말하는 것으로서 산술적, 기계적 평균이 아니다.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도 중용을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과대(過大)와 과소(過小)의 극단을 초월하여 최적화 개념에 도달함을 나타내며 도에 부합한다고 했다.

좀 더 전향적인 개념으로 나와 다른 상대방과의 조화(Harmony)를 제안하기도 한다. 조화는 두 개 이상의 여러 디자인 요소들의 상호관계가 분리되지 않고 잘 아울려 나타나는 미적 형식으로, 균형감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의 변화와 통일을 포함한 전체적인 결합 상태이기도 한다.

정보화 이후 IT 기술의 발달로 우리 사회는 빠름을 중요 가치로 여기고 있다. IT의 기반인 컴퓨터는 2진법을 토대로 논리 구조가 이루어져 있다. 0이거나 1로 분류하여 모든 논리와 계산을 진행한다. 이러한 ‘이것 아니면 저것’이란 2진법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퍼지 논리’(fuzzy logic)가 미국 컴퓨터공학자 로트피 자데(Lotfi Asker Zadeh,1921~ )에 의해 제시되었다. 퍼지는 ‘애매모호한’이란 뜻인데, 0이나 1이 아닌 다른 것, 중간의 것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흑백 이분법을 거부하고 회색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승자 독식(Winners take all)의 정도가 심화되고 있고, 지니계수 등 여러 경제, 사회지표 들이 우리 사회의 심한 양극화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논어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가치를 제시하기 전에 상대에 대한 이해와 타협의 중요성을 높힐 필요가 있다. 어떤 사회의 가장 아름다운 상태는 사회내 상이한 계층이 조화를 이루거나 유무상통(有無相通)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타협의 가치를 높혀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더 나가 종교성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우리 민족의 ‘사랑과 자비와 인애’를 실천하는 것이다.

타협을 비굴하거나 약한 것으로 보지 않고 심화된 갈등의 현상을 극복하는 최소한의 대안이며, 상대를 이해하는 최소한의 자세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사회운동가 사울 알린스키((Saul D. Alinsky,1902~1972)의 말에 귀를 기울릴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는 끊이지 않는 갈등 그 자체이며, 갈등은 간헐적으로 타협에 의해서만 멈추게 된다. 타협이 전혀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 단어는 ‘타협’일 것이다.”

조화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타협은 시작해 볼 수 있지 않는가? 성경은 말하고 있다 “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하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 5:24)  더 나가서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눅6:27)라고 까지 말씀하신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상대를 타도하고 빨갱이나 친일파로 몰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더구나 지상과제의 하나인 이웃 사랑실천이거나 예수님이 원하신 곳일 수 없다. 타협을 통해 이해와 평화를 열어나가며, 잃은 양 한 마리인 변방의 약자를 찾으며, 소통과 조화의 시대를 열고 유지해야할 책임이 제자된 우리에게 없을까? (인천기독신문 본인 기사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