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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의 2006년 판결과 한국 개신교의 치리회6월19일, ‘소유권말소등기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전망’ 포럼 백종국 공동대표 발제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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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6월 22일 (목) 00:00:00 [조회수 : 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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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법원의 2006년 판결과 한국 개신교의 치리회


백종국(경상대학교 정치행정학부)


1. 교회 개혁의 시급성에 대하여


최근 10여 년 간 한국 교회의 개혁과 부흥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아니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2006년에 나타나고 있는 두 가지 경향을 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제는 더 이상 우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첫째가 개신교 신자가 십년 전에 비해 1.6%가 줄었다는 인구 당국의 보고이고, 둘째는 개신교의 행정과 재산에 대한 한국 법원의 태도 변화이다. 

  지난 5월 통계청 당국이 보고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5년 개신교인의 수는 861만 명으로 1995년에 비해 1.6%가 줄어들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천주교가 74.4%, 원불교가 49.6%, 불교가 3.9% 증가하여 종교인구 전체가 10.5% 증가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신교인으로서 놀랍고 가슴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추세는 과거에 종교를 가졌으나 현재 비종교인인 사람들 중 과거에 개신교인이었던 사람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고 있으며 이 비율은 불교나 천주교를 떠난 사람들의 비율에 비하면 3배 이상이라는 2003년 4월의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 조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개신교의 행정과 재산에 대한 한국 법원의 태도에서 한국 사회가 한국 개신교에 대해 가지는 자못 싸늘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1월 울산지방법원 제3민사부가 사상 최초로 남울산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견한 사례나 2006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교회재산의 귀속에 관하여 기존의 판결을 변경한 사례에서 대표적으로 잘 나타나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개신교는 자신의 영역을 관리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판결에서 개신교의 교단들에 대해 “우리나라 교단의 숫자가 수십 또는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보아 교회 분열 또는 교단변경의 원인이 되는 교리의 차이는 그리 핵심적인 부분이 아닐 것으로 짐작되고, 대다수 교회 분열의 주된 원인은 교회 재산 또는 교회 주도권을 둘러싼 분쟁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판결문 21쪽). 개신교의 교단이라는 존재에 대해 심각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본 논문의 목적은 이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여 지난 2006년 4월의 대법원 판례가 가지는 의의를 검토하고 이를 한국 교회의 개혁과 일치의 기회로 삼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데 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특정한 교회의 소유권말소등기 사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판결문이 의미하는 바처럼 한국 교회 전반의 구조개혁에 시사하는 바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 2006년 대법원 판결의 개요


  대법원은 2006년 4월 20일에 개신교 교회의 분열 허용 여부 및 재산 귀속에 관하여 종전의 확립된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재판장 대법원장 이용훈, 주심 대법관 김영란)을 선고하였다. 주문을 포함하여 39페이지에 이르는 이 판결은 단순히 개신교 교회의 분열이나 재산 귀속 여부뿐만 아니라 교회와 각종 치리회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중대한 해설을 포함하고 있었다. 따라서 법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신앙적 차원에서도 매우 신중한 토론의 단초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은 ‘사건명 2004다37775 소유권말소등기’로서 기독교성결교회 신서교회 측이 목사 A가 교인들을 모아 소속 교단을 탈퇴하고 교회 명의를 A목사가 주도하는 또 다른 ‘신서교회’로 등기한데 대한 재판이었다. 원심과 항소심은 종전 판례의 입장에 따라 ‘절차’를 준수한 A목사 측에 재산권이 있다고 보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지난 50여 년 동안 대법원 판례는 일반 법리와는 달리 교회의 분열을 허용하고 분열시의 재산 관계는 분열 당시 교인들의 총유라고 판시했었다. 그 의도는 교회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신앙노선의 차이가 발생하여 도저히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을 경우라도 모두 종전 교회의 터전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판시는 교회가 분열할 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분열된 당사자들이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하여 물리력을 행사하는 추태를 연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

  새로운 판결의 주요 맥락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 개체 교회를 민법상의 사단으로 간주한다.  


