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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문화 "좋아하느냐 두려워하느냐의 문제!"
최종수  |  asburych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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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9월 10일 (목) 05:14:11
최종편집 : 2015년 09월 10일 (목) 16:17:23 [조회수 : 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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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과 문화

   

▲ 정원 장식용 버섯 어느 집 앞 정원에 사기로 구워 만든 세라믹 버섯이 서 있다. 틀림없이 이 집 주인은 버섯을 좋아하는 문화권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민족의 후손이 살 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또는 독일 아니면 동구권에서 온 사람일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 온 아시아계 사람들의 야생버섯 중독사례에서는 물론 한국에서 장마철이 지난 바로 뒤에 야생버섯 중독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어째서 유독 아시아 사람들의 야생버섯 중독 사례가 많은 것일까? 식생활 습관은 분명 어느 민족이나 나라의 음식문화의 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버섯과 문화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1877)에 보면 버섯에 관한 이야기가 세 장면이나 나온다고 한다. 한 장면에 보면 아이들이 시시한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자 아주 엄격한 영국인 가정교사로부터 야단을 맞는다. 이 때 애들 어머니가 들어와 아이들에게 헌옷으로 갈아입고 밖에 나가서 버섯을 따오라고 이른다. 아이들이 기쁨과 기대 가운데 환호성을 지르자 방안 분위기가 금방 바뀐다. 또 한 장면은 숲속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는데 화제가 곁길로 나아가 버섯 식별에 관한 문제로 바뀌자 사랑을 나누던 장면이 잠시 중단된다. 이렇게 러시아에서는 버섯 채취가 한 국가적 오락과도 같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시골길을 달리던 기차가 갑자기 그 가던 길을 멈추고 여성들이나 그 가족들이 모두 기차를 내려서 버섯을 채취하도록 기다려주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일반 가게나 신문판매점에서 식용버섯의 사진과 설명이 들어있는 소책자를 판매하기도 한다. 버섯 사진이 실려 있는 러시아의 그림엽서를 10여장 구경한 적이 있고 버섯 우표도 많이 구경하였다.

   
▲ 곰보버섯 Morchella esculenta(L.) Pers. 산에서 만난 독일계 미국인들이 곰보버섯을 많이 채취하여 한 봉지씩 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영국문학 뿐만 아니라 영어권 문학에서는 버섯이 죽음과 부패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탐정 소설의 대가 아서 코난 도일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마침내 비가 그쳤다. 그리고 핼쑥한 가을 햇볕이 빗물로 흥건하게 젖은 땅위를 비추고 있다. 젖고 썩은 잎들이 김을 내고 숲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악취 밑에서 짓무르고 있다. 들판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크기와 색깔을 가진 괴물 같이 생긴 버섯들이 새빨간 색과 엷은 자주색, 적갈색, 흑색으로 점점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마치 병든 지구가 갑자기 더러운 고름주머니를 터뜨린 것과 같고, 곰팡이와 이끼가 벽을 얼룩덜룩하게 만든 것과 같으며, 그 더러운 속출물(續出物)로 말미암아 빗물로 흠뻑 젖은 땅으로부터 죽음이 솟아난 것 같다."(Arthur Conan Doyle, Sir Nigel, 1906 중에서). 이렇게 버섯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야생버섯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 것을 시청해 본 적이 없고, 버섯 그림이 들어 있는 우표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영어권 국가인 호주나 뉴질랜드를 포함하여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버섯 그림이 들어 있는 우표를 발행하고 있지만 유독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 뽕나무버섯 동구권에서 온 사람들, 특히 폴란드에서 온 사람들은 뽕나무버섯을 "뽀삥끼"라고 부른다. 가을이 되면 이 버섯을 따러 산에 온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잘 익혀 먹으면 맛좋은 식용버섯이다.

그래서 영국의 버섯학자 W. D. Hay라는 분은 버섯에 대한 영국 사람들의 견해를 아래와 같이 전하고 있다. 즉 영국 사람들은 교훈과 본보기를 통하여 유아기 때부터 어린아이들에게 모든 종류의 버섯들을 경멸하고 혐오하고 피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라도 버섯 연구에 흥미를 보인다면 상당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그의 이상야릇한 취향에 대하여 비웃음을 살 것이며 실제로 바보 천치 취급을 받을 것이다. 버섯을 먹는다든지 버섯을 채취하려는 취미처럼 경멸당할 수밖에 없는 취미가 없다고 까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Hay는 이러한 영국 사람들의 버섯에 대한 태도를 “버섯 두려움증”(fungusphobia)이라고 하면서 무지의 일종이라고 하였다

   
▲ 등색껄껄이그물버섯 Leccinum aurantiacum(Bull.) Gray 가을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느 산에서 버섯을 따러 온 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무슨 버섯을 채취하였느냐 하고 물으니 보여 준 버섯이 바로 이 껄껄이그물버섯이었다. 이야기를 잠간 나누는 동안 그 사람이 독일계 후손임을 알 수 있었다.

