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빌리 은행이 설립되어,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 은행장을 맡았다. 주빌리, 생소한 단어이다. 하지만 이보다 기독교적인 단어가 별로 없다. 주빌리는 히브리어 숫양이라는 뜻을 지닌 yobhel의 변형이다. 이것이 yovel(자유의 나팔소리)로 변하고, 영어 주빌리가 되었다.(https://en.wikipedia.org/wiki/Jubilee_(biblical))

▲ 주빌리은행 출범식에서 참여자들이 채권을 불태우고 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성경은 주빌리를 희년(禧年, 복될 희 + 해 년)으로 번역한다. 50년 주기로 찾아오는 이 희년에 이스라엘 민족이 꼭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레위기 25장)

1) 구매한 농토는 물론이고 채권자가 부채 대신 채무자의 농토를 차지한 경우에도, 구매자나 채권자는 그 농토를 조건 없이 원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2) 어떤 사람이 조상에게 받은 모든 농토를 하나님께 바쳐, 그 농토가 제사장에게 귀속되었어도, 그 땅을 조건 없이 농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3) 어떤 사람이 가난해서 종으로 팔린 경우, 종을 산 주인은 조건 없이 그 종을 풀어주어야 한다.

  이 희년 규정이 만들어진 시대는 전형적인 농경사회였기에, 제사장 및 관료 등의 화이트칼라 그리고 상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농민이었다. 따라서 몇 년간 수확이 좋지 않거나 흉작이 지속되면, 가난한 백성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많은 농민이 타인에게 자신의 농토를 팔거나, 빚을 진 대가로 농토를 채권자에게 넘겼다. 그 후 땡전 한 푼 없이 빈털터리가 된 농부들은 타향을 전전하거나, 갑부 집에 노예로 취직했다.(룻기: 1: 1, 열왕기하 8:1-6, 레위기 25장)

   희년에는 그 어떤 원인으로 땅이 매매되었건, 땅은 그 이전 소유주에게 돌아가야 한다. 또한 그 어떤 원인으로 자유인이 종이 되었건, 종은 자유를 얻는다. 우리는 희년의 규정에서 탁월한 통찰력을 살필 수 있다. 인간 세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의 자연 현상이며(신명기 15:11), 부지런한 사람과 농땡이 치는 사람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잠언 10:4). 하지만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일어 설 수 없는 사람이 많다면, 그 사회는 건전하지 않다. 그렇기에 희년 규정의 목적은 경제적으로 몰락한 사람들에게 재출발의 기회를 주고, 양극화된 부를 재편하여 부의 균형을 이루는 데 있다.

  기독교는 이 희년을 오랫동안 기념했다. 하지만 기독교는 부채 탕감이라는 희년의 원래 목적은 잊은 채, 희년을 죄와 연관시켜 그 의미를 축소했다. 중세로부터 교황은 희년을 선포하고 사면 의식(儀式)을 행해, 희년을 교권강화의 수단으로 삼았다. 또한 희년에 신자들에게 로마 순례 여행을 강요하여, 교회는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죄의 사면을 위해 구약 성서는 일 년에 하루를 속죄일로 지정한다.(레위기 16: 29-30) 이 속죄일을 49번(49년) 지킨 후 뿔 나팔을 불면, 그 때부터 희년이다. 즉 희년은 회심(悔心)이후 부의 재분배라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희년의 목적을 부채 탕감과 분배정의의 회복에서 교권강화와 막대한 재정 확보 수단으로 변질시킨 것이다.

  이 변질된 희년을 바로 잡기 위해, 한 단체가 성경의 단어 주빌리를 차용하여 희년의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주빌리 은행은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재정은 기부로 이루어진다. 한 대부업체가 37억원의 부실 연체채권을 기부했다고 한다.(경향신문과 제윤경 주빌리은행 상임이사 인터뷰) 서민들도 이 은행을 위해 기부한다. 성남시기독교연합회는 1억원을 기부했고, 성남시는 3,279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그 결과 33억원 채무를 탕감했다. 현재 사단법인 희망살림 홈페이지를 보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으며, 갚을 수 없는 빚에 허덕이던 486명의 채무자들이 새로운 삶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일보에서 ‘사람 살리는 착한 은행 '주빌리 은행', 너의 '빚'을 사하노라’라는 기사제목으로 주빌리 은행을 보도한다. 결론은 ‘기독교여 죄만 사하지말시고, 빚도 사해 주세요.’이다.