  물론 예전에도 법원의 판례가 교회를 민법상의 사단으로 간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빈번히 모호한 판결을 제공하여 도리어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새로운 판결은 교회의 성립과 운영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행위들에 대해 민법상의 규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점을 명료히 하고 있다.


  ② 교회도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교인들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교리를 좇아 자유로이 교회를 선택할 수 있고 다수 교인들이 적법하게 의결하는 바에 따라 교단 혹은 재산의 이동이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민주적 다수결이 준용되는바 민법상의 원칙에 따라 교회 해산에 준하는 행위는 구성원의 3/4 의결로, 정관 변경에 준하는 행위는 구성원 2/3 의결로, 기타 사항은 과반수의 참석과 과반수의 의결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③ 개체 교회가 법률 행위의 주체이다. 


  본 판결은 교단을 종교적 내부 관계에 있어서 지교회의 상급단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각 교회는 자신이 정관 등의 자치 규약에 의해 운영되며 이 규약이 없는 경우에 민법상의 원칙이 준용된다. 소위 교단의 ‘헌법’을 자신의 규약에 준하는 자치규범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적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교단 변경을 ‘사단 해체’의 수준으로 보자는 주장은 소수의견으로 간주되고 있다.  


  ④ 개체 교회의 정관이 준거의 틀이다.


  각 교회는 법인이 아닌 사단으로서 민법상의 지위를 가진다. 사단의 실체와 성립, 사원 자격의 득실, 대표의 방법, 총회의 운영, 해산 사유와 같은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조항을 제외하고) 모든 조항이 원칙적으로 유추 적용된다. 그러므로 설립등기를 하지 않았을 뿐 독자적으로 존속할 수 있고 이 모든 사항은 그 사단의 규약에 따라 정해진다. 설사 개체 교회가 특정한 교단이 정한 규약상의 행정과 재정적 조치를 받아들인다 해도 이것은 개체 교회의 정관에 반영되어 있어야 하며 “그 규정이 지교회의 독립성과 종교적 자유의 본질을 해하는 경우에는 지교회에 대한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판결문 12).


  대법원의 이러한 새 판례는 앞으로 모든 판결의 기준으로 준용되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는 보다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2항에서 선언하는 바처럼 그리스도인들은 각 나라의 “건전한 법률”에 복종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가 한국의 민법을 특별히 적그리스도적인 것으로 선언하지 아니하였고, 대법원은 단지 교회를 특별히 취급하지 않겠다고 판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법이 달리 개정되지 않는 한 한국의 주권 하에 있는 교회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제적으로 많은 한국 교회의 관례들이 이러한 현행 민법의 체제를 적용하기에 부적절하거나 모호하여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논문에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루고자 한다.1)


3. 치리회의 법적 지위


1) “교단”이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는가?


  개신교회 체제에서 교회법으로나 일반법으로나 소위 “교단”은 법적 주체가 될 수 없다.  이 점이 “가톨릭교회”를 법적 주체로 상정하고 있는 로마 가톨릭교와의 차이점이다. 로마 가톨릭교는 교회법 상에서 자연인과 법인을 나누고 전체 교회를 하나의 법인으로 취급하고 교황을 그 법인의 최고 지위에 둔다.


제 113 조 제1항. 가톨릭교회와 사도좌는 하느님의 제정으로 법인의 자격을 가진다.

제 331 조 주께로부터 사도들 중 첫째인 베드로에게 독특하게 수여되고 그의 후계자들에게 전달될 임무가 영속되는 로마 교회의 주교는 주교단의 으뜸이고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이 세상 보편 교회의 목자이다. 따라서 그는 자기 임무에 의하여 교회에서 최고의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직권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다.