위의 두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버섯에 대하여 크게 두 가지 문화적 태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영어를 사용하는 Anglo-Saxon 문화는 버섯을 두려워하는 문화(mycophobia culture)이고, 그 밖의 다른 나라들, 이를 테면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동유럽 사람들과 아시아 사람들은 버섯을 좋아하는 문화(mycophilia culture)를 가지고 있다. 버섯을 두려워하는 문화권에서는 자연히 버섯에 대한 연구가 아주 부진하다. 그러나 한편 독버섯으로 말미암은 사고는 극히 적은 편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양송이 재배와 판매고가 높지만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영어권 사람들이 아니라 프랑스 계통 사람들이다. 다른 한편 버섯을 좋아하는 문화권, 특히 아시아에서는 버섯에 대한 약용 실험과 요리법, 인공재배 등 활발한 버섯 연구가 진행되는가 하면 또 그 만큼 야생 독버섯으로 인한 중독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 잎새버섯 Grifola frondosa(Dicks.) Gray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이 버섯을 "Sheep's Head" 또는 "Lamb's Head" 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잎새버섯의 영어속명은 "Hen of the Woods"이다.

미신이 판치던 중세 시기에는 버섯이 초자연적 신화와 관련되었다. 아마도 그 신화들은 아무 것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돋아나 신속하게 자라서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지기도 하고 또 온갖 이상한 모양새와 온갖 현란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 그래서 자연히 독두꺼비, 달팽이, 뱀, 마녀나 마귀할멈과 연결되어 악(evil)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독살하는 옛날이야기나 동화가 생겨나게 된다. 옛날 로마에서는 정적이 된 황제를 독살하는 전설이 있다. 주후 54년에 로마의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Tiberius Claudius)황제의 부인 아그립피나(Agrippina)가 자기 아들 네로(Nero)를 황제 자리에 올려 놓기 위하여 자기 남편 클라디우스에게 "죽음의 모자"(Death Cap)라고 하는 치명적 맹독을 가진 알광대버섯(Amanita phalloides)를 먹여 독살하였다고 한다.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현대 영화에서도 남부 지역에 여자들만 남아 있는 곳에 몸을 피신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질투의 대상이 되어 여자들이 독버섯을 요리하여 먹임으로써 독살하려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다행하게도 치명적인 독버섯이 아니어서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버섯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 버섯을 두려워하는 문화를 낳는 것이다.

   

▲ 버섯 조각품 정원 토종꿀을 판다는 광고를 보고 꿀을 사러 들렀더니 그 집 정원에 키가 약 1m나 되는 곰보버섯 조각품과 여러 버섯 장식품들이 서 있다. 역시 독일계 후손으로 봄이면 그 지역에서 곰보버섯을 많이 채취하여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버섯을 좋아하는 문화권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를테면 스위스에서는 버섯 검사관의 검열을 거친 야생버섯은 일정 장소에서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약국의 약사들에게 야생버섯을 식별해줄 수 있도록 특별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는 여러 세기동안 동방정교회 교인들이 그물버섯(Boletus edulis)을 다량 채취하여 말려두었다가 사순절 음식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특히 2차 대전 중에는 식량이 부족하여 야생버섯 식용 습관이 점차 증가하였다. 그 뒤에 1969년부터 1983년에 걸쳐 야생버섯 식용을 권장하기 위하여 정부시책으로 1600여명의 버섯 권고 전문가와 5만 여명의 버섯채취자들을 훈련하였다고 한다. 특히 버섯식별을 전문으로 하는 22명의 버섯검사관이 이 일을 주관하였다. 핀란드 주민은 언제 어디서나 버섯을 채취할 권리가 있다고 하며, 1979년에 이르렀을 때는 국민의 72%가 야생버섯을 채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버섯중독 사례는 매우 드물어서 1936년에서 1978년 이르는 동안 오직 6명만이 버섯중독으로 사망하였다는 것이다.

 

   
▲ 이웃집 뒤뜰에도 곰보버섯 목각 장식품이 서 있다.

동부 유럽으로 가게 되면 야생버섯에 대한 관심이 한 층 더 높아져서 식용버섯이 가장 많이 돋는 가을에는 야생버섯 채취가 한 사회적 활동이자 오락적인 활동이 되고 있을 정도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 살던 동북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톤(Scranton, Pennsylvania. 한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여기서 석탄을 수입해 갔다고 한다. 지금도 이 지역에는 40년 동안이나 미국 전 국민의 연료를 댈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석탄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석탄 산업은 완전히 휴면상태이다.) 지역에는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에 이 지역 석탄 탄광에서 일하기 위하여 특히 동구권 사람들이 많이 이민 와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가을에 산으로 버섯을 채취하러 가면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리고 특이한 풍경은 집 앞에 서 있던 나무를 베고 남은 등걸을 버섯 모양으로 조각하여 정원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집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혼인 피로연 잔치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식당 주변에는 이렇게 버섯을 조각해 놓은 것이 10여개나 서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버섯 목각품이 서 있거나 버섯 조각품으로 정원을 장식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직접 만나 물어보지 않아도 대체로 동구권에서 온 조상들의 후예임을 가려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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