제 332 조 제1항. 교황은 합법적 당선을 수락함과 함께 주교 축성으로써 교회에서 완전한 최고 권력을 얻는다. 따라서 교황 직에의 당선자가 주교 인호가 새겨져 있다면 수락의 시각부터 그 권력을 얻는다. 만일 당선자가 주교 인호가 없다면 즉시 주교로 서품되어야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교단”이란 장로교의 법 규정으로 보아 같은 교리를 고백하는 개체 교회들의 전국적 치리회인 “총회”를 지칭한다. 이 점에 있어서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첫째는 “교단”이란 개념이 법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며, 둘째는 「헌법」조차도 이 “총회”-교단의 다른 표현-가 국법상의 주체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8장 제4조(치리회의 권한) 교회 각 치리회는 국법상 시벌(施罰)을 과하는 권한이 없고 오직 도덕과 신령 상 사건에 대하여 교인으로 그리스도의 법을 순종하게 하는 것뿐이다. 만일 불복하거나 불법한 자가 있으면 교인의 특권을 향유하지 못하게 하며, 성경의 권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증거를 수합하여 시벌하며, 교회 정치와 규례를 범한 자를 소환하여 심사하기도 하며, 관할 아래에 있는 교인을 소환하여 증거를 제출하게 할 수도 있으니 가장 중한 벌은 교리에 패역한 자와 회개하지 아니한 자를 교인 중에서 출교할 뿐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례도 이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편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춘 개신교 교회(아래에서는 ‘교회’라 한다)가 특정 교단 소속 지교회로 편입되어 교단의 헌법에 따라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고 교단이 파송하는 목사를 지교회의 대표자로 받아들이는 경우 교단의 정체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지만 원칙적으로 지교회는 소속 교단과 독립된 법인 아닌 사단이고 교단은 종교적 내부관계에 있어서 지교회의 상급단체에 지나지 않는다.”(2쪽)


  민법상의 원칙으로 보아 교회가 반드시 개교회를 법적 주체로 삼을 필요는 없다. 물론 교회가 개교회이든지(개신교) 개교회를 포함하는 교회 전체이든지(구교) 법인을 구성하면 당연히 법적 주체가 될 수 있고, 법인이 아닌 사단으로 존재하더라도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는 교단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해당 “총회”라는 이름으로 각 교단은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대체로 법인 아닌 사단으로 등록하고 있으며 총회유지재단과 같은 법인을 만들어 그 법적 지위를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신교의 “총회”는 로마가톨릭의 “교회”와 달리 개교회의 상위 기구로서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치리”라고 할 수 있다.


2) 치리(治理)와 치리회(治理會)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가지는 거의 유일한 결점이라면 법적인 개념인 “총회”와 일반적 용례인 “교단”을 구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를 인정하므로 향후 대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교단(敎團)이나 교파(敎派)란 용어는 같은 교리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를 지칭하는 용어이며 법적인 용어는 아니었다. 개신교의 헌법에서 조차 교단(敎團)이나 교파(敎派)라는 용어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일상적 행위에 있어서 총회(總會)의 또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단(敎團)을 중대한 실체로 보고 “교단의 가입과 탈퇴 혹은 변경”을 중대한 민법상의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각 개신교 총회들은 이제 교단(敎團)이나 교파(敎派)의 용어에 대해 확실한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개신교는 치리회의 존재를 중요시한다. 박윤선이 소개하는 웨스트민스터 정치조례의 원리에 따르면 “회중, 노회, 총회의 제도에 의한 교회 치리가 사리 상 유익하고 성경적이고 사도시대 교회의 치리법과 일치하다”고 보고 있다(박윤선 1983, 117). 초대교회 때부터 교회 내에는 빈번히 교회의 바른 진리를 왜곡시키려는 이단들이 준동하였다. 때문에 교리의 순전함을 지키기 위해 권징을 해야 한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30장). 그리고 이 치리에 개입되는 인간의 실수 여지를 줄이기 위해 장로교회는 삼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회와 노회와 총회가 바로 이러한 절차들이다.


  그러나 “치리(治理)”의 의미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이 치리라는 말은 한국어의 일상적 용법에서 발견되지 않는 한국 교회의 조어(造語)이다. 한국 교회는 이와 같은 조어들을 많이 생산해 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서리집사”, “증경총회장”, “염장비”와 함께 이 “치리”라는 용어이다.  그 의미로 보아 치리는 통치(統治) 즉 “다스리는 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치는 세속국가에 속해있으므로 아마도 이와 충돌되지 않는 용어를 선택하여 “교회를 다스리는 일”로 특별히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행위가 실제적으로 용납되느냐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는 두 가지 해석의 경우를 볼 수 있다. 첫째는 교회 내에 발생하는 모든 행위 즉 예배, 권징, 행정, 재정 등을 ‘치리’에 포함시키는 경우이다. 현재 개신교 총회들이 설치한 재판국의 활동 영역을 보면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총회에 소속된 모든 교회들에서 발생하는 재산 분규와 행정적 갈등이 노회와 총회에 그대로 전달되고 있으며 치리의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치리구조는 개신교의 것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의 것이다.2) 흥미있게도 한국의 사법당국은 한국의 개신교가 이러한 입장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둘째로, 한국의 사법당국은, ‘치리’를 종교적 기준과 관련된 행위로 보고 민법적 사단으로서 존재하는 각 교회의 고유 행위는 노회나 총회의 관련 사항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 부분은 교단헌법을 기준으로 규범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분류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목사의 자격(대법원 1999.6.8. 선고 99도1543), 장로의 자격(대법원 1972.11.14. 선고 72다1330), 교회 대표자의 선임(대법원 1975.12.9. 선고 73다1944), 등의 판단에 관하여는 총회 헌법의 규범력을 인정했으나 교회의 사단성(대법원 1960. 2. 25. 4291민상467)과 재산문제(대법원 1994. 10. 25. 94다28437)에 있어서는 노회나 총회의 소관 사항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명료하게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사법당국은 종교의 고유한 기능에 관한 것들(예컨대 직분자의 자격이나 이단 심판 등)은 “치리”의 영역에 속하나 종교의 고유한 기능이 아닌 것들(의결기구, 재정, 법적 지위 등)은 “치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종교적 행위에 대해서만 ‘치리’의 범위를 인정하고 있다. 만일 이 판단이 옳다면 현존하는 총회의 헌법들도 이 점을 보다 명료하게 적시해야할 것이다.

  
   
사실 위의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신교의 치리회가 수평적 연합체라는 점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찍이 칼빈주의 신학자인 벌코프(L. Berkhof)의 주장에 따르면 “개혁교회는 지교회 당회의 권한 보다 높은 종류의 교회적 권세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박윤선 1983, 120). 이에 대해 박윤선은 보다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런 정치의 치리회들은 사실상 엄밀한 의미에서는 상회와 하회의 구조로 진술될 수 없다. 이 치리회들은 서로 수평적(horizontal)으로 배치된 연합 전선의 성격을 가진다. 헌법 조문에 진술된 대로 ”각 회가 ... 같은 자격“이란 문귀, ”각 치리회는 서로 연합한 것“이란 문귀 등이 역시 이 성격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우리가 장로교의 치리회들에 대하여 ”상회“나 ”하회“란 명칭을 즐겨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박윤선 1983, 120)


  반면에 로마 가톨릭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철저한 수직적 조직체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법 제331조가 선언하는 바와 같이 로마 교황은 “최고의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직권”을 가지고 있다.


제 1 관 교황

제 331 조 주께로부터 사도들 중 첫째인 베드로에게 독특하게 수여되고 그의 후계자들에게 전달될 임무가 영속되는 로마 교회의 주교는 주교단의 으뜸이고 그리스도의 대리이며 이 세상 보편 교회의 목자이다. 따라서 그는 자기 임무에 의하여 교회에서 최고의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직권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다.


  한국의 개신교회들이 당회에 전제권을 부여하고 노회와 총회 순으로 상회 구조를 인정하므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로마 가톨릭과 유사한 치리체제를 발전시켜왔다는 점은 참으로 놀랄 만하다(김동호 1999). 한국의 개신교에 파고든 사제주의는 프로테스탄트의 복음적 맥락을 사로잡고 있는 바벨론의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백종국 2003). 더욱 놀라운 일은 개신교회들이 이토록 방황하는 상황에서 도리어 세속적 법원이 이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개신교는 이제 신앙적 치리와 개체 교회의 행 ․ 재정을 분리하는 방안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재산의 귀속 문제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가 개신교회의 재산 처리에 관해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는 데 비하면 개신교의 ‘헌법’들은 상호모순적이거나 이와 불일치하는 조항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각 교회의 재산을 처분할 권한 혹은 이 처분의 권한에 대한 판단을 가질 권한이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은 기본적으로 개교회가 아니라 노회가 개교회의 재산을 처리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IV. 정치 제10장 노회 제6조 “8. 어느 지교회에 속한 것을 물론하고 토지 혹 가옥 사건에 대하여 변론이 나면 노회가 처단할 권한이 있다.”


헌법 IV. 정치 제12장 총회 제5조 “4. 어느 교회에서든지 교회 재산에 대하여 쟁론이 있어 노회가 결정한 후 총회에 상고하면 이것을 접수하여 판결한다.”


헌법 IV. 정치 제21장 의회 제2조 제직회 “3. 재정처리 ① 제직회는 교회에서 위임하는 금전을 처리하고 부동산은 노회 소유로 한다.”


  흥미있는 일은 제10장 6조에서 “변론이 나면 노회가 처단할 권한이 있다”고 명시하여 일상적인 소유권과 유고시의 판결권을 분리한 듯한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제21장 2조에서는 명백하게 “부동산은 노회 소유로 한다”고 선언하고 이에 대한 근거로 사도행전 6장 3절에서 5절을 인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는 소위 유지재단의 존재와 관계가 있다. 한국의 주요 교단들은 교단의 결속력을 높이고 재산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유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재단 구성은 교단별로 다르다. 감리교는 중앙총회에 집중하는 중앙집중형을, 예장통합은 55개 노회 별로 조직하여 운영하는 지방분산형을, 침례교는 행정과 재산을 분리하는 행정분리형을 취하고 있다. 유지재단 가입 규정도 교단별로 약간씩 다르다. 하나님의 성회나 침례교는 자발적 참여를 추구하나, 감리교와 장로교는 강제 가입을 규정하고 있다. 

  재산의 관리에 관한 한 예장고신의 「헌법」이 매우 정교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장고신의 「헌법」은 “교회정치 제16장 재산”에서 개체교회, 노회 및 총회의 재산을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구분하고 기본 재산 중 부동산은 총회유지재단에 신탁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120조 1). 그러나 개체교회의 경우 공동의회가 의결하면 취득, 매도, 증여, 교환 등을 할 수 있다. 기본재산은 당회가 관리하고 보통재산은 제직회가 관리하게 하지만 부동산은 개체교회 명의로 등기하게 되어있다(제120조 2의 (5)). 또한 신탁주의 청원없이 처분할 수 없으며 담보에도 제공될 수 없다(헌법적 규칙 제7장 제1조 3).

  예장 합동의 「헌법」이 노회로 하여금 개체교회의 부동산을 소유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바 대법원의 판례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다. 유지재단에의 신탁을 의미한다면 예장 고신의「헌법」에서 처럼 소유는 개체교회이지만 그 재산을 유지 관리하는 역할을 노회에 위임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또한 실제로 해당 재산의 처분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유지재단에의 신탁이 법적 절차 상 애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 경우에 유지재단측은 유지재단신탁의 이유로 각종 세제혜택 및 융자혜택과 주무관청인 문체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뿐, 어디까지나 교회 재산은 개체 교회의 소유임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

  교회 재산의 소유권 문제에 있어서 결국 중요한 것은 개신교 방식을 채택할 것이냐 로마 가톨릭 방식을 채택할 것이냐이다. 이 문제는 이미 치리의 사례에서 지적한 바처럼 교리 상의 차이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로마 가톨릭 방식의 재산 관리 체제를 강화한 개신교단들은 이번 기회에 신앙적 입장과 일치하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본다.   


   
4. 치리회 개혁의 방향


  이번 판결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이번 판결이 소위 개교회주의라고 불리우는 현상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이다. 개교회주의란 특정한 개체 교회가 보편적 교회의 사명을 망각하고 개 교회의 이해에만 몰두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러한 행위는 개체 교회가 민법적 지위를 가진다든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개교회주의는 도리어 현재 체제에서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으며 심지어 대형교회의 목회자가 대형교회의 위세를 활용하여 자신의 의사대로 총회를 이끄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보고 있다.  

  둘째, 이번 판결이 다수결주의만을 강조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이다. 민주주의는 당연히 다수결이며 이 점은 민법상의 각종 의결에 있어서 준거의 틀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결이 사단으로서의 교회가 설립된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했을 때에는 당연히 그 효력을 잃게 되어 있다. 판결문은 “실질적으로 지교회의 해산 등 교회의 유지와 모순되는 결과를 수반하는 교단변경 결의, 나아가 기독교가 아닌 전혀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단체로 변경하는 등 교회의 존립목적에 본질적으로 위배되는 교단변경 결의는 정관이나 규약 변경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판결문 12).

  이상의 상황을 검토해 볼 때 한국 개신교의 개혁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볼 수 있다.


1) 모범정관의 보급


  개체 교회가 법률적 행위의 주체이고 정관이 이 행위의 법적 준거가 된다면 한국 교회가 신앙적 해석에 알맞은 좋은 정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정관이란 지금까지 교회가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 여러 요소를 불식시키고 교회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적 틀로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좋은 정관을 만드는 일을 위해 각 총회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각 총회는 교단헌법에 각급 치리회의 자체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몇몇 총회나 노회는 각 교회의 정관 모델을 만들어 산하 교회에 배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예장통합은 총 8장 20조에 이르는 교회 정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단의 모델은 오로지 세무서 제출용으로 만일 개별 교회들이 이를 실제에 준용한다면 심한 혼란을 겪게 되어 있다. 

  개체 교회들이 제각기 편의에 따라 정관을 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한국교회 정관연구는 39개의 정관들을 모아 분석한 바 있다(백종국 2003). 이 중에 장로교회가 72%이었으나 정관의 내용은 천차만별이었다. 정관 조문의 구조, 직분의 구별, 직분의 임기, 연임의 의결정족수, 정관상의 의결기관, 재산관리의 주체 등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예컨대 재산관리의 주체만 하더라도 당회, 제직회, 운영위원회, 재정위원회, 별도의 재단 등이 나타났다. 심지어 담임목사나 재정위원장 혹은 실명으로 지정된 10명의 재산관리위원에게 재산관리를 위임하는 정관도 존재하였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모범정관”을 수립하여 보급하고 있다.  우선 교회의 주권과 양심의 자유, 복음적 분업을 3대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각 직분의 임기제 도입, 의사결정의 민주화, 재정의 투명성 보장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불필요하게 확대되어온 직분의 수를 줄이고 성경에서 나타난 직분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 직분의 임기를 지정하고 연임규정을 두므로 봉사의 직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각급 회의체의 정족수를 규정하고 의사결정구조의 일치성을 확보하고 있다. 재정 사항을 공개하고 항목을 합리화하며 재산관리 절차 규정을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

  모범정관이 수립된다면 지금까지 많은 교인들을 떠나게 했던 한국 교회의 내부 갈등은 상당부분이 감소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명료한 규정과 납득할 수 없는 노회와 총회의 재판이 수많은 교인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행 ․ 재정적 갈등은 개체 교회가 좋은 정관을 채택하면 더 이상 노회나 총회와 같은 치리회로 전이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소위 “전권위원회”를 빙자하여 감행된 수많은 오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2) 치리회의 제자리 찾기와 일치


  한국의 개신교 내에서 당회나 노회 및 총회라고 불리우는 치리회는 지금까지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려왔다. 이는 자신들이 정한 규정과도 모순되는 행위였는바 예컨대「헌법」의 제8장 제4조에서는 “교회 각 치리회는 국법상 시벌(施罰)을 과하는 권한이 없고 오직 도덕과 신령상 사건에 대하여 교인으로 그리스도의 법을 순종하게 하는 것뿐이다”라고 선언하였으면서도, 제12장 총회 제5조 “4. 어느 교회에서든지 교회 재산에 대하여 쟁론이 있어 노회가 결정한 후 총회에 상고하면 이것을 접수하여 판결한다”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치리회는 마땅히 치리에 전념하여야 하고 교회의 행 ․ 재정은 교회 내의 의결기구들에게 맡겨야 한다. 여기에서의 치리란 제8조 제4조에 명시된 대로 “오직 도덕과 신령 상”의 사건에 국한된다. 이미 지적한 바처럼 한국의 사법당국도 종교의 고유한 기능에 관한 것들(예컨대 직분자의 자격이나 이단 심판 등)에 대해서만 ‘치리’의 범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치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회를 이끌어 갈 목사의 질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영역주권의 관점으로 볼 때 한국 사회의 존경과 보호를 받아야할 한국 개신교가 이처럼 위기에 봉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로마 가톨릭 수준으로 목사 중심의 사제주의를 진행하였으면서도 목사의 질을 통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한신대 신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에 대한 비판의 첫째는 자기교판, 교회 중심적이다(68.9%)이고, 둘째가 품위 없는 성직자가 많다(52.8%)이었다.  최근 어느 인터넷 매체에 실린 교회 비판의 칼럼이 “개판치는 목사가 왜 이리 많은갚는 제목을 가진 것으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데일리서프라이즈 2006-3-22). 목사의 과잉공급 문제는 이미 심각하다. 2001년 2월을 기준으로 17개 주요 개신교단이 정부당국에 제시한 교세 통계를 보면 교회 수는 39,412개인데 목사 수는 73,678명이었다. 로마 가톨릭의 엄격한 성직자 통제와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개신교의 자유시장경제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문제는 교회의 일치를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 목사의 과잉공급 주범은 교단 분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기독신문취재팀 1992, 130-137). 수많은 교단이 분립되고 이 분립된 교단들은 자체적으로 신학교를 운영해야할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군소교단이 목사의 질을 보장할만한 교육을 제공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형편이었다. 그 결과 질은 보장이 되지 않으면서 오로지 눈으로 보이는 목회의 성공만을 갈망하는 목사들을 양산하게 되었다. 판결문의 표현대로 “교회 재산 또는 교회의 주도권을 둘러싼” 쟁탈전으로 분립된 교단들을 그대로 인정하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이다.

  이 단계에서 한국의 개신교가 부흥하려면 같은 신앙적 계열의 교단들은, 아마 주로 장로회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는 바, 단일한 치리회로 재조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상 이미 지역교회들은 각 지역별로 “000시 기독교협의회”와 같은 단일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만일 개체 교회들이 약간의 개별적 특성을 반영한 수준의 동일한 모범정관을 채택한다면 도덕과 신령 상의 유익을 도모하는 치리회는 하나로 통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3)   지금의 치리회들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행정적, 재정적 활동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고 바로 이 점이 개신교의 쇠퇴를 불러일으킨 주범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에 이러한 방향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치리회가 일치되었다고 해서 각 교단이 원래 운영하였던 재단이나 선교회 등 각종 기관들이 소멸되어야할 필요는 없다. 도리어 이러한 조직들은 새로운 치리회의 지도하에서 더욱 건실하게 조정되고 강화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중복된 부분의 조정이 일어나고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가 있다. 설사 자신의 이해가 걸려있는 조직이 교회의 일치를 통해 소멸된다 할지라도 이것이 한국에서 전도의 문을 다시 여는 일이라면 마땅히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이제 한국의 모든 개신교인들은 자신들이 한국 사회와 그리스도 앞에서 판단의 자리에 서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같은 신앙인들은 고사하고 세속 법정으로 부터도 지탄을 받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천국의 기준을 보여주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기준으로 보아도 꾸지람을 듣게 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4월에 제시된 대법원의 판례는 이러한 점에서 참으로 귀중한 문서라도 할 수 있다. 
                                          * 기사 용량제한으로 주와 참고도서 생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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